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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갈등으로 가나

[김종배의 it] 등 떠밀린 한나라당, '억지춘향' 비정규법

이해할 수 없다.

걸림돌이 삐져나왔고 난제가 쌓여있다. '용산 참사' 뒷수습이 급하고 쟁점법안 처리가 골치 아프다. 2월 임시국회를 맞는 한나라당의 사정이 이렇다. 그런데도 또 하나 꺼내들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법을 고치겠다고 한다. 2월 임시국회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이러면 저항을 야기한다. 노동계의 '춘투'를 '동투'로 앞당긴다. 미디어 관련법이나 이른바 '사회질서법'에 반대하는 세력, 그리고 '용산 참사' 규탄 세력과 노동계가 연합하는 결과를 유발한다. 한나라당으로선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한 입장차를 확인한 한국노총과 한나라당 ⓒ뉴시스

물론 상식선에서 파악하면 이해 못할 게 없다. 7월이면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비정규직법 1차 적용대상 노동자들의 사용기간이 만료된다. 비정규직법을 바꾸려면 그 전에 해야 한다. 이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개정을 장담할 수 없다. 3월은 4월 재보선 공천 때문에, 4월은 재보선 실시 때문에 법안 처리에 집중할 수 없다. 처리 시점을 5월쯤으로 미뤄도 되지만 너무 위험하다. 법 개정 시도가 한번만 삐끗하면 사용기간 연장 시도는 물거품이 된다. 법을 바꿀 수 있는 시점은 2월 임시국회 때뿐이다.

하지만 너무 단순하다. 이렇게 상식적으로 움직이는 건 좌우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내달리는 행태와 같다. 하나를 얻으려다 열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단선적 행태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의 태도가 모호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바꾸겠다고 말은 하는데 힘을 주지는 않는다. 당정청 협의에서 의원입법으로 발의하기로 했는데 대표발의 의원이 나서지 않는다. 어제 한국노총을 찾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사전논의를 하지 못한 걸 '반성'한다고 했고, "무리하게 강행처리할 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은 기간이 너무 길어 노동계도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했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개정 의지가 없다. 그냥 시늉만 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주문에 억지춘향 격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청와대의 강력한 요구로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는 보도에 기초하면 그렇다.

놓치지 말자. 이게 단서다. 2월 임시국회를 전망할 수 있는 유력한 단서다. 비정규직법 뿐만 아니라 다른 쟁점법안의 명운을 점칠 수 있는 강력한 단서다.

청와대는 밀어붙이려 한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돌진하려 한다. 그에 맞춰 한나라당이 돌격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정 일정 못잖게 국민 여론을 살핀다. 입각 꿈이 좌절된 후 대통령 임기는 한 번이지만 국회의원 임기는 무한대라는 사실에 착목한다.

극명하지 않은가. 청와대는 주문하지만, 그에 맞춰 박희태 대표는 동분서주하지만 홍준표 원내대표는 장승처럼 앉아있다. 입을 닫고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가 코앞인데도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있다.

갈등의 씨앗이 꼬물거리고 있는 것이다. 집권 초기의 대통령 위세에 눌려 움트지 못했던 생존 논리를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돌격' 모드에 '탐색' 모드를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정하지는 말자. 갈등의 씨앗이 어떻게 생장할지 예단하지 말자.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다.

대통령의 위세는 아직도 건재하다. 한나라당이 정면에서 맞대응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 요소는 당분간 유지될 상수다.

한나라당이 이런 상수를 비껴가려면 변수가 돌출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유임시키는 악수를 두든지, '용산 참사'와 쟁점법안에 대한 국민 저항이 더 크게 조직되든지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청와대를 향해 항변할 거리가 생기고 따로 움직일 명분이 생긴다.

하지만 아직 자리잡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태도를 최종적으로 규정할 요소는 아직도 가변상태, 유동상태에 머물러 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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