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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일제고사, 교사 해직…한국은 놀랄 일 투성이"

핀란드 교육학자 "경쟁으로 실력 못 길러"

"이런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굉장히 놀랐다. 교사들이 용기 있었다고 본다. 자기들이 믿는 바를 당당하게 표현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줘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핀란드 이베스킬레 대학교의 요우니 봘리예르비 교수. 그는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파면·해임당한 교사의 문제를 묻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핀란드 교육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쟁'이 아닌 '협동'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핀란드의 학교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핀란드 학생들은 PISA(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에서 잇따라 최고 성적을 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경쟁에 익숙해져야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철학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요우니 교수는 핀란드 학교 정책과 교육 평가 분야의 전문가이자 PISA 연구원이다. 지난해 <프레시안>은 안승문 스웨덴 웁살라 대학 객원연구원이 현지에서 요우니 교수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실은 바 있다. 지난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일제고사, 학교 정보 공개, 영재학급과 같은 수준별 수업 등 최근 한국에서 줄줄이 시행되고 있는 교육 정책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12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교육에 대한 소회와 핀란드 교육의 특징을 밝혔다.

"좋은 교사를 기르고 자체 평가를 존중하는 교육"

▲ 핀란드 이베스킬레 대학교 요우니 봘리예르비 교수 ⓒ프레시안
"한국 교육이 세계적으로도 경쟁에 치중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학생들은 핀란드에 비해 굉장히 공부에 시간을 많이 쏟는다. 야간자율학습, 과외, 보충수업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요우니 교수는 한국에서는 보편적인 '교육 활동'이 매우 생소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그 중에서도 핀란드와 가장 차이나는 점은 국가가 시행하는 정기 고사와 장학 감사, 교사 평가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훈련을 거쳐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교사들, 그리고 이들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끌어가는 학교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핀란드에 정부가 학교를 감독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그러나 부정적 효과를 낳았고, 교육의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 판단돼 없어졌다. 교육이 분권화되면서 철저히 지방자치단체와 교장에게 학교를 맡겼다. 학교 자체 평가가 중요하며 정부가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필요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요우니 교수가 설명한 교육 평가 시스템은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됐다. 핀란드 역시 관료주의적 장학 감사 제도가 있었지만 폐지됐다. 또 핀란드의 교육 평가에는 서열화나 재정적 지원과 상관 관계가 없다.

특히 핀란드에서는 같은 학년 학생들이 일제히 치르는 표준화된 시험, 일명 일제고사가 우리나라의 초·중학교 과정인 '종합학교' 단위까지 전혀 치뤄지지 않는다. 5~7%의 표본을 추출해 지역간 격차를 확인하는 자료로 쓸 뿐이다. 대신 가장 중요한 평가는 학교 발전과 지원을 위한 학교 자체 평가이다.

요우니 교수는 "자신이 잘 했는지를 스스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평가 개념"이라며 "이는 평생교육 차원에서도 스스로 교육 욕구를 실현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같은 교육 평가의 핵심에는 교사들에 대한 높은 신뢰가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에서는 교사 교육을 무척 강화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교육 정책에 이런 판단이 바탕이 됐고, 현재 핀란드 교사는 모두 석사 학위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교육 연구와 특수 교육이다. 수학이나 읽기 등에 장애가 있는 학생은 학교 밖이나 교실 밖으로 내치지 않고 되도록 부드럽게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돕는다."

요우니 교수가 설명한 핀란드의 교실 풍경은 각 학교에 하나씩 영재학급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정책과 정반대다. 그는 "능력이 다른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교육 원칙 중 하나"라며 "이런 교육이 효과가 있다는 건 실제로 PISA에서도 증명됐다. 성적이 낮은 학생도 다른 국가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 덧붙였다.

"교사의 정치 참여? 국회의원 하다가 돌아올 수도"

요우니 교수는 핀란드 교육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추진되는 한국의 일제고사를 두고 "교육의 목적 자체를 너무 좁게 여기고 있다"며 "좁은 의미에서의 교육만 강조되고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쟁을 강조하는 핀란드 국민도 있지만 나는 평가와 경쟁 강조하는 것이 교육에서 도움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실제 교육 효과도 이미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질 높은 수준의 평가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 자체가 돈이 비싸다"며 "차라리 이런 돈을 교사 교육이나 현직 능력 향상에 사용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일제고사 시행을 지속하겠다는 이유 중 하나는 시험을 통해 학교별 성적 격차 등의 정보를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요우니 교수는 "그건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학교에 입학할 때 이미 출발점이 다르다. 가난한 지역에서는 부모의 지원 없이 입학하고, 어떤 학생은 부유해서 많은 교육을 받고 들어온다. 이들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똑같이 평가하는 게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즉 평가 결과를 학교 교육 때문이라고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요우니 교수는 최근 서울시교육감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한국의 현실이 핀란드와 얼마나 다른지 설명했다.

"핀란드에서는 국회의원 중 약 20%가 교사 출신이다. 임기가 끝난 뒤 다시 교사로 복귀할 수도 있다. 교사는 다른 어떤 시민과도 똑같이 정치 참여의 기회를 갖는다. 지자체 교육 담당 부서의 결정 역시 대부분 교사가 맡는다."

교사의 활발한 정치 및 행정 참여를 보장하는 핀란드. 그것은 교사를 단순히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아닌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는 당사자로서 존중하는 핀란드 사회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또 그것은 이번 해직 사태에서 해직 교사와 이들을 지지하는 학부모들을 '정치적 선동꾼'으로 몰아가며 '법의 파수꾼'을 자처한 한국의 교사 및 교육 관료의 인식과도 한참 다른 부분이다.

요우니 교수는 "핀란드에서 교사가 해직된다는 것은 치명적 실수를 하거나 큰 해를 미쳤을 때만 해직된다"며 "정치적 견해 때문에 해직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 이 때로는 지나치게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그들이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교육의 자율권이 생성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물론 나는 하나의 모델을 어느 나라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다"며 "각 나라마다 자기들 문화적 상황에 맞는 교육 모델을 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핀란드 등 북유럽 사회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한국 교육과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지나친 경쟁과 줄 세우기를 낳는 한국 교육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북유럽 교육에 대한 관심은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에 실린 북유럽 교육 관련 기사를 한데 모았다. <편집자>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멀리 봐야 희망을 찾는다"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일제고사, 교사 해직…한국은 놀랄 일 투성이"
"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관리자는 '윗사람'이 아니다"
"'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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