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케이크 커팅' 하루만에 친이 vs 친박 '정면격돌'

김무성 "2월 이후엔 강한 비판"…공성진 "정권에 기여해야 다음 후보"

'화합'을 명분으로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주재로 박근혜 전 대표의 생일 케이크까지 자르는 이벤트가 벌어졌지만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한나라당 계파 갈등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을 뿐 아니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에 대해서도 "거두절미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김무성 의원은 3일 "2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비판을 강하게 할 생각이다"고 선언했다.

반면 친이 핵심인 공성진 의원은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로 이 정권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반대만 하거나 뭐 이런 분들이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잘못되었다고 본다"고 '법안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2월 국회 이후엔 건전한 비주류 역할 할 것"

김무성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친박의 위치는 한나라당 내에 분명한 비주류"라며 "여당에 무슨 비주류가 있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주류 쪽에서 품어주지 않으니까 우리는 비주류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우리는 방관자 비슷하다"고 주류 진영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임기 1년 동안은 조용하게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고 협조를 해왔다"며 "그런데 이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일부에서 왜 비협조적이냐고 비판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2월 국회가 끝나면 건전한 비주류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다. 협조할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건전한 비판을 강하게 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는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려가지고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겠다"고 선언했다. 2월 국회 이후를 '거사 시점'으로 잡은 것은 '적전분열'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동시에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재보선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월 경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과 관련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분 문제와는 다른 이야기고 정치원론적인 이야기"라면서도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겠다"고 말했다.

"이 정권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다음 후보다"

반면 이재오 전 의원의 최측근인 공성진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 정권을 위해서, 이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이 사람이 (다음 대선) 후보가 될 수 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그는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로 이 정권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반대만 하거나 뭐 이런 분들은, 그런 순간적인 인기에 연연해서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나는 잘못되었다고 본다"면서 "이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다음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또 공 의원은 '쟁점법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강조한 박 전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서 "박 전 대표께서 여당이 추구하는, 이런 쟁점 법안에 관련해서 반대나 제동을 거는 것은 전혀 아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나름대로의 접근 방법, 언론에서는 속도전이라는 이야기로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표도 전혀 제동을 걸거나 반대의견을 표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중으로 귀국할 것으로 보이는 이재오 전의원의 행보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지금 굉장히 나라가 어지럽고 힘드니까, 또 당세가 약화되고 하니까 주인의식과 소명의식, 그리고 책임의식과 역사의식 이런 것들이 갖춰진 사람들이 이제는 좀 당과 나라를 잘 안정적으로 끌었으면 좋겠다 하는 기대가 많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주류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조한 것으로 김무성 의원의 발언과 정반대 이야기이다.

초유의 조기권력투쟁 예고?

이같은 기류에 대해 청와대는 낙관론을 내놓았지만 근거는 빈약해 보인다. 전날 김무성 의원의 직접적인 반발을 샀던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도 "해빙기가 올 때 얼음이 한꺼번에 녹느냐"면서 "녹는 과정에서 약간의 살얼음도 남아있고 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 대변인은 "내 발언 취지를 이동관 대변인이 왜곡했다"는 김무성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별다른 반박이나 해명을 하지 않은 채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방점은 얼음이 녹아가고 있다는 것이지, 살얼음이 남아 있다는 게 아니다"며 "내일은 입춘이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과연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은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 대변인은 자신에 찬 어조로 "120%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계파갈등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오 전 의원의 3월 중 귀국, 4월 재보선 공천 문제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다면 조기 전당대회 소집 가능성도 높고 이같은 경우 고삐를 다잡으려는 주류진영과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친박 진영이 정면 충돌할 수도 있다. 여권이 초유의 조기 권력투쟁으로 접어들수도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