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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개각에 입 닫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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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개각에 입 닫는 이유

[김종배의 it] 집권 2년차 인적 정비 '진퇴양난'

전광석화·질풍노도의 속도전은 공염불이 됐다. 진군 나팔소리가 울려야 할 자리에서 파열음이 새어나온다. <경향신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 공무원 사회는 난리도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개각 보도다. 오늘도 나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질되고 그 자리에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앉을 것이라는 보도다. 그뿐인가. 한상률 국세청장의 사퇴를 놓고 입씨름이 오가고,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감사원의 내사를 받고 있다.

실상이 이렇다. 누구는 입각을 희망해 흘리고, 누구는 낙마에 반발해 저항한다. "현직들은 자리보전을 위해, 도전자들은 낙점 받기 위해, 세력들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대를 겨냥한 각종 음해와 비난을 확대재생산하고(한국일보)" 있는 것이다.

분위기가 이러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국세행정에 매진해야 할 국세청장이 경주와 대구에 가 골프 치고 술 마신 게 대표적인 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 들어가 독전하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는 지하 깊숙이 숨어 두더지 게임을 하고 있다.

누굴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게 하는 모호한 태도가 아전인수와 자가발전과 마타도어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 ⓒ청와대

이해는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모호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충은 이해한다.

MB입법이 연말에 마무리만 됐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연내 입법만 달성했다면 정부와 한나라당을 아우르는 여권 인적 개편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12월에 사표를 받은 1급 고위공직자에 대한 후속인사도 말끔하게 처리해 공무원 사회의 전열을 정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꼬여버렸다. MB입법이 2월로 넘어가 버렸다. 이러면 한나라당 인사의 '차출'이 어려워진다. 그 뿐인가. 급한 마음에 개각을 서둘렀다가 '강부자' '고소영'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 기름을 끼얹는다. MB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배수진을 칠 야당에게 창을 쥐어준다.

그래서일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미뤄진 법안 처리가 더 중요하다며 개각이 이뤄진다면 그 시점은 설 연휴 이후일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이것일 것이다.

근데 이 말 또한 모호하다. '설 연휴 이후'가 특정되지 않은 게 문제다. '설 연휴 이후'가 '2월 임시국회 직전'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2월 초일까? 아니다. 여야가 쟁점법안을 '합의처리 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고 '협의처리'하기로 했으니까 국회가 개회되자마자 뚝딱 MB입법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어차피 2월 말까지는 가야 된다. 다시 말해 설 연휴 이후에도 개각의 조건은 창출되지 않는다.

참 난감하게 됐다. 개각을 서두르면 국회가 싸움판이 되고 개각을 미루면 공무원 사회가 싸움판이 된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쩔 것인가? 일각에서 거론하는 것처럼 단계적 개편을 강구할 것인가? 경제부처와 4대 권력기관장만 우선 바꾸려 할 것인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게 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안다. 그렇게 해봤자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안다.

사실 그게 전부다. 경제부처와 4대 권력기관장이 개각의 팥소다. 최대 문제로 떠오른 민생과 민주와 직결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게 전부다. 자리 수로는 일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이명박 집권 2년차를 상징하는 자리다. '부분'이라고 해서 국회와 국민이 '대충' 넘어갈 성질의 자리가 아니다.

어차피 묘수는 없다. 정면돌파하거나 전면재검토 하거나 둘 중 하나다. 개각과 MB입법을 패키지로 묶어 단번에 밀어붙이거나 개각과 MB입법을 분리해 접근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전자는 극심한 반발과 공격을 야기하는 문제가 있고, 후자는 국정 타이밍을 놓친다는 문제가 있지만 별달리 강구할 뾰족수는 없다. 어차피 정치나 행정 어느 한쪽에서는 감점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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