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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논란 확산…"충성 경쟁하느라 수사력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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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논란 확산…"충성 경쟁하느라 수사력 낭비"

누리꾼들 "우리도 잡아가려나"…외신 · 외국 누리꾼들도 비판

9일 오전 모든 일간지·포털 톱이 단 한 단어, '미네르바'로 도배됐다. 주요 일간지들은 경쟁적으로 검찰이 박 모 씨(30)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주요 포털에는 관련 기사마다 누리꾼들의 의견 수백 개가 줄줄이 달리고 있다. 미네르바가 처음 등장할 당시 바람이 불었다면 지금은 가히 '태풍'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검찰이 이날 내건 구속영장 청구 근거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게 이 법 조항이다. 이 법은 친고죄 성격이 아니라 수사 당국이 법적 판단에 따라 내사에 착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들끓을 당시 허위사실 유포죄로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들도 이 법 조항에 따랐다.

"충성 경쟁 벌이는 검찰의 수사력 낭비"

이번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단 하나다. 검찰의 행태가 지나치다는 것.

송호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는 "검찰이 표면적으로 '허위 사실 유포'를 들고 나오는데 이는 빌미일 뿐"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해왔다는 점 때문에 검찰의 표적이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요 언론 보도와 검찰 측 반응을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미네르바가 "정부가 긴급업무명령 1호로 주요 금융기관과 기업에 달러매수 금지 공문을 전송했다"는 글을 올리자마자 곧바로 추적을 시작했다.

검찰이 오래 전부터 미네르바를 예의주시하고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미네르바의 주장과 달리 재정부의 "공문이 아닌 협조요청을 했다"는 언론 인터뷰는 수사 명분이었을 뿐이다. '협조'를 '공문'이라고 표현한 것이 구속 이유가 된 셈이다.

허위 사실이라는 점이 맞다 하더라도 찜찜한 점은 남는다. 미네르바가 이전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볼 때 허위 사실을 '공익을 해치기 위해', 곧 의도적으로 한국 경제의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퍼뜨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네르바가 올린 글의 일관된 요지는 '한국 경제가 위기로 가고 있으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허위 사실이 맞다고 해도 이를 처벌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경제 상황을 위기로 만들기 위해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미네르바가 글을 쓴 목적이 그게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검찰의 이번 움직임은 엄연한 '수사력 낭비'라고 송 변호사는 지적했다.

긴급조치 9호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전기통신기본법

전기통신기본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전기통신기본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경찰국가가 되고 만다. 이 법에는 옛날 긴급조치 9호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체포사실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으며 어떤 이유에서건 미네르바를 법으로 처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검찰이 이처럼 무리하게 수사권을 이용하는 이유가 수사력을 넓히려는 검찰 내부 목적과 경찰과의 충성 경쟁이 빚은 합작품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경찰은 사이버수사대가 있지만 검찰은 없다. 대검 별정직 직원들에게까지 사법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법안이 나온 이유"라며 "검찰이 수사권·관할권을 넓히려고 혈안이 된 상황에서 미네르바가 딱 걸린 것으로 검찰이 정권 의향에 부응하려는 노력과 수사권 확장 의욕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송영길 최고위원 등은 이번 사태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뉴시스

정치권·해외언론 "한국 독재국가"

이미 '미네르바 구속영장 청구 사태'는 정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절 막걸리 마시다 정권을 욕했다는 이유로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가는 어둠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고 야간통금을 실시했던 '야만의 시대'를 부활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지하벙커-워룸을 만들더니 첫 작품이 인터넷 논객을 체포해 구속시키는 것이냐"고 따지며 "이런 것이 문제라면 '주가를 3000까지 올리겠다', '재산 헌납하겠다'고 말하고 이를 실행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도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해야 한다"고 검찰과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송 의원 등 이번 현안에 관심을 가진 변호사 출신 의원들은 박 씨와 면회를 추진하고 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내며 "박 씨가 아고라에 올린 100여 편에 이르는 글 중 오직 그 한 문장(공문 관련)만이 법에 저촉이 되어 처벌하겠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유사한 '허위사실'을 전파한 수많은 누리꾼도 동일한 죄목으로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번 체포의 무리함을 지적했다.

정치권이 검찰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곧 이 문제가 정치 문제로 확대됐음을 입증한다. 이는 곧 '검찰-정권' 라인이 엄연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재경검찰 신년 다짐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언론도 들끓고 있다. 국내 주요 언론이 상대적으로 미네르바 개인에 초점을 두는 반면 해외언론은 이번 사태를 정부의 언론자유 탄압 사례로 이해하는 모습이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아시아 국가 중 금융위기의 타격이 가장 큰 한국 정부가 부정적 여론에 대해 점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례"라며 "미네르바가 한국 정부를 화나게 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인터넷 가십의 영향력 급증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쾌한 심경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한국 언론 자유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지켜본 일본 누리꾼들은 "지금 한국에서 '경제 위기'는 금지용어인 모양", "경제동향을 예측했다고 체포하는 나라가 북한과 뭐가 다르냐"고 말하는 등 한국 정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누리꾼들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

미네르바가 검찰에 체포되면서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네르바가 단어 하나 때문에 체포되는 것을 실제로 보게 된 마당이라 누리꾼들이 겁을 집어먹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날을 세우는 일부 언론인에 대한 염려로 확대되고 있다. <프레시안>의 손문상 화백과 <경향신문> 박순찬 화백·김용민 화백, <한겨레>의 장봉군 화백의 만평에는 "이러다 검찰에 잡혀가는 것 아니냐"는 누리꾼의 댓글이 수시로 달릴 정도다.

오래된 일이지만 실제 검찰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비판하는 만평을 자주 그린 모 언론사 화백은 "작년 초 검찰이 출입기자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런 그림을 자꾸 그리면 소송할 것'이라고 협박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TV 앵커에 대한 압박은 정부 차원에서 보다 확연히 가해지는 추세다.

지난 6일 방송통신심의위는 검은 옷을 입고 방송을 진행한 일부 앵커에게 출석·서면 진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10월~11월 이뤄진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행사 참여 차원에서 검은 옷 투쟁을 한 것을 두고 "이 행사에 동조하는 뜻으로 입은 것인지 소명하라"는 이유다.

이에 대해 SBS 노조는 성명을 내 "검은 옷을 왜 입었느냐고 물어 대답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하려는 의도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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