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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간강사 외면한 국회…고등교육 정상화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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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간강사 외면한 국회…고등교육 정상화 어림없다"

[벼랑 끝 31년, 희망 없는 강의실·24]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이 시간강사 처우개선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재정 부담이다. 시간강사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한 국회의원들과 강사들은 무엇보다 정부와 대학의 인식 전환과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가 선결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시간강사 처우 실태는 물론이고 개선 방안까지 이미 공론화돼 있는 마당이다. 구체적인 세부 실행 방안을 위한 재정 확보가 관건이다.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은 반대다. 시간강사 문제는 공감하면서도 재정 투자는 늘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 이제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세부 실행 방안을 짜야 한다. ⓒ이광수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13일 2009년 정부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시간강사 문제를 또 외면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안에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1500억 원을 신설했다가 국회 예산결산특위와 본회의를 거치면서 전액 삭감해 없던 일이 됐다. 1500억 원 신설을 주장했던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시간강사의 연구보조비를 포함한 평균 단가는 4만3000원으로 주당 9시간 근무시 연봉 추정액이 1161만 원이어서 연 2000만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우선 1단계로 강의 준비와 연구 활동비로 1500억 원의 예산 편성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의 예산 확정 과정이 아쉽지만, 시간강사 처우 개선 논의는 한 단계 진전돼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돼 왔고 국회에서도 정부탓만 해왔으나 이제는 구체적인 재정 추계가 제시돼 세부적인 논의가 가능해졌고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시간강사가 교원지위를 회복할 경우 신분보장과 함께 보수 현실화, 4대 보험 보장 등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는 교원지위 회복이 최우선이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해결하자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어느 정도 비용이 더 필요할까. 급여 수준은 전임강사 연간 급여액의 50% 수준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대략 2000만 원 수준이다. 전체 시간강사 수, 주당 9시간 이상 강의를 맡는 '전업강사' 환산 인원, 4대 보험 산정 기준, 퇴직금 지급 여부, 급여 수준 등에 따라 추가 재정 소요는 달라진다.

전임강사 연간 급여액의 50% 수준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5781억 원에서 최대 7353억 원까지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재정 추계 결과가 나와 있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 추계를 제시한 것은 이주호 전 의원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맡았던 그는 지난 2007년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인정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비용 추계서'를 처음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시간강사 처우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전 의원은 정부나 대학에서 가장 난색을 표하고 있는 인건비 지원에 대해서는 국·공립대 강사는 100% 국가가 지원하고, 사립대 강사 채용시에는 국가와 대학이 부담을 나눠 갖는 '매칭 펀드 방식'을 제안했다. 사립대에서 강사를 채용할 때 국고를 50% 지원하면 예산이 4617억 원이 소요되고, 국고를 40% 지원시 4070억 원, 국고 30% 지원시 3523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포함한 금액이다. 이 같은 추산은 교원의 법정강의시수 1주당 9시간을 충족하는 '필요전업강사' 수를 약 5만2780명으로 집계한 결과다.

필요전업강사의 대우는 국·공립대 전임강사 평균연봉 대비 최소 50% 수준을 기준으로 급여를 보장하고 교원 지위에 걸맞게 4대 보험 보장에 소요되는 경비를 포함한 인건비를 추계했다.

지난 2005년 국공립대 전임강사 평균 연봉은 약 4500만 원으로 여기에서 50% 수준인 최소 2250만 원을 '필요전업강사'에게 지급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4대 보험에 소요되는 사용자 부담액을 추가해 총 인건비를 추계하면 약 1조2913억 원이다.

2005년 현재 전국 4년제와 2년제 대학에서 부담하고 있는 강의료와 사회보험료는 총 5560억 원으로 추산돼 총 인건비에서 이 금액을 뺀 7353억 원이 추가로 투입이 돼야 한다. 사립대에 국고를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국고 지원액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전 의원이 이 같은 방안을 내놓자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측에서는 전임강사 연간 급여의 3분의 2 수준인 3056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이 전 의원은 포함시키지 않았던 퇴직금을 포함해 9387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최근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시간강사 관련 법안을 준비하면서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의뢰해 시간강사 처우 실태조사와 함께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시간강사 인건비 재정 추계를 보면, 전임강사 연간 급여의 50%를 대우할 경우에 5781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전 의원보다 재정이 적게 드는 것은 '전업강사' 환산 인원을 5만708명으로 계산했고, 전문대학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4년제 대학의 80% 수준으로 산정해 현실성을 고려한 때문이다.

