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전환점을 놓았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다시 나선다. 경찰의 과잉진압이 여섯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계기다.
설 연휴 뒤 시국미사 계획…"대통령 사과 않는다면, 당장 물러나야"
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는 23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설 연휴 뒤 시국미사를 열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므로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사제단 총회 이후 첫 인터뷰를 가진 전 신부는 용산 참사의 '배후'를 캐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등에게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전 신부는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 사태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공권력 남용'이라는 것. 이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배후'를 따지는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인보다 큰 결과는 없다"…화염병을 든 이유에 주목해야
그리고 전 신부는 정부와 보수언론이 제기하는 화염병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화염병 사용을 결코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전 신부는 폭력적 시위 자체를 문제삼기 전에 왜 철거민들이 폭력에 기댈 수 밖에 없었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사전 조치나 그 사람들(철거민들)에 대한 배려는 왜 이야기하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세상에는 어떤 일에도 원인보다 결과가 큰 것은 없다"고 말했다. 폭력 사태라는 결과보다, 건설업체의 이윤만 앞세우는 재개발 사업의 구조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석기 경찰청장 유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국민이 안중에 없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청와대 측 입장에 대해 "진상이 뭐예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진상'에 대한 설명이 뒤따랐다. "무고한 6명의 희생자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대테러 훈련을 받은 특공대를 민생 문제에 투입했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사태의 '진상'이다.
"MB, 서울시장 시절 재개발 정책 남발"…"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전 신부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참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재개발 정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부터 남발됐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전 신부는 이날 원주민 입주율이 10%도 안 되는 뉴타운 사업, 그래서 원주민은 다른 변두리로 쫓겨나는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런 지적과 함께 전 신부는 "개발업자만 배불리는 이런 정책으로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거듭 주문했다. 또 이런 사과가 없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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