"대통령 임기 1년 동안은 조용하게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고 협조를 해왔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왜 비협조적이냐고 비판을 했다며 "2월 국회가 끝나면 건전한 비주류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해석의 여지는 없다.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이다. 제 갈 길 가겠다는 뜻이다. 여차하면 주류와의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특별한 말은 아니다. 어차피 '여당 속 야당' 길을 걸어온 박근혜계다. 제 목소리 내고 제 갈 길 가겠다는 얘기에 새로운 건 없다.
▲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 회동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청와대 |
눈길을 끄는 건 시점이다. '마이 웨이'의 시작점을 2월 국회 종료 때로 설정한 게 도드라진다. 왜일까? 왜 이 때일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 여권의 계획대로라면 2월 국회는 MB입법을 마무리하는 국회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선 국정의 기초를 닦는 국회이고, 한나라당 입장에선 '필수과제'를 털어내는 국회다. 이 점이 중요하다. 2월 국회에서 MB입법을 마무리하면 한나라당은 한시름 놓게 되고 박근혜계 입장에선 싸워볼 여지가 생긴다.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당내 투쟁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창출된다.
둘. 2월 국회가 끝나면 한나라당은 정비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4월 재보선 결과까지 반영하면서 당 지도부 전체를 물갈이하는 대규모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한다. 이게 문제다. 그의 귀국이 한나라당 정비의 성격과 폭을 규정할지 모른다. 박근혜계를 포위·압박하는 방향으로 당 정비 방향을 몰아갈지 모른다.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전쟁선포'로 규정하면서 "신발끈을 동여매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무성 의원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떨까? 박근혜계와 이명박계는 정말 일전을 불사할까? 일전을 불사하면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이르다. 결과를 예측하는 건 너무 빠르다. 결과보다는 오히려 전제를 먼저 되짚는 게 생산적이다.
김무성 의원은 '2월 국회 종료=MB입법 마무리'를 전제해 놓고 있지만 이게 어그러질지 모른다. 야당의 반대도 반대이지만 무엇보다도 박근혜 전 대표가 MB입법의 '과정'과 '국민적 공감대'를 언급한 점이 크다. 이 발언이 한나라당의 속도전에 브레이크를 걸고 그 결과 MB입법이 미완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러면 날카로워진다. 이명박계의 심기가 사나워지고 박근혜계에 대한 공세가 매서워진다. '통합' 명분에 밀려 대놓고 싸우지 못하던 이전 태도를 벗어버리고 '책임'을 묻는 초강경 태세로 나올 수 있다. 과연 이런 공세를 박근혜계가 막아낼 수 있을까?
방어막은 있다. 4월 재보선이다. '미니 총선'이 될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약화되고 한나라당의 내부 동요는 커진다. 그래서 필요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파워'를 용도폐기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답보 또는 하락세를 보이면 보일수록 '박근혜 효과'의 효용성은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 유동 요인이 너무 많다. 전쟁 발발 요인과 전쟁 억지 요인이 혼재돼 있고, 화력의 세기를 좌우할 요인 또한 어지럽게 널려있다.
전망은 미루는 게 낫다. 선수들은 아직 경기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락커룸에서 몸을 풀고 있을 뿐이다. 천천히 기다리고 찬찬히 살펴도 된다. 선수들이 출발점에 섰을 때, 2월 국회의 끝이 보일 때 그 때 가서 전망을 해도 늦지 않다.
어차피 싸움의 본질은 '계파의 이익'이다. 관중까지 덩달아 다급해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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