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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중앙일보>의 선동 "낙동강이 암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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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중앙일보>의 선동 "낙동강이 암에 걸렸다"?

[노동과 세계] 대담한, 뻔뻔한, 한심한 기사의 목적은?

차를 몰고 서울에서 대구 근처의 고향으로 갈 때는 문경이나 상주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린다. 서울특별시장 한 번 하고 물러났으면 딱 좋았을 이명박 씨가 대통령 한답시고 전국에 운하를 파겠다고 공언하고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돈맛에 환장한 국민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는다고 설치면서부터다.

망할 징조, '배가 산으로 간다'

목적은 한 가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파괴되기 전의 낙동강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다. 그 동안 해발 수백 미터가 넘는 산을 까부수고 배를 올릴 엘리베이터가 들어선다는 문경새재 근처 조령(鳥領)도 고속도로 터널을 통하지 않고 국도로 넘은 게 서너 번이다. 옛사람들은 일이 안 되거나 망할 징조를 두고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는데, 그런 꼴을 보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문경새재와 소백산맥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서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상주 나들목을 나와 대구로 가려면 25번 국도를 타야 한다. 25번 국도는 중부내륙 고속도로만큼 잘 닦인 도로로 제한속도가 80km지만 마음만 먹으면 100km도 무난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도로가 잘 닦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가는 차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류망 확보라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는 자들은 25번 국도를 한번 타보기 바란다.

무능한 우익정권, 멀쩡한 산하(山河)도 파괴해

25번 국도 옆으로는 백사장(白沙場)을 시원히 드러낸 낙동강이 유유히 흐른다. '이명박 씨가 밀어붙이는 대운하가 성사된다면 저 아름다운 백사장과 맑은 강물을 볼 날도 끝이겠구나'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입에서 쌍시옷 자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무능한 '우익이념' 정권은 국민경제와 민생만 파탄 내는 게 아니라 하늘과 조상들이 대대로 물려준 아름다운 강산마저 파토를 내고 있다.

영국에서는 보수주의자들이 앞장서서 시골길의 담장 하나까지 함부로 수리하지 못하게 한다는데, 한국에서는 자칭 보수주의자들(사실은 돈맛에 환장한 속물(俗物)들)이 '대운하'니 '경제자유구역'이니, '신도시'니 하며 하늘과 조상이 물려준 유산을 앞장서 파괴하려드는 기막힌 세태 앞에 벌어진 입을 다물기 힘들다.

가족과 새해 첫 날을 보내려 어제도 그 길로 고향에 내려왔다. 겨울 하늘에 빛나는 별빛 아래로 아련히 비치는 아름다운 낙동강을 향해 돈에 환장한 자들이 들이댈 삽질 테러를 상상하니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움츠려든다.

<중앙일보>의 선동 "낙동강물 농업용수로도 못써"

2009년 1월 1일 새해 첫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하니 <중앙일보> 사이트의 톱 기사로 정말 웃기는 기사가 떠있다.

"낙동강, 사람으로 치면 암이 온몸에 퍼진 것"이라는 선동 밑에 "녹조로 썩은 냄새가 올라와 농업용수로도 못 쓸 지경"이라는 거짓말 부제가 달려 있다.

▲2009년 1월 1일 새해 첫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하니 <중앙일보> 사이트의 톱 기사로 정말 웃기는 기사가 떠있다.
"낙동강, 사람으로 치면 암이 온몸에 퍼진 것"이라는 선동 밑에 "녹조로 썩은 냄새가 올라와 농업용수로도 못 쓸 지경"이라는 거짓말 부제가 달려 있다. ⓒ프레시안

이 엄청난 제목을 달아놓은 기사를 클릭하면,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헬기를 타고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쳐지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상공에서 보니 250만 대구 시민이 버린 생활하수와 공단폐수를 받아 시커멓게 변한 금호강물이 낙동강 본류로 유입되는 현장"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대구광역시의 지자체와 시의회가 생활폐수와 공장폐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썩어버린 대구 인근 금호강을 어떻게 살리자는 이야기는 없고, 낙동강이 암에 걸렸다는 결론으로 근거 없이 비약한다.

파렴치한 중앙일보 기사

기사를 좀 더 살펴보면 이런 대목도 눈에 뜨인다.

"북쪽으로 더 올라가니 경북 구미 하수처리장 앞에서도 공단 폐수가 검은 선을 그리며 낙동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낙동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역시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지자체와 시의회가 지방정치를 장악한 구미시의 폐수처리 시설이 문제인데, 그 탓을 낙동강의 잘못으로 버젓이 돌리고 있다. '이것도 기사라고 썼냐'는 생각이 드는 한심한 글재주가 아닐 수 없다.

그에 더해 서울에 사는 도시중산층 기자의 무식(無識)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똥찬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강물은 답답해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다. 강변 곳곳에는 축구장 수십 개를 만들고도 남을 정도의 드넓은 모래밭이 펼쳐졌다. 상류 쪽 지천들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채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간신히 물줄기를 이어 갔다."

