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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 마디 없는 이명박 보면서 분통이 터졌다"

[현장] '용산 참사' 추모 대회…시민·경찰 명동서 대치

6명의 희생자를 낳은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열하루가 지났다.

이주 대책을 요구하는 철거민의 농성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 참사를 놓고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 표명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시민을 중심으로 추모가 이어졌다. 31일 오후 청계2가에서는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2차 범국민 추모 대회가 열렸다.

경찰은 "추모 행사가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애초 추모 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청계광장을 봉쇄했다. 청계천 일대에 모인 8000여 명의 참가자(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최대 2100명)는 오후 4시 30분경부터 국화와 피켓을 들고 추모 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빈민 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빈민 대회 참가자들도 집회를 마친 뒤 청계천으로 이동해 추모 대회에 동참했다. 희생자들의 유족과 참가자들은 모두 검은 상복을 입었다. 애초 이들은 서울역에서 청계광장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제지로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했다.

▲ 31일 오후 청계2가에서는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2차 범국민 추모 대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진상 규명 따라 김석기 거취 결정? 너희 자식이 죽어봐라"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1987년 내 모습이 저렇게 처참하지 않았나 생각이 나 가슴이 아프다"며 "공권력에 목숨을 빼앗기는 건 어느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설움이자 아픔"이라고 말했다.

배 씨는 "요즘 TV를 보면 진상 규명에 따라서 김석기 내정자의 거취를 결정한다고 한다"며 "이놈아, 너희 자식이 죽어봐라, (TV를 보면서) 집에서 가슴을 쥐어뜯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죽음을 아무 대가 없이 땅에 묻을 수 없다"며 "굳게 마음을 먹고 이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가족이 지켜고, 김석기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 죽음은 이명박 정권이 살인 정권임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사기를 치고 들어온 사기 정부가 시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난 모르는 일이라고, 배째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법 운운 하는가"

아버지 이상림 씨가 참사에 희생되고 용산 철거민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동생 이충연 씨가 구속된 이현선 씨도 유족을 대표해 발언에 나섰다.

"영안실을 지키는 것은 힘든 고통이다. 벌써 10일이 넘었다. 아버지는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3남매를 키웠고 70살이 넘으면서 호프집으로 리모델링한 것이 2년 전이다. 막내에게 장사를 맡겼지만 쓰레기 청소, 테이블 청소 등 아버지의 손떼가 담긴 가게였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자상한 사람이었다. 우리가 비록 사글세 신세였지만. 누가 우리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옥상에 망루를 설치한 것이 운동권인가. 운동권은 누가 만느나. 이 사회가 만든다.

우리 유가족들은 TV를 보면 두통약을 먹는다. 어제 이명박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잠도 오지 않았다. 내정자 처벌에 대해서는 동문서답을 했다. 누구에게 법 운운 하는가. 국민을 죽이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이게 법인가…."

▲ 희생자 유가족들은 검은 상복을 입고 영정 사진을 들고 추모 대회에 참석했다. ⓒ프레시안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진우(가명·33) 씨는 "대부분 나라가 민주화를 포기하고 독선으로 갈 때, 경제 위기가 온다"며 "경제가 살려내라고 뽑은 대통령이 되려 경제를 망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다른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정권이 전체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안대희(가명·23) 씨도 "어제 SBS에 나온 대통령은 사과도, 김석기 청장 내정자 철회도 하지 않았다"며 "어제 대통령은 '소통'을 이야기했지만 보는 사람들은 아마 분통을 터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다. 국민들의 분통이 언젠가는 한순간에 이명박을 꺽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차도 봉쇄한 경찰 "차도 점령은 불법"

경찰은 추모 대회가 시작되자 집회를 사이에 두고 청계2가와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모두 경찰 버스를 동원해 봉쇄했다. 이에 흥분한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 버스를 두드리거나 봉으로 치면서 항의했다. 경찰은 "버스를 파손하는 것은 불법 행위"라며 물대포를 동원해 해산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오후 6시 30분경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명동 방향으로 "살인 정권, 명박 퇴진"을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행진이 시작된 뒤 을지로에서 명동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를 버스와 병력으로 모두 봉쇄했다. 명동에 도착한 행렬 중 대책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1000여 명의 참가자는 명동성당 들머리로 이동했다.

명동 성당으로 이동하지 않은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명동 입구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를 향해 "차도를 점거하는 불법 시위를 하고 있다"며 해산하지 않으면 물대포를 쏘겠다고 경고했으며, 참가자의 두 배가 넘는 병력을 동원해 참가자를 인도로 밀어냈다.

오후 10시경까지 일부 참가자와 경찰과의 대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5명이 넘는 시민이 연행됐다. 경찰은 깃발을 든 참가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깃발을 빼앗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1주일 뒤인 오는 2월 7일 3차 범국민 추모 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2월 1일과 2일 각각 청계광장에서 여4당 및 시민단체가 여는 추모 대회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여는 시국 미사가 예정돼 있다.

명동 롯데백화점 앞까지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배가 넘는 병력을 동원해 해산을 시도했다. ⓒ프레시안

폭력 시위 '예언'하는 경찰?

추모 대회에 앞서 경찰은 대책위 측에 이미 집회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통보했다. 대책위는 이날 집회가 열리기 2시간 전 청계광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추모제마저 원천 봉쇄하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기자 회견마저 제지하려 했고, 기자 회견이 시작되자 경찰버스 약 30대가 청계광장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박래군 대책위원회 공동 집행위원장은 "누차 평화적으로 하겠다고 했으나 이렇게 경찰이 오늘 추모제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추모제는 국민의 일상 생활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며 "경찰은 추모제가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그럼 결혼식이나 장례식 모두 그런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창익 국장은 "정권은 시민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라며 "봉쇄를 풀지 않으면 더 큰 분노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0여 명의 기자 회견 참석자는 경찰에 둘러싸인 가운데 집회 시작 전까지 연좌 농성을 벌였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추모 대회는 위험하지도 않는데 왜 미신고 집회로 판단했냐"는 오창익 국장의 질문에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라"며 자리를 피했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용산 참사를 추모하는 집회마저도 경찰에 의해 막히고 있는 셈이다.

한편, 경찰이 청계광장을 막고 용산 참사 추모 대회를 사전 봉쇄하던 것과 같은 시각, 청계광장 건너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황우석 지지자들의 주최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 재개를 주장하며 분신했던 고 정해준 씨 추모제가 열렸다. 같은 추모 행사였지만 경찰은 이를 막지 않았다.

▲ 용산 참사 추모 대회가 열리던 시각, 건너편 동화면세점에서도 추모제가 열렸지만, 경찰의 제지는 없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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