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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서류 한 장에 뒤바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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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낯선 서류 한 장에 뒤바뀐 인생"

[사연] '삼성 비자금 의혹' 제기한 전 삼성항공 직원 강의훈 씨

연말이 유독 서러운 사람들이 있다. 꼭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만은 아니다. 연초에 걸었던 기대가 낙엽처럼 바스라진 걸 볼 때, 슬픔은 설움이 된다. 경상남도 창원에 사는 강의훈 씨도 그렇다. 올해 초만 해도, 그에겐 희망이 있었다. 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에게 걸었던 희망이다.

삼성 비자금 의혹 제기한 직원에게 '해고' 통보

오랫동안 '삼성맨'이었던 그가 특검에 희망을 건 데는 이유가 있다.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그는 올해 초 해고를 당했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은 그에게 명예훼손 등 온갖 명목의 소송을 걸었다. 특검이 비자금 의혹을 제대로 규명했더라면, 그는 소송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특검은 올해 4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비자금 의혹을 간단히 잘랐다. 특검은 당시 삼성이 해외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에 대해 "해외법인의 금융계좌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수사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희망이 꺾인 그 앞에 놓여 있는 것은 길고 지루한 소송의 터널이다.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회사 측 "복직시키느니 벌금 내겠다"

▲ 강의훈 씨. ⓒ프레시안
해고를 당한 그가 우선 찾아간 곳은 노동위원회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 10월 회사 측이 그를 부당해고 했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그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부당해고 판정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는 대신, 회사 측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하라는 것.

벌금을 물어가면서까지 그를 해고한 업체는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에서 분사한 자동화설비업체인 'SFA'다. 1983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삼성항공에 입사했던 그는, 분사 결정과 함께 SFA 설립발기인이 됐다. 회사 설립 주역이었던 그가 회사와 정면으로 맞서게 된 사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하 직원 책상에서 발견한 낯선 서류, 인생을 바꾸다

지난 1999년 5월, SFA에서 공정자동화 사업팀장(부장급)으로 재직 중이던 그는 부하 직원 하 모 씨의 책상에서 낯선 서류를 발견했다. 그가 이미 맺은 계약에 관한 서류였다. 그런데 부서장인 그가 결재한 서류와 내용이 달랐다. 당초 그는 홍콩에 있는 중개업자를 통해 삼성코닝 중국법인인 선전 세그 삼성 글래스(Shenzhen SEG-SAMSUNG Glass, SSG)에 95만 3400달러에 자동화 설비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부하 직원의 책상에 있는 계약서에는 117만 달러에 설비를 납품하기로 돼 있었다.

중개업자에 대한 수수료가 달랐다. 그가 서명한 계약서에는 이익의 3%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다른 계약서에는 수수료가 24%로 돼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부서장 몰래 부하직원이 이면계약을 맺고 돈을 빼돌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생 엔지니어로만 지냈던 그는 자금 관련 업무가 낯설었다. 그래서 부서장이 된 뒤에도, 부하 직원 하 씨가 주로 자금 관련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마음이 급해진 그는 사장을 찾아갔다. 사장의 반응은 의외였다. 부하직원 하 씨를 나무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를 꾸중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신설 연구소로 발령 났다. 사람도 없고, 일도 없는 연구소였다. 텅 빈 연구실에서 아홉 달을 혼자 버틴 그는 다시 제조물책임법(PL법) 담당자로 배치됐다. 설계 업무만 담당했던 그에게 법률 관련 업무는 몹시 낯설었다.
▲ SFA와 SSG 사이의 거래에 관한 계약서 표지. ⓒ프레시안

홍콩에 있는 중개업자, 정체는?

이 과정에서 평소 품고 있던 의혹들이 모습을 갖췄다. 평소 그는 이 회사가 SSG와 거래하면서 굳이 중개업자를 거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삼성항공에서 분사되기 전, 같은 업무를 진행할 당시에는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았었다. 하지만 자동화 설비 관련 업무를 떼어내 SFA로 분사하기 직전 중개업자를 개입시키는 계약이 맺어졌다. 삼성 계열사에서 오래 일했던 신은선 씨가 SFA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추진된 계약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불편한 계약이었다. 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연락하면 편한데, 굳이 중개업자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잦아졌다.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중개업자의 기술에 대한 무지였다. 관련 업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중개업자를 통해 일을 진행하려니,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도 답답해서 그는 중개업체를 직접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SFA 사장은 해외출장 품의를 거절했다. 결국 중국에 출장 나가 있는 부하 직원에게 중개업체를 들러보도록 지시했다.

지나치게 높은 중개 수수료, 비자금 의혹

부하 직원의 보고는 놀라웠다. 중개업체는 생각처럼 크고 대단한 회사가 아니었다. 컴퓨터와 팩스가 각각 한 대씩 있는 아파트에 사장 혼자 머무는 곳이었다.