전임강사 연간 급여의 50% 수준으로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할 때 대략 5000억 원에서 7000억 원 가량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궁극적인 재정 소요액이 아니라 단계적 처우 개선에 따른 1차 추가 비용이 이 정도다. 재원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이 전 의원은 "정상적인 교육을 위해 필요한 전업강사의 수를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부와 사학재단, 대학의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예산을 활용하고 고등교육부문의 교육부 예산 비중 확대, 일부 낭비예산과 부처 간 중복예산을 파악해 국가전체 예산에서 고등교육 부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또 불필요한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이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정리해 정부가 국·사립대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으로 재정 문제를 접근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학도 건물 신증축이나 과도한 이월·적립금 축적을 지양하고 예산을 배정할 때 전임교원 신규 임용과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우선 배정해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이 전 의원은 지적했다.

이해 당사자들은 이 같은 재정 해결 방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시간강사료 현실화는 가능하다. 교원 법적지위 확보와 4대 보험 보장은 어렵다. 전임교원과 동일한 법적지위를 부여하면 건물 신축 등 인프라제공, 부대비용 등 대단위 투입 비용이 예상된다. 교원지위 인정에 따른 발생 비용을 각 대학에 강제 부담하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대학 관계자)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률적으로 교원지위와 신분을 보장하고 전임교원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원하는 문제는 현 단계에서는 굉장히 어렵다."(교육과학기술부)

"정부 공교육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교육재정 문제다. 2008년 현재 GDP 대비 교육재정 규모는 5.15%. 언젠가는 상환해야 할 부채인 BTL을 제외하면 4.86%에 불과하다. 참여정부는 GDP대비 6% 확보를 공약했지만 달성하지 못했고, 이명박정부도 대선 공약으로 GDP대비 6%를 공약했다. 48조8000억 원인 2008년 교육재정 규모와 비교하면 11조478억 원이 더 늘어나야 GDP 대비 6%가 된다.

문제는 고등교육예산이다. 2005년 OECD 국가의 GDP 대비 고등교육부문 공공재원 평균 비율은 1.1%. 한국은 0.48%에 불과해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의 고등교육 민간재원 비율은 75.4%로 OECD 평균인 29.6%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더 이상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정부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국가 예산을 통제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당분간 고등교육예산의 증액에 별 의지가 없어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이렇다.
▲ ⓒ프레시안

기획재정부는 GDP 대비 고등교육예산 규모를 0.41%~0.43%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한국대학교육연구소 조사) 돈 줄을 잡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고등교육예산을 늘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부장관을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재정문제와 관련해 교과부가 제일 힘이 없는 것도 안다.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교육투자 효과는 늦게 나타나니까 제일 먼저 교육예산부터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등교육재정을 GDP 대비 1% 수준으로 증액하기 위해서는 2012년까지 최소 9조6천200억 원에서 최대 12조75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2009년 예산 가운데 고등교육예산은 4조7000억 원이다. 두 배 이상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확충되지 않으면 대학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고, 시간강사 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고등교육예산은 현재보다 10조 원 가량은 더 늘어나야 그나마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이 될 수 있다.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위한 재정 투자는 이처럼 '고등교육재정 확충'이라는 핵심과제와 함께 맞물려 있다. 현재 대교협을 중심으로 교육계는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고등교육재정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사실은 고등교육재정이 확보되면 시간강사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는 점이다. 현행 시간강사제도를 유지하면서 '전임교원'을 더 많이 임용하는 방식으로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인데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다. 시간강사들의 궁극적인 지향과 목표는 '전임교원'이 되는 것이지만 현재의 시간강사 제도를 계속 존속시키는 한계가 분명하고, 특히 대학별로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현재의 시간강사 제도를 존속시키면서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김영곤

시간강사 문제의 핵심은 시간강사가 실제 '교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지위나 대우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간강사에게 '먹고 살만한' 생계비 걱정을 덜어 주는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게 아니라 대학교육의 정상화, 학문후속세대의 육성 등 고등교육의 질적 전환을 위한 과제다. 정부 재정 확보와 분배도 이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등교육예산 확충과 함께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별도의 예산 확보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 이 연재는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의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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