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청와대, '용산의 분노' 즐기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청와대, '용산의 분노' 즐기나

'유임론' 흘리며 '김석기 속죄양' 만들기?

청와대는 정말 '김석기 유임'을 끝까지 밀고 나갈까? 청와대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거취문제에 대한 답을 피해가는 논리는 진상규명 우선론, 여론의 변화, 경찰의 사기 문제 등. '정권의 명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 사건을 대하는 방식치고는 안일하다.

청와대가 사건 초기 "용산 참사 선(先) 인책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사설로 김 청장의 자진사퇴를 종용한 <조선일보>의 조언마저 물린 데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설 연휴가 지나자 보다 노골적으로 김석기 유임론을 '흘리는' 청와대의 태도에서도 사건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내가 오히려 역력히 읽힌다.

소위 '김석기 방패론'이 나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8일 "청와대가 김석기 내정자의 경질을 미적거리고 있는 이유는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불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시기조절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청와대가 시기를 조절하고 있지만 김 청장의 경질은 이미 기정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성 대변인도 전날 "김석기 청장에 대한 사퇴공방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김 청장 신변처리 문제를 질질 끌고 있는 것은 이것으로 모든 것을 입막음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원세훈 장관 쪽으로 공격의 범위를 확장시키려는 민주당의 의도를 감안해도 '김석기 방패론'은 일리가 있는 수읽기다. 여러모로 여권이 김 청장에게 '속죄양'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를 부여할만한 정황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온통의 분노가 김 청장에게 쏠리는 게 여권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적당한 시기에 김 청장이 물러나면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적당한 시기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될 2월 6일 경이다.

▲ 청와대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질질 끄는 데에는 더 이상 문제가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여진다. ⓒ뉴시스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 수사는 '예정된 결론'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검찰은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이 모 위원장을 28일 체포하는가 하면 대책위와 전철연의 관련성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철연이 용산 농성을 위해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검찰쪽 얘기가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경찰 고위직에 대한 소환 조사로 변죽을 울리고는 있으나, 망루 화재의 원인 규명 등은 제자리걸음이어서 검찰 수사의 초점은 농성의 '과격 폭력성'에 맞춰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 경우 불가피해지는 편파 수사 논란에 김석기 청장의 자진사퇴 카드는 물타기용으로 활용도가 높다. '진상 규명 뒤 책임자 문책'으로 가는 청와대의 '이성적 접근'을 뽐낼 수도 있고,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던 김 청장의 명예퇴진도 보장해 줄 수 있다.

이런 뻔한 시나리오 탓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그동안 그토록 불신하던 인터넷 여론을 거론하며 "김석기 청장을 유임시켜야 한다는 쪽이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한 대목에서 대중의 분노를 키우려는 의도와 함께 '김석기 자진사퇴 카드'의 효과를 높여두려는 의도가 읽히는 것이다.

이런 수순을 무시하고 청와대가 검찰 수사 발표 후에도 '김석기 유임' 방침을 고수한다는 건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그렇게 되면 2월 국회는 그야말로 '김석기 국회', '용산 국회'의 수렁에 빠진다. 'MB 법안' 처리가 당면 목표인 여권으로서는 결코 '실용'적이지 않은 선택이 된다.

결국 김 청장 거취 문제를 정점으로 '과잉진압이 문제냐 폭력 시위가 문제냐'는 쳇바퀴 논란 속에 용산 참사의 폭발력을 가둬뒀다가 적절한 시점에 김석기 자진사퇴 카드를 냄으로써 여론의 공황기를 창출하고, 이를 'MB 법안' 처리로 나아가는 반전의 포인트로 활용하려는 청와대의 의도만큼은 설 연휴 뒤에 좀 더 분명해진 셈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