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인운하를 민자사업에서 공공사업으로 바꿔 재추진하면서 건설업계가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경인운하는 총 사업비 2조2500억 원 남짓으로 대규모 공사는 아니지만, 국내 첫 운하 사업이라는 상징성이 큰 데다 국내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사마다 공공공사 수주를 확대하고 있어 놓칠 수 없는 공사다.
무엇보다 4대 강 정비사업이 '대운하'로 전환될 때는 경인운하 시공경험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어 건설사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사업방식이 애초 민자사업에서 공공사업으로 바뀜에 따라 기존에 민자형태로 사업을 추진해왔던 '경인운하주식회사'와는 크고 작은 갈등도 예상된다.
◇ 대형 건설사 '경인운하' 잡아라 = 수자원공사는 다음 달 초 굴포천 방수로-김포터미널 연결공사(3.8km)를 시작으로 교량, 갑문 등 경인운하 주요 공정을 6월 이전에 발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형 건설사들은 토목사업팀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수주 검토에 착수했다.
수자원공사는 내달 초 발주하는 방수로-김포터미널 연결공사는 적격심사로 발주하지만 나머지 주요 공사는 모두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대형 건설사들의 자존심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경인운하 사업의 근간인 굴포천 방수로 공사를 맡았던 대우건설(1공구), GS건설(2공구), 현대건설(3공구)의 경우 관련 정보를 많이 확보한 만큼 경인운하 공사를 반드시 따내겠다는 각오다.
GS건설은 토목기술영업팀에서 경인운하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수주 검토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토목 등 공공공사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고, 경인운하는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정부의 세부 발주 방식을 봐가며 이에 맞춰 입찰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토목기술팀에서 굴포천 방수로 공사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경인운하 수주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SK건설, 대림산업 등 경부 대운하 사업을 추진해왔던 건설사들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재 토목영업팀에서 수주를 검토 중"이라며 "기존에 대운하 민자사업 제안서를 만들었던 노하우를 활용해 수주전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인운하주식회사와 갈등 불거지나 = 반면 경인운하 사업이 공공사업으로 바뀌면서 과거 민자사업으로 추진했을 당시 설립한 경인운하주식회사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경인운하주식회사는 1996년 경인운하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1999년 9월 법인 설립을 했으나 2003년 이 사업에 대한 재검토 결정과 2004년 7월 사업자 지정이 취소되고 나서도 해체하지 않고 법인을 유지해왔다.
경인운하주식회사는 현대건설이 1대 주주로 51.5%, 수자원공사가 2대 주주로 19.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오롱건설, KCC건설, 극동건설, 금호건설,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11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의 경인운하 재추진 계획이 발표됐을 당시에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업제안서 제출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민자사업을 공공사업으로 전환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할 경우 다른 회사와 경쟁을 해야 해 사업권을 100% 확보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경인운하주식회사는 주주사인 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를 공공사업으로 전환하면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타사에 참여하거나 사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주주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인운하주식회사는 민자사업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고 엄청난 금전적 손실에도 회사를 존속해왔다"며 "수자원공사에 다시 민자사업으로 추진해달라고 요청해놨으며, 현재 주주사들과 법적 처리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당시 맺었던 주주협약은 민자사업으로 진행될 때 유효한 것이며 공공사업으로 전환된 이상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경인운하 사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