'왜 이런 회사를 굳이 거치도록 하는 거지'라는 오래된 불만이 부하 직원 하 씨의 책상 위에 있는 계약서와 겹치면서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비자금'이다. 중개업체에 수수료를 과다지급한 뒤, 이 중 일부를 비자금으로 빼돌린다는 것. 그렇지 않고서는 영세한 중개업체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수익을 설명하기 힘들었다.

그가 보기에 삼성항공에서 분사하던 당시부터 회사 안팎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었다. 이 회사가 삼성 계열사와 거래하면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왔구나 싶었다.

의혹 제기 후, 돌아온 것은 우울증

이런 깨달음이 그에게 남긴 것은 심한 우울증이었다. 부하직원의 책상에서 낯선 서류를 발견한 뒤, 그는 텅 빈 연구실을 지키며 시간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삼킨 시간은 병이 됐다.

그는 부하직원의 책상 위에 있던 계약서의 정체가 궁금했을 뿐이다. 그리고 중개업체에 그토록 많은 수수료를 주는 이유에 대해 따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의문이, 한때 최우수 사원에게 주어지는 'S등급' 포상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엔지니어였던 그의 경력을 허물어뜨렸다.

이런 생각 속에서 우울증이 깊어갔고, 결국 그는 지난 2002년 산업재해 신청을 하게 됐다. 산재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이후 그는 휴직 상태로 지냈다.

SFA "높은 수수료는 정당한 비용"…검찰, '비자금 의혹'과 '무고' 모두 무혐의

휴직 기간 동안 그는 회사 측과 법적 공방을 벌였다. 그는 회사가 중개업자를 끼고 불법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회사 측은 그가 삼각무역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자가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당한 비용'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중개업자인 정 모 씨는 삼성물산 타이페이 지점장을 지냈다. 신은선 SFA 대표이사는 "정 씨가 중국 현지 사정에 정통하고, SSG 관계자들과도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검찰은 "비자금으로 오해할 만한 여지가 있지만 비자금이라고 볼 증거도 없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자 회사 측이 그를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회사 측, 산재요양 취소 소송…수입이 끊기다

'비자금 의혹'과 '무고' 모두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이렇게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동안 그 역시 지쳐갔다.

이런 그에게 회사 측은 새로운 방식으로 압박을 가했다. 지난 2007년 초, 회사 측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요양 연기에 관한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산재요양 중인 그에게 근로복지공단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산재요양 연기 신청이 취소되면, 임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요양을 종결시켰다. 이로써 그는 수입이 끊겼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은 그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올해 1월 2일 벌어진 일이다.

언론 접촉 뒤 쏟아진 소송들

이 사이에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회사 측이 그에게 날카롭게 반응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겨레> 기자를 만났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직후였다.

삼성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김 변호사의 증언은 지친 그의 신경을 일깨웠다. 자신이 겪은 사연과 일치하는 증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연은 회사 측의 반론과 함께 <한겨레>에 짧게 소개됐다.

회사가 올해 초 그를 해고한 것은 이런 보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실제로 이 보도가 나온 직후, 회사는 그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문서 절도?…원본 없었으면 '문서 조작' 혐의 들이댈 것"

이와 함께 회사는 '문서 절도' 혐의로도 그를 고발했다. 비자금 의혹의 발단이 된 문서, 즉 부하 직원 하 모 씨의 책상 위에 있던 문서를 회사 밖으로 갖고 나갔다는 게 이유다. 강의훈 씨는 "해당 문서 원본 없이 사본만 갖고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면 '문서 조작' 혐의를 들이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소송은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났다. 회사 측이 항고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이런 결론에도 그를 복직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강 씨가) 회사와 엮여있는 소송이 워낙 많다"고 짧게 대답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모든 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에 대한 해고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것에 불복해 회사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가리킨 말이다.

김용철 '샘플비' 의혹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가 이후 쏟아낸 증언은 그가 갖고 있는 의혹과 맞물리는 대목이 많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여러 인터뷰에서 "삼성 구조본이 지시하면 계열사들은 그에 따라 비자금을 갹출했다"며 삼성 SDI(옛 삼성전관)가 해외비자금을 만드는 방식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물산의 해외법인과 삼성전관이 장비 구매계약을 하면서 거래액을 실제보다 15~19% 가량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부풀려진 거래액은 '샘플비'라고 불렸고, 이 돈이 국내로 반송돼 비자금이 됐다는 증언이다. (☞관련 기사: 여전히 수상한 샘플비…특검은 뭐 했나?)

이런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 가운데 한 명이 전직 삼성전관 직원인 강부찬 씨다.

