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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전교조 공격, '미래 비판세력'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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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수의 전교조 공격, '미래 비판세력' 죽이기"

[인터뷰] 정진후 전교조 새 위원장

1989년, 수십 명의 교사가 구속·수배되고, 1500여 명의 교사가 해직되는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창립했다. 정부가 조성하는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참교육'을 들고 나온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꼭 20년이 지난 2009년, 사방에서 전교조를 두고 '위기'라고 말한다. 조합원 수는 줄어들고 있다. 교원평가제 논란 속에서 전교조는 학부모들로부터 '이익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보수 언론과 보수 단체들은 끊임없이 전교조를 '빨갛게' 색칠했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념 공세를 본격화했다. 청소년이 나서면서 번진 촛불 집회는 구체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당황한 정부는 촛불의 배후를 전교조로 낙인했다.

그 와중에 이명박 정부의 '교육 개혁' 정책이 속속 시행됐다. 0교시와 보충 학습이 부활했고, 3불 정책이 무력화됐고, 전국 일제고사가 다시 시행됐다. 각 학교에서 주문이 끝난 역사 교과서 내용까지 뒤집혔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현 교육감이 아슬아슬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하면서 '개혁 드라이브'와 전교조 압박은 더욱 노골화됐다. 무산된 바 있던 국제중 설립이 강행됐다. 한나라당은 전교조에 지급한 지원금 반환을 요구했으며, 시·도교육청에서는 잇따라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검찰은 '전교조 후보'로 몰린 주경복 후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송원재 서울지부장 등 전교조 집행부를 구속하고 본부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이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 7명을 해직했다. 이후 해직 교사의 출근을 막는다며 초등학교 정문에 경찰을 배치한 광경으로 'MB식 교육'은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년 만에 다시 해직 사태를 맞았지만 여전히 화살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보수 단체들의 신년 인사회에서는 2009년 타격 대상에 전교조를 1호로 꼽았다. 이미 지난해 10월 전교조가 '이적 단체'라며 고소를 당했다. 가히 총체적 위기다.

지난해 12월 당선된 정진후 위원장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그 누구보다 무거우리라는 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정 위원장은 1988년 교직생활을 시작해 경기지부장, 전교조 감사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맡을 앞으로의 2년은 전교조는 물론 한국 교육의 향방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교조 죽이기, 비판의 미래를 끊으려는 것"

▲ 정진후 전교조 14대 위원장. ⓒ교육희망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교조는 조합원 뿐만 아니라 10만 이상 현장 교사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이다. 또 수십 만 명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치는 집단이다.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자신들과 반대의 방향으로 만들어나가는 중심 세력이라고 보기 때문에 전교조를 죽여 미래 세대과 비판 세력과의 연결 자체를 끊어내려는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에서 만난 정진후 위원장의 표정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당선 이후 축하보다는 걱정과 염려 속에서 출발한 전교조의 상황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위기'보다는 '기회'라는 단어를 더 강조해 말했다. '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이들의 의도와 결말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80년대 전두환이 가장 처음으로 국보위를 설치했다. 힘으로 일시적으로는 제압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잘못된 근대 독재자일 수록 잘못된 제도 위에서 군림하려고 한다. 현재 논의되는 집시법 개정도 마찬가지 논리이다."

그는 "이 구도가 교육에서도 관철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대대적으로 전교조 조합원 수십 명을 사법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들에게는 '복종의 의무'와 '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내렸다. 정 위원장은 "전교조를 탄압하는 게 아니라 전교조가 법을 어긴 집단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을 가지고 승부해야 마땅한데 논리로는 이미 자신이 없으니까 법을 동원해 단시간 내에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힘에 의해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법과 제도를 힘으로 만들어놓고 특정 집단이 법과 제도를 어겨서 자꾸 일탈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용이 빈약한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총론의 줄기를 바꿔야 한다"

힘으로 개혁을 관철시키려는 정부의 '전략'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정진후 위원장은 바로 그 방법이 이제 교육 분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도 이제는 많은 부분을 새롭게 생각한다고 본다. 국제중에 대한 여론, 촛불 정국에서 학생들이 나타낸 생각, 또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났던 국민들의 지향점 등. 전에 볼 수 없던 현상이다."

전교조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뿐만 아니라 0교시와 '야자'로 상징되는 학교 자율화 정책에 반대하며 청소년들이 먼저 촛불 집회에 나섰을 때 '배후 세력' 1순위로 지목됐다. 공정택 교육감을 비롯한 관료들은 공석에서 거침없이 이런 주장을 쏟아냈다. 오히려 학생들이 당황했다.

정진후 위원장은 보수 세력이 교육 개혁을 서두르는 이유 중 '촛불 세대'에 대한 염려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촛불을 들었던 지금의 중학생, 고등학생이 몇 년 후 선거의 유권자로 등장한다"며 "그 시기를 현 정부에서는 염려하고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전교조를 더욱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나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중,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 역사교과서…. 정부가 펴는 교육 정책은 극단적인 시장주의, 경쟁 교육, 그에 기반한 경제 정책에 있다. 앞으로도 비슷한 정책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나하나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걸로만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근본 요인은 정부 교육 정책의 총론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기전에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큰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줄기를 바꿔내는 중심에서 전교조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12월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들이 중징계를 받은 뒤 개별 교사의 희생만 부각됐다는 일각의 비판을 '상대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교조가 작년 10월에 갑자기 일제고사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일제고사를 획일화된 경쟁 교육을 심화시킨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계속 해왔다. 학교에 있던 선생님들이 꾸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여된 권리를 인정하고 교사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중징계 이후 일제고사의 문제가 많이 알려지게 됐다.

일제고사는 계속 치뤄진다. 이후에는 더 많은 분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 기반에서 싸움은 성공을 향해 나가는 게 아닐까. 단 한번에 모든 것을 걸 순 없다. 뭐든지 여건과 분위기가 성숙해야 할 것이다. 물론 노력했지만 지금까지는 부족했다. 이것 역시 하나의 성과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바라봐야 한다."

"2010년 지자체 선거 앞서 공통분모 찾아내야"

정 위원장이 '변화의 기점'으로 주목한 것은 바로 오는 2010년 치러지는 지방자치선거였다. 이는 그가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가장 강조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 선거는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피할 수 없다. 교육 부문에서도 당연히 그런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16개 시도교육감 선거를 주민 직선으로 치르게 된다. 이를 통해 교육 정책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이것이 국민과 함께 하는 교육 운동에서 지금 전교조가 채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이지 않을까."

정 위원장은 따라서 장기전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오는 2월,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 취임 1년을 기점으로 교육 정책 1년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모든 정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도록 요구하겠다"며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까지 포함한 공통분모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교조가 직접 나서서 선거 운동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문 중 하나가 교육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정책 현안이 됐던지 공동기구가 됐던지 간에 그 단위를 중심으로 해서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전교조는 그런 틀을 묶어내는데 전심전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에 앞서 반한나라당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정 위원장의 자신감.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이미 국민적 지지를 잃어버렸다는 판단에서 기인했다. 그는 그 이유를 "현 정부가 지난 수십 년 간의 교육 발전 방향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시민들이 요구하는 교육과 전교조가 지향하는 교육이 만나는 접점이 되며, 바로 이 점에서 전교조에게 현재는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교조 활동의 방법론만 평가받았다면 이제는 내용에 귀기울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더 많은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분명 기회라고 본다.

전교조는 현재보다 더 세찬 폭풍 속에서도 성장해왔다. 외압이 거셀 수록 내부의 단결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고,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다. 다만 그 속에서 전교조는 지금보다 더 겸손하고,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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