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에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회기 중 해외 여행 파문이 일면서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 4명이 13일부터 1주일 간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며 금융위기 극복 대책을 공부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취소했고, 지식경제위도 호주, 필리핀 등을 방문해 에너지 시설을 탐방하려다 취소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법사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여야 의원 4명이 로스쿨 제도 견학을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하려 했으나 취소했고, 교과위도 위원장 및 간사단이 14~23일 프랑스, 독일, 헝가리, 체코 등을 방문해 교육시설을 방문하고 교육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전격 취소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정두언, 김영우, 조해진 의원 등은 중국공산당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뤘다.
국회 향한 따가운 시선에 해외 출장 포기
이와 같이 해외 출장 포기가 속출하는 것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여야 원내대표단이 1월 중 미국과 멕시코를 방문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 취소한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엄혹한 분위기 속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주말 해외여행' 파문이 일면서 더욱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됐다. 각당 지도부도 이와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집안 단속'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해외출장 자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출장을 취소시킨 한 중진 의원은 "출장 계획은 1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 처리가 마무리된다는 전제 하에 짜진 것인데, 대부분이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며 "또 1월 임시국회가 연장돼 설날 지역구 활동을 위해서도 1월 출장은 빠듯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동 순방' 김형오 의장, "의원 외교 중요"
그런데 이런 출장 취소 분위기에 대해 역시 출장 계획이 잡혀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난처해하다 14일로 예정된 이집트 방문을 취소하고 16~28일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 터키 등 중동 3국만 방문키로 결정했다. 1월에 재소집된 임시국회는 원칙상 이번 달 말까지 회기가 유지되지만 13일 의사일정을 종료키로 여야가 합의한 바 있다.
김 의장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국회 상황을 감안, 추진 여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했으나 이미 예정된 국왕, 대통령, 국회의장 등 최고위 인사들과의 면담 취소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외교적 결례로 인한 국가 위상 하락 등의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의장도 민주당 해외여행 파문이 일던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유나 관광이라는 오해를 받는 국회의원의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이 필요하지만 의원외교 차원에서 이뤄지는 국회의원의 공식 해외 출장은 국민들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김 의장은 '경제 외교'를 강조한 점이다. 의장 비서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요르단에서는 홍해-사해 대수로 사업 참여 협의,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안정적인 원유공급과 고등훈련기(T-50) 수출지원, 터키에서는 방위산업 분야 협력체계 구축 등 국가적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현지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거의 '대통령 순방'에 버금가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중동 지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점에 '무기 수출 지원' 계획을 잔뜩 내놓은 점이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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