<중앙일보> 기자가 왜 무식하냐고? 원래 겨울 강은 그렇게 말라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에 흩어져 있는 안동댐 같은 인공저수지에 가둔 물을 고려하면 더더욱 마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올 겨울 들어 경북 지역은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 <중앙일보> 기자가 왜 무식하냐고? 원래 겨울 강은 그렇게 말라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에 흩어져 있는 안동댐 같은 인공저수지에 가둔 물을 고려하면 더더욱 마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올 겨울 들어 경북 지역은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중앙일보

인공강인 한강과 자연강인 낙동강도 모르는 무식

그리고 낙동강은 한강과는 다르다. 원래 수백 수천 년을 그렇게 흘러왔다. 서울 사는 기자가 맨 날 보는 한강은 남한강과 북한강이라는 거대한 강 두 개가 합류하는 하구에 위치해 있고, 서울을 관통하는 곳곳에 수중보를 설치하여 물의 흐름을 막아두고 있기 때문에 늘 물이 가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공 구조물이 거의 없는 낙동강은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모래밭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한강도 수십 년 전에는 여름에 서울시민들이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모래밭이 있었는데,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시절의 근시안적인 개발로 지금의 모습으로 조잡하게 변형된 것이다. 그렇기에 자연미를 거의 잃지 않고 있는 낙동강의 모래밭이 더더욱 소중하다.

대한민국에 보수(保守)는 없다! 오직 배금주의만 판칠 뿐

"강변 곳곳에는 축구장 수십 개를 만들고도 남을 정도의 드넓은 모래밭" 어쩌고 하는 대목은 개발독재와 물신주의에 길들여진 도시중산층의 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드넓은 모래밭은 낙동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안식처이자 일터이다. 그 생명체에는 인간도 포함된다.

재벌과 부자들에 봉사하는 '우익이념' 신문사의 무식한 기자들에게는 동네축구장보다 못해 보이는 그 모래밭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곳곳에 묻어 있기도 하다.

낙동강 물길에는 남방 정벌을 꿈꿨던 고구려의 기백, 신라와 다퉜던 백제의 투혼, 덩치 큰 열강에 맞서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기개가 묻어 있다. '강부자' 신문인 <중앙일보>로부터 축구장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모래밭 위로 고려 건국의 아버지들이 오갔으며, 퇴계 이황과 서애 유성룡으로 대표되는 영남 유학자들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뜻을 키웠다.

한국전쟁 당시 (이명박 '우익이념' 정권이 그 내용도 모르면서 떠받드는) 대한민국의 건국세력이 미국 육군과 공군의 막대한 물량지원 속에 '북한공산집단'에 맞서 마지막 교두보를 구축하고 반격의 승기를 잡은 곳도 낙동강이었다.

하기야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보듬는 보수(保守)에는 관심도 없고, 모든 것을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로만 따지는 배금주의자(拜金主義자)들인 '한국판 보수'들에게 낙동강이 지닌 역사와 전통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이념 선동 '찌라시'로 전락한 <중앙일보>

역사와 전통, 생태와 인간사에 무지한 <중앙일보> 기자들이 멀쩡한 낙동강에 삽질을 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서 '물신주의'와 '개발독재'라는 한물간 이념에 사로잡혀 딱 하루 헬기타고 돌아다녀보고는 내린 결론이야 뻔하다.

"영남 지역 1300만 인구의 '젖줄'인 낙동강이 병들어 가고 있다. 낙동강 1300리는 사람으로 치면 암이 온몸에 퍼진 듯 오염물질이 잔뜩 쌓였고 동맥경화처럼 물의 순환이 막혀 있다."

참으로 대담하고 뻔뻔하고 한심한 기자들이다. 경북과 경남 지역의 그 넓고 긴 낙동강 굽이굽이를 마다하고 대구공단과 구미공단의 폐수가 유입되는 곳만 부각시켜 "낙동강이 병들었다"고 생떼를 쓴다.

돈 많이 드는 헬기에서 내려 자동차나 자건거를 타고 칠곡으로 상주로 문경으로 예천으로 안동으로 낙동강 1300리길을 다녀보라. '○○공단'이니, '경제자유구역'이니, '신도시'니 하는 한국판 보수들이 삽질로 망친 곳 말고 "암이 온몸에 퍼진 듯 오염물질이 잔뜩 쌓였고 동맥경화처럼 물의 순환이 막힌" 곳이 어디 있는지를.

자본가들이 오염물질을 마구 낙동강으로 마구 흘려보내도 규제철폐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별다른 행정조치조차 안하는 대구와 구미 그리고 기타 경상북도 지자체들을 향해서는 끽소리도 안하면서 멀쩡한 낙동강이 암에 걸렸다는 타령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중앙일보가 '강부자'와 한나라당의 '찌라시'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노조 파업이 중요하다

언론노조가 이명박 씨의 언론장악 음모에 맞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 동안 기회주의 처신을 하던 KBS노조도 동참 의지를 밝혔다. '민주정부' 10년이 낳은 몇 안 되는 성과중 하나인 언론 민주주의가 풍전등화(風前燈火)다.

<중앙일보> 같은 부자들을 위한 '찌라시' 신문에게 KBS나 MBC 같은 우리의 소중한 공영방송을 넘길 수 없다. 안 그래도 상업적인 SBS를 지금보다 더한 상업주의의 온상으로 만들 순 없다.

<중앙일보> 1월 1일자의 '낙동강 암 걸렸다' 선동은 낙동강 살리기의 중요성과 더불어 언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언론노조의 파업이 얼마나 정당한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언론노조 파업이 승리해야 낙동강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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