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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작심발언 박근혜, 앞으론 어떻게?

[김종배의 it] "국민에게 고통 준" 'MB법안' 표결 때 보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왜 '작심 발언'을 했는지는 굳이 살필 필요가 없다. 누가 봐도 명백한 민심얻기용이다.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발언은 쟁점 법안에 대한 60% 안팎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말이다. "박 전 대표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오늘 발언의 의미는 법안 자체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법안을 처리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는 측근 이정현 의원의 설명은 '휴전' 상태에 들어간 국회 상황을 염두에 둔 말이다.

궁금한 건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박근혜 전 대표의 '작심 발언' 이후 그의 정치적 입지와 한나라당 내부 사정이 '어떻게' 조정될지가 관심사다.

별로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그다지 생산적일 것 같지가 않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민심얻기용 발언은 시한부다. 언젠가는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2월 국회가 열리면 결정을 해야 한다. 'MB법안'이 여전히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질 건지, 아니면 당원의 도리에 따라 찬성표를 던질 건지를 결정해야 한다. 절차를 문제 삼아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2월이 되면 합의처리든 일방처리든 가닥이 잡힐테니까 박근혜 전 대표도 양단간에 결정을 해야 한다.

반대표를 던지기는 어렵다. 어느 이명박계 의원의 말마따나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법안"의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표 스스로 당내 경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들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여야 협상이 잘 돼 '합의'든 '협의'든 표결처리하는 것이고, 이 표결에 박근혜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일텐데 이마저도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방송 관련법을 놓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미디어 빅뱅'을 예고하고 유인촌·이윤호 장관이 '반드시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합의처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기껏해야 '합의처리 노력'으로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거리에 나온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60%가 넘는 국민 여론에 등을 돌리고 '합의처리'를 포기할 수도 없다.

최악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는 궁지에 몰린다. '절차'의 하자를 극복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이 일방처리하는 데 동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러면 박근혜 전 대표는 '혹부리 영감'이 된다. 혹 떼려다 혹을 하나 더 붙이는 불상사를 겪게 된다. 자신이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작심 발언'을 한 취지를 하나도 살리지 못한 채 여권의 일방처리에 동원되는 나약한 존재로 격하될 수 있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를 상정할 수도 있다. '절차'의 하자를 문제 삼아 일방 처리에 동조하지 않는 경우다.

이러면 박근혜 전 대표의 일관성은 빛난다. 하지만 감수해야 한다. 비용 지불을, 나아가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사보타지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될 게 뻔하니까 여권 내 역풍은 기정사실이 된다.

이명박계의 역공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이 3월에 귀국하면 구심이 서고 응집력이 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사보타지성 행동이 나타나면 공격의 명분까지 쥐게 된다. 일전불사를 마다할 이유도, 마다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어떨까? 박근혜 전 대표가 이런 상황을 감수하려 할까?

참고할 요인이 세 개 있다.

하나.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다. 그가 귀국하면 싸움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둘. 4월 재보선이다. 경북 경주에서 이명박계 후보와의 맞대결까지 불사하려고 한다. 제한전이지만 어차피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셋. 정수장학회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가 방송 관련법 개정 한복판에 놓인 MBC의 지분 30%를 갖고 있다.

이 세 개의 요인을 참고하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 또한 '일전불사'를 마다하지 않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때가 이르다. 여권 내 전면전을 감행하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위세가 여전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헤집을 정치적 틈새가 좁다. 자칫 속도위반을 했다가는 '정치논리' 이전에 '권력파워'에 의해 정 맞는 모난돌 신세가 될 수 있다.

요인이 엇갈릴수록 세간의 눈길은 '박근혜의 선택'에 쏠리겠지만 의미는 크지 않다.

아직 선택할 때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박근혜 전 대표가 굳이 결단을 안 해도 되는 상황, 즉 여야 합의가 이뤄지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한 그렇다.

또 하나가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스타일이다. 그는 '인파이터'보다는 '아웃복서'에 가깝다. 먼저 주먹을 날리기보다는 맞받아치는 데 능하다. 굳이 먼저 선택할 게 아니라 선택에 내몰리는 상황을 연출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한 그는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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