김 변호사는 강 씨에 대해 "미국에서 비자금을 만들던 친구가 비자금 서류를 들고 나가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았다. 여러 차례 회의를 열고 방법을 냈지만, 해결이 안 됐다. 미국에서 사립탐정을 고용해서 감시하도록 했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실효가 적었다"라고 밝혔다. 한 인터뷰에서 김 변호사는 강 씨 때문에 김인주 전(前)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이 킬러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문의한 적이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삼성SDI(옛 삼성전관)과 삼성물산 해외법인 사이의 거래에 관한 서류들. 이런 서류에 담긴 의혹들에 대해 조준웅 특별검사는 "해외법인의 금융계좌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수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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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
▲ 삼성SDI(옛 삼성전관) 내부 서류 곳곳에서 '샘플비'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샘플비는 前例(전례)"라는 표현도 있다. ⓒ프레시안
▲ 1994년 5월 3일, 삼성전관 서 모 부장이 받은 회신 문서. "1. 기본안 및 예시대로 집행하는 데 문제 없음. 2. 예시에 나와있는 대로 물산COMM을 "1"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 아래에는 "100(원가), 20(PROF)"이라는 내용이 있고, "100 (원가), 19 (샘플비 반송), 1(은행수수료 포함 총수수료)"라는 내용이 옆에 기재돼 있다. "샘플비 반송"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삼성 측은 '샘플비'에 대해 " 장비 도입 관련 해외 거래에서 삼성물산에 수수료와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제경비(샘플 제작비, 장비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소요되는 금융비용 등)를 포함시켜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측 주장대로, 샘플비가 샘플제작비 등이 포함된 제 경비라면 굳이 "반송"해야 하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 현지에서 쓰고 남은 금액을 반송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애매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삼성 측 주장대로라면 샘플비는 일종의 비용이다. 그런데 샘플비가 원가가 아닌 이익(PROF)에 포함돼 있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회계사에게 문의한 결과, " 흔히 '샘플비'라 부르는 것, 즉 샘플제작비 등 비용은 통상적으로 원가에 포함한다. 이익 대부분을 다시 비용으로 반송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는 대답을 얻었다. 일반적인 거래 및 회계 관행에 비춰보면,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조준웅 특별검사는 이런 의혹을 수사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의혹의 핵심 고리 "S. K. Jung"

그런데 강부찬 씨와 거래한 삼성물산 해외법인 관계자가 강의훈 씨에게 익숙한 이름이었다. 삼성물산 타이페이 지점장을 지낸 정 모 씨다. SFA가 SSG(선전 세그 삼성 글래스)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중개인을 맡아서 높은 수수료를 챙겼던 정 씨와 동일 인물이다.

김 변호사가 제공한 삼성SDI 내부문건 중에는 정 씨와 강부찬 씨가 함께 서명한 게 있다. 여러 문건에 등장하는 "S. K. Jung"이라는 서명이 SFA와 SSG 사이에서 중개인을 맡았던 정 씨의 것이다.

삼성물산 타이페이 법인과 삼성SDI(옛 삼성전관)가 거래액을 부풀려 '샘플비'를 따로 빼돌린 뒤, 국내로 반송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증언은,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에서 분사한 SFA가 SSG와 거래하면서 중개 수수료를 부풀려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과 판박이였다. 게다가 이 두 종류의 거래에서 동일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도 의혹을 부추겼다.
▲ ▲ SFA와 SSG 사이의 거래에 관한 계약서 마지막 페이지. ⓒ프레시안
▲ 삼성전관(현 삼성SDI)과 삼성물산 타이페이 지점장 사이의 거래에 관한 계약서. SFA와 SSG 사이의 거래에 관한 계약서에 등장하는 "S. K. Chung"과 이 계약서에 있는 "S. K. Chung"은 같은 인물로 확인됐다. ⓒ프레시안

'삼성 봐주기' 수사에 '삼성 맞춤형' 판결…끝내 덮어버린 비자금 의혹

하지만 특검은 올해 4월 비자금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강부찬 씨처럼 실명이 드러난 인물조차 조사하지 않고 내린 결론이었다. 이와 함께 불법 로비 의혹 역시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 합법적인 자금으로 불법 로비를 할 가능성은 없으므로, 비자금과 불법 로비는 사실 한 묶음이다.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언론 역시 이 무렵부터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관심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비자금 마련과 불법 로비 의혹에서 자유로워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는 1, 2심 재판에서도 '맞춤형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 제기된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내년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최종심에서도 법원의 이런 입장은 바뀌지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 전 회장에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촉발된 사태가 오히려 큰 선물을 준 셈이 된다. 이 전 회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법적으로 말끔하게 정리됐기 때문이다.

희망이 꺾인 겨울은 더 춥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동안 비자금 의혹을 일찍부터 제기했던 강의훈 씨는 시름시름 앓고 있다. 지병인 허리 디스크가 도졌지만, 아무런 수입이 없는 그는 병원에 갈 여유가 없다.

특검에 걸었던 기대가 배반당한 뒤 맞은 첫 연말, 그는 뉴스가 두렵다. 대통령이 직접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경고했다. 대학 3학년인 아들과 올해 고교 3학년이 되는 딸을 생각하면, 그는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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