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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전세 대출제 도입 이틀 만에 '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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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전세 대출제 도입 이틀 만에 '딴 소리'

재정부-국토부 의견 조율도 안 돼…시장 혼란만 가중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전세반환금 대출, 이른바 역전세 대출 제도 도입을 두고 이틀 간격으로 전혀 다른 내용의 보도가 나와 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확정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가 연이어 쏟아져 정부의 신뢰성만 더 떨어지고 있다. 제도 도입 사실 여부를 떠나 결국 정부 부처 내 의견조율이 되지 않아 이와 같은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도 도입' 보도 이틀 만에 '안 한다'…?

7일 오후 주요 경제지는 일제히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역전세 대출 제도 도입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보도했다.

불과 이틀 전 재정부 발(發) 기사 내용이 180도 뒤집힌 것이다. 지난 5일만 하더라도 재정부는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 문제가 빚어지고 있어 전세반환금 대출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재정부는 '검토 중단'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두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재정부 정책조정국 관계자는 "여전히 다양한 주택정책의 한 방편으로 검토 중인 것은 변함이 없다"며 "(오늘 기사는) 완전히 소설이다. 내부적으로 확인해보니 간부 중에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은 없었다. 해명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노골적으로 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이처럼 상반된 기사가 보도되는 근본 이유는 결국 정부 내에 있다는 게 문제다. 도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재정부 입장과는 달리 전세자금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이 제도에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언론을 통해 흘러 나왔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재정부 쪽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현재 기금 여건상으로는 (전세보증금) 재원을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보증금 제도의 성격도 기금의 본래 목적과는 다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역전세 현상이 전국적인 현상인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이며 "나아가 현재 기금 재원수준으로는 본래 목적인 전세지원을 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재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제도의 도입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주택기금 규모는 약 25조 원이다. 이 중 상환될 분량을 감안하면 실제 사업비는 절반 정도에 그친다. 주택기금의 주요 목적인 전세수요자 지원에만 최소 4~5조 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죽어 이마저도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정부 도저히 못 믿겠다"

제도 도입 실현여부에 대한 기본 조사도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부서 간 잡음이 일자 당장 주택시장 관계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분당 정자동의 김현미(가명) 공인중개사는 "자꾸 정부에서 상반된 얘기가 나오니 혼란스럽다. 정부에서 아예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될 것'이라고 말한 다음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큰 차이"라며 "높은 분들이 대충 내뱉는 얘기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데 이를 고려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더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강남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역시 "이런 중요한 사안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지도 않고 언론에 흘리니 시장만 죽어나고 있다"며 "지금이야 부동산이 특히 힘들어 주목받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가 모든 정책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상반된 내용의 정부발(發) 기사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정부가 위기대응을 위한 일관된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하 교수는 나아가 전세보증금 대출제도가 거론되는 사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주로 큰 폭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곳은 강남의 중ㆍ대형 아파트인데 그곳 주인을 위한 대책이 서민경제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실제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강남권 대형 아파트의 전셋값 하락폭이 큰 편이다. 분당의 김 공인중개사는 "이곳 역세권 쪽은 대형 주상복합의 경우 6억 원 하던 전세금이 지금은 4억 원대"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에서 환경부 차관을 지냈던 김수현 세종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소형주택 부문의 역전세난도 심각하다면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도 정부 부처 간 상반된 얘기가 정제되지 않고 나오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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