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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벨로 "금융투기꾼 처벌 위한 국제 법정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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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벨로 "금융투기꾼 처벌 위한 국제 법정 세우자"

[제9차 세계사회포럼 현장 중계]<4>"신자유주의 위기, 진작부터 경고했건만…"

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세계사회포럼이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이곳 벨렘의 기후는 자본주의의 공격에 의한 기후변화와 자연의 위기를 극적으로 증언한다.

"'언제나 그렇듯이'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열대성 폭우가 사라진 벨렘

우기에는 오후 3시에 정확하게 쏟아지는 열대성 폭우는 더 이상 없다. 대신 변덕스럽게 하루에 서너 차례씩 아무 때나 쏟아붓는다. 심지어 현지시간으로 31일에는 아침부터 종일 비가 내리기도 한다. 기후에 관한한 더 이상 "언제나 그렇듯이(as usual)"이란 없다. '이상기후(unusual)'가 정상적인 것이 된 지가 오래다.

세계사회포럼의 마지막 날은 다양한 형태의 총회들이 아침에 개최되고, 오후에는 '총회들의 총회'가 개최되었다. 이런 자리는 그저 모여 토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활동계획과 선언을 만들기 위해 지난번 나이로비 세계사회포럼에서부터 마련됐다. 각자 모여서 자기들끼리 토론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섹터들이 서로 교류하고 교차하며 연대하는 합류, 혹은 수렴convergence을 사회포럼 안에서 이루어보자는 것이다. 아마존 총회, 인권 총회, 금융위기에 대한 총회, 원주민 총회, 교육 총회 등 5일간의 다양한 활동을 수렴하는 총회가 개최되었다.

금융위기에 대한 총회에는 ATTAC과 같은 각국의 시민사회운동단체, 각국의 금속노조 등 노동조합, 까리따스와 같은 제3세계의 개발을 지원하는 단체, 학술단체 등이 모여 그동안 자신들이 5일간의 세미나에서 토론한 내용을 나누었다.

"국제금융 투기꾼 처벌 위한 법정을 세우자"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단지 금융위기인 것뿐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체제 자체의 위기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적당히 어디를 고쳐서 금융이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으로는 임시방편도 되지 못하며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발언에 나선 필리핀 남반부 초점(Forcus on Global South)의 월든 벨로는 구체적인 몇몇 제안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첫 번째로 유엔의 책임있는 기구에 국제법정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인도주의협약을 어긴 전범들을 처벌하는 것처럼 현재의 금융위기를 초래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막대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국제투기꾼들을 처벌해야한다는 것이다.

"IMF체제 넘어선 지역협력체제 강화해야"

두 번째로 그는 남미에서 태동하고 있는 진보적인 지역협력체제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세계에 소개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남미의 좌파정권들과 시민사회운동이 주최하여 전세계의 사회운동을 초청하여 현재의 IMF나 세계은행 같은 일원적인 금융통치체가 아니라 지역협력체제의 발전 가능성을 탐색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적당히 개혁주의적인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그는 신자유주의자들이 흔히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곳을 비판할 때 현실적이지 못하고 비판만 한다는 비난에 대해 강력히 성토하였다.

"절실한 것은 대안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지난 10년 간 사회포럼을 통해서 경고를 하였을 때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서는 이제와서 비판만 하지말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급진적인 좌파적 상상력이지 소위 말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여 큰 호응을 받았다.

위기가 심화될수록 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것이고 이럴때일수록 더욱 더 급진적인 상상력이 제대로 된 탈출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지 현실에 겁먹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참석자들 역시 지금의 위기가 단순한 금융위기가 아니라 경제시스템전체의 위기이며 기후, 식량, 사회안정망, 정치 등 인간 삶의 전영역에 거친 다층적인 위기라는 것에 동의하였다.
▲ 세계사회포럼에서 연설하는 월든 벨로. 그는 국제투기꾼들을 국제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기호

"단 한번 싸움으로 끝날 수 없는 이유"

노동조합네트워크에서는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전투적 저항이라고 역설하였다. 하지만 단 한번의 저항으로 신자유주의가 물러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으며 곳곳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투쟁'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고 촉구하였다.

한번 싸우고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끝까지 싸워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 싸움이 한번에 끝나지 않는 이유는 우리는 우리가 싸워야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며 싸워야하기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이미 미디어에서부터 법률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경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손에 넘어가 있다. 따라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하며 그 싸움은 단 한 번에 끝날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유대인이 제안한 이스라엘 제재안

금융위기에 대한 포럼의 중간에 팔레스타인과의 연대에 대한 즉각적인 제안이 벌어졌다.

제안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sanction)에 다른 국가들이 나설 수 있도록 각국의 시민사회운동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하였다. 가자지구에서의 학살은 이미 수천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지만 미국의 비호아래 아무런 제재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제안자는 이 제재 조치는 반유대주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자기 자신을 걸고 역설하였다. 자기 스스로가 이스라엘 국민이며, 유대인이며, 특히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손자라고 밝혀 뜨거운 연대의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효과?…반미, 반전 목소리가 수그러든 사회포럼

사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이전의 포럼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첫 번째는 격렬한 반미와 반전 구호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부분적으로는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됨으로써 부시로 상징되는 국제적으로 혐오스러운 인물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어 열기가 시들해진 점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이스라엘에 의한 가자지구의 폭력과 학살이 진행되고 있는 때에 세계사회포럼이 이렇게 조용한 것은 팔레스타인을 돕는 일을 한다는 스웨덴에서 참석한 한 참가자의 말에 따르면 '신기한 일일 정도'이다.

