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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혹 붙인 '국회폭력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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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혹 붙인 '국회폭력방지법'

'반MB 구도' 강화, 한나라당도 부메랑 맞을 듯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국회폭력방지법'이 2월 입법전쟁을 앞둔 여권에 또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올 개연성이 커졌다.

한나라당이 '국회내 폭력 근절'이라는 캠페인성 여론몰이로 법안을 공개했으나, 이에 대한 싸늘한 여론은 물론이고 여권 내에서도 반대론이 일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날치기 보장법', 'MB 최고악법' 등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어 대야 관계 악화를 증폭시키는 촉매제도 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선보인 국회폭력방지법은 폭행, 협박, 주거침입, 퇴거불응, 재물손괴 등의 행위에 대한 징역형을 명시했고, 의무적 고발은 물론 재판기간도 크게 단축시켜 이에 해당되면 의원직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를 적용한다면 지난 1월 국회에서 본회의장과 각 상임위를 점거했고 퇴거명령에도 불응했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사실상 전원이 배지를 떼야 한다.

실현가능성도 희박할 뿐더러 의도가 뻔히 보이는 강경 법안은 반발을 낳았다. 국회폭력방지법에 대한 찬성의견(36.9%)보다 반대의견(46.0%)이 높게 나왔다(KSOI 여론조사). 가뜩이나 국회 폭력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30.7%)과 청와대(15.5%) 등 여권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민주당(15.6%), 민노당(1.9%) 등 야당 책임론보다 3배 가까이 높게 나온 터였다(내일신문-한길리서치 1월 여론조사).

특히 이 법안은 정당간의 대결구도보다는 'MB 대 반MB' 성격을 더욱 짙게 할 만한 소지가 다분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쟁점법안 처리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해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때렸다"고 '정치개혁'을 선창한 것과 맞물려 2월 국회를 대비한 '야당 무력화' 차원에서 고안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나온 배경에는 '청부입법'이란 의심을 받을 정도로 사실상 청와대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갈등 조정에 따르는 시간이 투자될 수밖에 없는 국회의 정치기능을 '속도전의 걸림돌'로 인식하는 청와대의 정치관이 정국을 더욱 냉각시키는 근본 문제라는 것.

따라서 야당의 비판은 하나같이 청와대를 향한다. 율사 출신인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14일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회폭력방지법은 날치기 보장법이며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려는 제2의 유신헌법"이라며 "민주당은 결사 저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통위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직권상정을 국회 폭력 사태의 시발점으로 분명히 명시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위기' 규정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정치위기로까지 비난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쐐기를 박았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이 신중론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 역시 "국회에 윤리규정이 있는데 이를 좀 분명하고 명확하고 철저하게 해야 한다"면서 "굳이 특별법으로 해야 하는지는 좀 더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부 수장이 법안의 내용과 형식에 사실상 난색을 표함으로써 국회폭력방지법은 협상력도 얻지 못하고 제 발에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 법만 통과되면 야당의 물리력 저지는 불가능하게 된다"고 거듭 의지를 천명했지만, 앞으로 밟아야 할 공청회 과정 등을 거치면서 청와대만 바라보는 '거수기 집권여당' 논란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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