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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조용, MBC는 예능 일색인 '평화'를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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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조용, MBC는 예능 일색인 '평화'를 원하나

[완군의 워드프로세서] 아사리판

'전환시대'일수록 '논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논리는 반드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역사적 인식론의 '경험'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환시대의 논리 그 이후'란 부제가 붙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초판이 나온 것이 지난 1994년의 일이었다. 그 후로부터 15년,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약하다는 위대한 착각"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일보해 있는 것일까? 정말, 우리의 삶이, 시대가 새들의 그것보다 낫긴 한 걸까?

지난 며칠 사이, 시대의 풍경이 많이 사나워졌다. 이름도 낯선, '국회 경위'와 '방호원'들이 대한민국 전체를 습격했다. 옴짝달싹 할 겨를도 없이 몸과 폭력의 의회사가 새로 쓰여 졌다.
▲ 국회 사무처가 3일 정오까지 본청 로텐더홀과 복도에서의 농성을 해제해 줄 것을 민주당측에 요청한 가운데 정오가 지나서도 농성을 풀지 않자 경위들과 방호원들이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당직자들을 끌어냈다. ⓒ뉴시스

탄핵 이후, 다수당의 횡포는 전시대의 우스웠던 광경일 뿐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웬걸. 여의도 정치에 대한 경험 자체가 미천한 까닭으로, 모든 정략과 정쟁을 혐오한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그 어떤 권력자들보다 의회 민주주의의 원리를 업신여기고 있다.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던 한나라당은 '이념'과 '보복'의 서툰 감정을 법안으로 급조해 사상 최악의 드잡이질을 하고 있다.

일련의 법안이 악법인 이유는 간단하다. 최소한의 대화와 타협 노력도 하지 않았거니와, 상대에게 대화와 타협을 할 여지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들은 애당초 무시됐다. 결국, 때가 되면 직권 상정하겠다는 협박만 있을 뿐이다. 어떤 현실 정치 세력도 그 법안들과 화해할 의사가 없다면, 그것은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왜 현존하는 모든 현실 정치 세력은 MB악법들과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일까? 역시, 간단한 이유이다. 그것들이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표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관련 법안은 언론 장악을 통한 장기 집권의 '꿈'이다. 청와대가 아닌 한나라당이 앞장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의 땔감보다는 내일의 땔거리를 준비하는 안목이다.

청와대가 '속도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경제 관련 법안은 MB의 강력한 '의지'이다. CEO 출신 MB는 집권 초부터 '권경유착'의 강고한 시장 만능주의를 가장 큰 사회적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MB의 그 포석을 이행하기 위해 국회는 수단과 방법, 형식과 절차를 간략히 생략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모든 '꿈'과 '의지'를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서, 그나마 상상 가능한 일말의 사회적 변수마저 모두 제거해버리고자, 집시법을 비롯한 사회 관련 이념 법안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상하부 구조와 중층부를 동시에, 정치-경제-사회에 일괄적 타격을 주기 위해, 국회 의장-국회 사무총장-여당 대표로 이어지는 현란한 3단 콤비네이션이 여의도에 작렬하고 있다. 단언하건대, MB악법들은 결코, 그 법들이 얼마나 '서민들의 경제적 삶에 기여할 것인가?' 혹은 '산업의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쟁점으로 하지 않는다. 현존하는 '권력'의 발달에 기여할 뿐이다. 그것이 MB 악법이다.

시대의 풍경이 사나워졌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정권의 '꿈'을 선전하는 수구 언론의 선동이 있고, 정권의 '의지'에 수단화 되는 잘 훈련된 경찰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잠시나마 MB정권에 '욕망'을 이입했던 원죄가 괴로운 우리 모두가 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혐오스런 태도는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은 모두 쓰레기야'를 뇌까리는 당신과 나의 웅크린 마음들이다. 그 단순하고 무식한 정치 혐오감을 자양분으로 MB정권은 꽃을 피울지 모른다.

민주당 의원들은 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가? 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을 비워줄 수 없고, 시대의 진전을 기대하는 시민사회는 여의도의 칼바람을 마주하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악덕은 무엇일까, 국회는 그저 조용하고 여의도는 1년 365일 증권맨들의 거리이고, MBC의 주말은 예능으로 꽉 차는 평화로운 사회일까? 그건, 그야말로 혐오스런 평화로움일 뿐이다.

이번주, 시대가 처해있는 처연함은 우리 모두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야당을 향해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오는 8일이 마지막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맞서는 것이 최선이다.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한 말로 '아사리판'이란 표현이 있다. 그 유래가 속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질서한 현장을 뜻하는 말 중에 이 말처럼 생생한 표현도 없다. 이번 주의 열쇳말은 '아사리판'이다. 누군들, 질서 있게 품위 있게 살고 싶지 않은 이 있겠는가. 하지만, 어쩌랴. 시대가 그걸 거부하겠다는데. '전환시대, 그 최소한의 논리'마저 거부한 정권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이치를 거스르는 정당에 맞서는 당당한 아사리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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