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 노동자 3명이 마포구 아현동 소재 SK 건설 HUB BLUE 현장에 무기한 단식 타워 고공농성에 30일 돌입했다.
울산 건설현장에서 제관·배관·용접일을 하는 권혁수(36), 정승문(43), 차동홍(41)씨는 29일밤 울산에서 상경 이날 새벽 6시20분경 25m 높이의 타워 크레인에 올라갔다.
농성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급차와 소방차가 대기중이고, 민주노동당 '차별없는 서울실천단'과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서울 상경투쟁단, 민주노총 산하 건설산업연맹 관계자들의 지지방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타워 크레인에는 '비정규 개악안 저지! 권리보장입법쟁취!', '건설노동자 다 죽이는 SK(주) 규탄한다',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 탄압중단'이라고 적힌 세 개의 대형 현수막을 걸려 있다.
오희택 건설산업연맹 지역업종별협의회 조직국장은 "화장실·식당 지어달라, 탈의실 설치해달라는 요구로 파업하고, 고공농성까지 해야하는 것이 바로 건설노동자의 현실"이라며 "농성자들은 사측이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할 때까지 단식농성은 무기한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 출동한 마포 경찰서 측은 농성자들에게 간단한 음식물을 올려보내려고 시도했지만, 농성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오전 7시30분 경 연락을 위해 현장 관리사무소를 통해 무전기를 올려보냈다"며 "당분간 사태 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물리적 진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성자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울산건설플랜트 노조는 울산지역 석유화학단지에서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비정규 건설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노조는 지난 10개월간 단체교섭을 시도했으나, 사측이 교섭 요청을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3월18일 44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근로기준법 적용 ▲불법 다단계 하도급 금지 ▲산업 안전보건법 준수 및 안전장구 지급 ▲단체협약 체결 및 노동3권 보장 등이다.
다음은 고공 농성자들이 농성에 돌입하면서 심정을 밝힌 글 전문이다.
***타워 고공농성에 돌입하며**
울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타워 고공농성에 돌입한 저희 농성자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참담함 그 자체입니다. 21세기에 OECD 국가 중의 하나인 한국에서 또한 한해 이익이 1조 6천억에 달하는 SK 사업장에서 < 화장실을 지어 달라. 식당을 지어 달라, 탈의실 좀 설치 해 달라> 라는 요구를 걸고 파업까지 불사해야 하는 저희 건설일용노동자의 현실이 너무도 비참하고, 서럽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이 땅에서 노동자 아니 인간 취급도 못 받으며 살아온 저희 비 정규 건설일용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십 수년을 먼지구덩이 현장에서 빗물에 쇳가루 섞인 밥을 쪼그리고 앉아 먹으면서 살아왔던 저희들의 현실을 바꿔보고자, 발디딜 틈도 없이 더러운 화장실에서 모멸감을 씹고 씹어왔던 현실을 바꿔보고자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불법 다단계 하도급, 세금 포탈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사업주들의 단체교섭 거부에는 아무런 처벌도하지 않던 정부는 절차 다 거치고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한 저희들에게 체포영장, 구속, 폭력연행으로 대응하고, 저희들을 그 무슨 범죄자 취급하며 폭도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현장마다 경찰병력이 수 백명이 배치되고, 집회만 하면 토끼몰이식 연행과 검거작전이 진행되고, 검문검색으로 노조 조끼만 입으면 무조건 연행하는 울산은 지금 저희 건설노동자에게는 계엄 상태와 같습니다. 파업이 장기화 되도 수수방관하는 울산시청과 노동부, 무조건 때려 잡기만 하는 경찰의 공조 속에서 도저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울산에서 고립되어만 가는 현실에서 저희들은 서울로 상경하여 고공농성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일당쟁이 건설일용노동자에게 파업 44일은 바로 끼니가 떨어지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너무나도 기초적인 인간생활을 보장하라는 저희들의 요구가 파업 44일을 넘기고 가야 할 만큼 과도한 것입니까. 사업주들의 주장처럼 울산 경제를 뒤 흔들 만큼 대단한 것입니까? 825명이 연행되고, 12명이 구속될 만큼의 요구인 것입니까 ? 교섭 대상 업체들 중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업주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울산에서는 경찰과 노동부의 공조로 노조가 말살되기만을 기다리면서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서울까지 올라와 타워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배운 것 없어 시작하여 그래도 세계에서 알아주는 플랜트 기능공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이 너무도 회한 스러울 뿐입니다. 정부와 사회, 그리고 사업주들, 그리고 언론에게 절절이 호소합니다. 건설일용노동자도 인간입니다. 저희들도 최소햔 밥은 식당에서 먹고, 쪽잠은 휴게실에서 자면서, 화장실 정도는 맘 편히 다녀올 수 있는 그런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 호소합니다. 비정규직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는 노무현 정권은 더 이상 울산 건설 플랜트 노동조합의 문제를 방관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저희 농성자들은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조합의 투쟁이 해결될 때 까지 무기한 단식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더 이상 당할 수 만은 없습니다. 목숨을 걸고 비장한 마음으로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의 농성으로 불편을 끼치게 되는 저희와 같은 건설노동자들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양해를 구합니다.
2005년 4월 30일 울산건설플랜트 고공 농성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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