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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박 씨 "반MB 단체에 가입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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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박 씨 "반MB 단체에 가입한 적 없다"

박찬종 변호사 접견…"학벌이 온라인에 의견 표하는 데 장애되나?"

검찰에 의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밝혀진 박모 씨(30)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된 후 처음으로 두렵다는 심경을 밝혔다. 박 씨는 여론이 이처럼 과열되는 양상이 부담스럽다며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지 말아달라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 12일 박 씨를 접견한 박찬종 변호사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박 씨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박 씨는 접견에서 "포승줄과 수갑을 차고 이렇게 면담을 해야 하는 사실이 무섭다. 온라인에 글을 쓰면 온라인에서만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박 씨는 특히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두고 "솔직히 두렵다. 정치적으로 비화되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며 "나는 정치인이 아니고 연쇄살인범도 아니다.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언론이 본명 등 개인신상까지 낱낱이 밝힌 데 대해 "앞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절망감을 표했다.

한편 박 씨는 자신이 쌓은 경제이론 바탕은 이준구 서울대 교수가 쓴 <경제학원론>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실물 경제 지식은 잡지와 서적, 웹서핑을 통해 습득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지인과 오피스 인테리어 사업을 5년 간 꾸려왔다고 답했다.

그는 이밖에도 자신을 둘러싼 여러 정황에 대한 질문에 비교적 상세히 대답했다.

먼저 박 씨가 5000만 원을 주식에 투자해 많은 손해를 입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식 등에 단 10원도 투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월간 <신동아>가 "미네르바가 기고한 글"이라며 단독보도한 건에 대해서는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되었다"며 다시 한 번 자신이 신동아에 글을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단체에 몸 담은 적이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 MB단체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일개 블로거일 뿐"이라며 '민주주의 2.0'을 제외한 어떤 온라인 단체에도 가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미네르바'라고 밝힌 박모 씨가 지난 10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오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시스

박 씨는 특히 언론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이 가족들과 인터뷰를 추진하는 데 대해 "연로한 부모님께 기자분들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가족들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도활동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 있는 자신의 여동생과 전화인터뷰를 했다는 기사와 관련해 "동생은 외국에서 봉사활동 중이라 전화가 안 되는 것으로 안다. 모 언론사에 난 나의 여동생은 도대체 누구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의 학력과 사회적 신분을 강조하는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학벌이 온라인에 의견을 표하는 데 제약이라도 되나. 온라인 블로거 중에 현직 프로보다 식견이 높은 블로거가 많다"며 "앞으로 온라인에 의견을 표시하려면 최종학력과 직업을 쓰고 글을 게재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은 어떠냐"고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한편 누리꾼들은 박 변호사가 공개한 접견내용을 읽고 "미네르바 구속은 나라 망신", "구시대적 쇼맨십을 정부가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라는 등의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구속 수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화명을 '미네르바'로 변경하고 글을 올리는 누리꾼도 늘어나는 추세다.

박 씨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예견한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온라인 상에 퍼지는 추세다. 일부 누리꾼은 이번 접견 내용을 두고 "<경제학원론>이 주는 초급적 지식만으로 그 정도의 수준 높은 글을 쓰기는 불가능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포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는 "진짜 미네르바는 여전히 외국에 있으며 정부가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국내 최상위 계급인물"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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