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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규제 완화는 위기 이후 대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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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남3구' 규제 완화는 위기 이후 대비책?

경제위기 대응책으로 포장된 '그들만의 잔치'

환율 급상승과 주가 폭락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 건설사를 포함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극심한 내수침체,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 한국의 경제위기 상황을 일거에 해소할 '묘약'은 없다.

더구나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이 현 위기에 맞는 처방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수차례 지적된 사실이다. '부동산 거품'은 일본의 90년대 장기불황 뿐 아니라 현 미국의 금융위기를 야기한 근본 원인이다.

이 사실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라고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속 해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급기야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전매 제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위기 대응책으로 급증한 유동성+저금리=부동산 투자 적기

이명박 정부도 최근 '강남 3구'를 포함한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 값이 크게 하락한 것이 그만큼 거품이 많이 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아파트 값은 강남구 76.5%, 송파는 80.2%, 서초가 76.5% 올랐다.

또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기에 부동산 규제를 푼다고 해서 당장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지적대로 "연초 강남 집값 상승은 호가 위주의 상승"이지 실제 거래가가 움직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부동산 거래는 거의 성사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오는 3분기까지는 경기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추가 집값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당장의 효과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포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의 지지세력의 '소원수리'를 들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역설적이게도 경제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강남 3구'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기가 아니면 이들 지역의 투기지역 해제는 말도 꺼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부동산 경기부양이라는 명분으로 과감히 투기 억제책을 무장 해제시키고 있는 셈이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얼마 전 물러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위기는 곧 기회"다.

위기 후 닥쳐올 인플레이션이 곧 기회?

전 세계 정부가 경제위기 대응책으로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와 중앙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올해 16조 원의 재정지출 확대와 35조 원의 감세 방안을 마련했고, 한국은행도 지난해 말까지 19.5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또 금리도 계속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5.25%이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 2.5%까지 낮췄다. 사상 최저 금리다.

당장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앞 다퉈 유동성을 늘리고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경제위기가 회복된 이후 다시 전 세계적인 차원의 '인플레이션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경기침체 국면에서 발생한 과잉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현실적 의미를 가질 시점도 아마 작금의 경제침체기를 지나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일 것이다. 늘어난 유동성과 초저금리는 부동산 투기의 호조건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을 때 투자를 해 놓는다면 이어질 인플레이션기에 큰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제도 크게 완화해 세금 부담도 대폭 줄여 놓았다.

경제위기를 틈타 평소 '소원수리'가 진행되고 있는 영역은 '부동산' 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2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경쟁력강화 회의를 열어 신설되거나 정부 입법 규제에만 적용되던 일몰제를 모든 규제 분야에 확대 적용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정부는 이미 등록된 주요 규제 1500여 건 가운데 경제적 규제 1000여 건은 올해, 사회적 규제 500여 건은 내년에 각각 정비하기로 했다. 또 오는 6월까지 미등록된 규제 2500여 건을 조사해 일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파트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경제단체다. 재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해석이 과도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의구심을 지우려면, 정부와 여당은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위기의 가장 큰 희생양인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서민들에게는 '(최저)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나누자'는 앙상한 대책을 들이밀면서, 재벌과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고, '공익'과 '국가 경제'를 말하면 수긍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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