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조선일보의 '충언', 하지만 공감 못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조선일보의 '충언', 하지만 공감 못한다

[김종배의 it] 철거민 절박한 처지를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조선일보'의 상황 진단에 동의한다. "'경제위기의 사회화'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는 진단에 동의하고, '용산 참사'는 이런 "질병의 예후"라는 판단에 동의한다.

'조선일보'의 해법 제시에도 공감한다. "통합에 바탕을 둔 혁신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정부가) 혁신을 위해 통합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11년 전 위기 때는 국민들 사이에 동감 내지 공감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 국민들 가슴은 그저 황량하기만 하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심각한 위기의 본질일지 모른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처방은 '우리는 하나'라는 사회적 공감대"라는 주장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
ⓒ조선일보

그러나 동의하지 못한다. 공감하지도 못한다. 당위적 총론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각론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사회화된 위기 구조 속에서 외부 세력이 개입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현상이 문제라고 했다. "철거민들을 정치적 봉기의 불쏘시개로 삼으려고 철거민들을 앞세워 폭력을 휘두르는 전철연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사설).

이런 '외눈박이'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이런 '절름발이'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 이런 인식과 주장이 종내에는 '우리는 하나'를 해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절박성을 안다면 이렇게 얘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용산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변을 당한 사람이 50대, 60대, 심지어 70대라는 사실이 뭘 뜻하는지를 헤아렸다면 이렇게 얘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20년, 30년 동안 식당만 운영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용역직원과 경찰특공대의 완력 앞에서 꼼짝못하게 된 현실을 인지했다면 이렇게 얘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철연의 투쟁방식을 두호하기 위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에 앞서 헤아렸어야 했던 사실이 전철연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철거민의 절박한 처지라고 확신하기에 하는 얘기다. 집부자의 수백만원 종부세에 대해서는 여러 해 동안 집요하게 비판하면서도 하루아침에, 그것도 한겨울에 수억원의 권리금을 허공에 뿌리고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철거민들의 사정을 외면하는 정치권과 언론이 있는 한 '전철연의 폭력투쟁'보다 더 한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조선일보'가 우려하는 '경제위기의 사회화'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조선일보'가 정부를 향해 꼬집었다. "지금 필요한 메시지는 '너무 추운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먼저 옷을 벗고 추위를 맞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경찰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화염병 투척'과 '전철연 배후'를 근거로 '용산 참사'를 '도심 테러'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들의 이런 논법에 따르면 경찰의 과잉 진압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6명의 사망자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 된다.

'조선일보'는 말이 없다. 경찰과 한나라당의 이런 주장에 반박하지 않는다. 아니, 동조한다. '전철연 배후'를 제기하면서 용산 철거민들의 절규를 "정치적 봉기를 위한 불쏘시개"로 격하한다.

이런 식의 주장이 횡행하면 '우리는 하나'는 실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제2, 제3의 용산 철거민, '조선일보'가 '경제위기'의 징표로 들었던 200만 실업자는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봉'이라고, '우리는 희생양'이라고, '우리는 소외자'라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면 '조선일보'가 우려한 '경제발 사회위기'에 '불신탓 사회위기'가 덧대진다. 위기가 구조화 되고 저항이 상시화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