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이른바 '녹색 뉴딜' 구상을 발표, 오는 2012년까지 총 50조 원을 투입해 새 일자리 96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목표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 스스로도 인정했듯, 새로 늘어나는 일자리가 대부분 단순노무직이라 실업난 해소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도 의문이다.
'4대 강 살리기' 등에 4년 간 50조 투입
정부가 밝힌 '녹색 뉴딜'의 핵심 9대 과제는 △4대 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확충 △국가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 △우수유출시설, 중소댐 건설 △그린카 및 청정에너지 보급 △폐기물자원 재활용 △녹색 숲 가꾸기 △그린 홈, 그린 스쿨 사업 △친환경 강 조성 등이다. 이 밖에 총 27개의 세부 연계사업이 정책에 포함돼 있다.
정부는 9대 핵심사업에 총 39조 원, 27개 연계사업에 11조 원을 투입해 총 96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핵심사업 69만 개, 연계사업 27만 개).
가장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부문은 이번 정책의 핵심이라 할 만한 4대 강 살리기다. 현재 4881억 원이 투입된 이번 사업에만 총 18조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향후 4년 간 28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녹색 교통망 확충 정책에는 4대 강 사업과 함께 대운하 재시작 논란을 일으킨 자전거 급행전용도로 사업이 포함됐다.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대도시권 교통망 확충도 이번 정책의 주요 골자다. 11조 원이 투입돼 16만 개 일자리가 생기리라고 정부는 예상했다.
역시 대운하 재추진 의혹을 일으킨 중소댐 건설이 포함된 수자원 확보 사업에는 2조 원이 투입되며 청정에너지 사업에도 정부 재정 2조 원이 들어간다.
일자리 100만 개 창출이 가능?
과연 정부 공언대로 일자리 100만 개 창출이 가능한가를 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일단 정부는 자신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건설업은 10억 원을 투자하면 18명 일자리가 나오는데 녹색성장(뉴딜)은 2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허황된 계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녹색뉴딜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올해 14만 명, 내년 26만 명이다. 그 후로도 각각 30만 명(2011년), 26만 명(2012년)분의 일자리가 더 생긴다.
하지만 강 장관의 말과는 달리 녹색뉴딜 사업에 따른 정부의 기대 창출효과에는 믿기 힘든 구석이 많다. 당장 지난해 말 정부가 올해 경제운용 방향에 대해 발표할 당시 내건 올해 신규 고용창출 목표는 10만 명. 녹색뉴딜 목표치 14만 명과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은행의 올해 취업 증가자수 전망치는 4만 명에 불과하다.
더 의심스러운 점은 정부가 목표로 삼은 새 창출 일자리 96만 개가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완전고용상태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실업자 수는 75만 명이었으며 실업률은 3.2%였다.
만약 96만 개 일자리가 4년 동안 생겨난다면 그 동안 새로 생겨나는 실업자를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완전고용(취업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모두 취업하는 상태)을 달성할 수 있다. 보통 실업률이 2~3% 사이를 유지한다면 완전고용 상태로 본다.
결국 '삽질하자'…일자리 대부분 단순노무직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의 형태도 의심스럽다. 대부분이 실질 생활안정으로 이어지기 힘든 비정규직·노무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단순노무직은 외국인 노동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4대 강 살리기 연계사업을 살펴보면 주요 사업내용이 청소다.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생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재해위험지구 정비', '하천, 공원 등에 방치된 묵은 쓰레기를 처리하여 전국토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클린 코리아', '생태계 보전을 위한 수변구역 녹색화' 등에서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건설관련 단순노무직이 특히 새 일자리의 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천둔치 계단식 정비와 자전거길 설치(4대 강 살리기),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녹색 교통망 구축), 중소댐 건설(대체 수자원 확보), 사용종료매립지 정비 및 개발(자원 재활용) 등은 모두 건설 일용직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이다.
이는 취업난이 극심한 지금도 청년층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극도로 꺼려하는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의문시되는 사업이다. 정부는 '녹색뉴딜'을 통해 청년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장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녹색뉴딜 발표 과정에서 정부는 주요 언론을 통해 새 일자리 96만개의 96%가 건설 및 단순생산직이며 전무기술관리 직종은 3.7%에 불과하다고 시인했다.
다만 일부 대기업의 혜택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밝힌 바와 같이 대부분 정책이 민자에 상당부분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린카·청정에너지 사업은 고용효과보다는 이미 기업 스스로도 새 경쟁체제에 살아남기 위해 개발을 추진해야만 하는 부분이며, 댐 건설업의 해외진출과 해외 광역 상수도 사업 진출은 국내 고용 창출과는 큰 연관이 없다. 일부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정부가 도와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 주가는 실질적인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새해 들면서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4대 강 테마주'나 '뉴딜 테마주'가 벌써부터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새 테마를 형성할 정도다.
더군다나 이들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신성장 사업'과 내용이 완전히 겹친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한국형 뉴딜사업이 신성장 사업 등과 일부 겹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에는 개별적으로 사업마다 재정계획, 연도별 투입 계획을 다 만들었다. 전체적으로는 새로은 패키지"라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큰 사업을 벌이면서도 고용효과나 사업의 실효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말만 앞설 뿐 구체적인 사업 진척 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는 녹색뉴딜을 발표하면서 가칭 '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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