다른 한편에는 이번 사회포럼이 아마존과 생태의 위기에 초점을 맞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쿠바, 도로시 수녀, 그리고 보프 신부

이번 사회포럼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인 텐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첫 번째는 도로시 수녀를 기념하는 텐트였고, 두 번째는 쿠바 50주년 헉명을 기념하는 텐트였으며, 마지막은 브라질의 유명한 해방/생태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가 참석한 세미나의 텐트였다.

이것은 마치 남미 좌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둔 격렬한 부딪침의 상징인 것처럼 보인다.

쿠바가 제국주의를 뚫고 과거에 이룩한, 그러나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혁명의 상징이라면, 도로시 수녀는 현재 남미의 민중들이 여전히 처한 억압과 착취의 상징이다. 이에 반해 보프는 남미의 좌파가 어디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논쟁의 상징처럼 보인다.

남미의 좌파는 정치적으로는 룰라와 차베스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쿠바와 보프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다. 한쪽에는 쿠바에 대한 여전한 열광과, 다른 한편에는 해방의 범주를 생태로 확장한 보프에 대한 열광 사이에서 수많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격렬히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태에 대한 열광(eco-fashion)이 자본주의적 해결방식으로 귀결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 이번 포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던 곳 중 하나인 쿠바 혁명 50주년 기념 텐트 행사장. 브라질 환경장관을 비롯한 많은 연사들의 강연에 사랍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엄기호

생태관광?…"이국취향일 뿐"

생태사회주의에 대한 한 세미나에서 페루 활동가가 한 말이 이를 정확하게 상징한다. 그녀는 생태에 대한 열광이 자본주의자들에 의해서 어떻게 남용되고 현지 부족민과 여성들을 착취하는지를 생태관광의 허구를 통해 폭로하였다.

생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서구에서는 생태관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몇 사례들은 생태관광이라는 이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어거지로 원주민 여성들의 옷을 벗겨 소위 말하는 '전통의상'을 입히고, 구역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게 하고, 때때로는 매춘까지 강요한다. 생태관광(eco-tourism)이 아니라 이국취향(exotism)의 관광인 셈이다.

유기농 플랜테이션 시작한 초국적 농업자본

바이오 원료나 유기농 재배도 마찬가지다. 돌이나 델몬트와 같은 초국적농업회사들은 이미 서구의 고소득층을 겨냥한 대규모 유기농 재배, 즉 유기농 플랜테이션을 시작하였다.

친환경을 내세운 바이오연료가 되는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새로운 벌목과 정글파괴, 그리고 무분별한 자원낭비가 초국적 자본과 대지주들에 의해 자행된다.

이국취향(exotism)은 이곳 사회포럼에서도 이런 경향은 나타난다. 원주민들의 행사가 끝나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서 사진을 찍는다고 아우성이다.

"남미 원주민, 진보 진영 안에서도 문화적 장식물일 뿐"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원주민들의 권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상 이곳에서 원주민들은 춤과 노래라는 '문화적 존재'로 전시되기 일쑤이지 자신의 주장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변화의 주체로 나타나지는 못하고 있다고 스웨덴에서 온 참석자는 비판하였다.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그들의 목소리와 주장을 심각하게 듣는 것을 방해하고 이국취향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많은 경우 소수자들은 '문화적 존재'로만 가둬져 그들의 정치적 목소리는 거세되어버린다. 그것도 진보의 이름으로.
▲ 행사장에서 춤을 추고 있는 아프리카 흑인의 후예들. 이들은 다른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진보세력 안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이라는이름으로 칭송되지만 정작 정치적 존재로는 인정받지 못하기 일쑤다. ⓒ엄기호

지난해까지 다보스 향했던 룰라, 올해는 사회포럼으로

이밖에도 이번 세계사회포럼을 재정적으로도 크게 지원한 브라질 노동자당과 룰라 대통령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등은 앞으로 브라질 세계사회포럼이 당면한 큰 숙제이다.

이번 벨렘 대회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브라질사회경제연구소 책임자중의 한 사람인 그리보우스키도 룰라에대해서는 조심스럽게 평가한다. 한계가 많은 정권이지만 나름의 성과도 많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다보스를 향했던 그가 이번에 사회포럼에 온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가 한 대중연설장은 몇 시간동안 줄을 서야만 입장이 가능하였다. 그가 등장할 때 '룰라'를 외치는 함성소리가 울려퍼졌음은 물론이다.

세계사회포럼이 앞으로 집권에 성공한 좌파정권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가야할지가 또 하나의 큰 숙제인 셈이다.

신자유주의 위기 속에서 치러진 사회포럼에 거는 기대

시애틀 항쟁의 상징되는 반세계화운동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전례없는 위기 속에서 9회를 맞이한 세계사회포럼은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희망의 촛불이 될 수 있을까? 수없이 많이 제출된 대안들이 정치적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실천과 실험으로 더 구체화된 대안으로 벼려질 수 있을까?

참가자들은 이런 질문과 희망을 안고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벨렘시내를 행진한 후 세계사회포럼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제9차 세계사회포럼 현장 중계

"너희들의 위기, 우리는 대신 짊어질 생각이 없다"
"뻔한 구호는 이제 그만"…"질문,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원주민을 돕던 수녀가 암살당한 자리에서…"
월든 벨로 "금융투기꾼 처벌 위한 국제 법정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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