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중학교 1·2학년을 상대로 전국 일제고사가 실시된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일제고사 대신 체험 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7명의 초·중학교 교사를 파면·해임하면서 일제고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일제고사를 하루 앞둔 22일 서울 서대문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7명의 교사의 징계를 철회하고 일제고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이 하루종일 연달아 열렸다.
기독교계 "이것이 공정택의 성탄 선물인가"
특히 이날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와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기독교단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교육 현안을 주제로 기자 회견을 연 것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 사태 이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 1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불교단체들도 잇따라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기독교장로회는 "초·중·고에 걸쳐 계속 실시하는 일제고사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반교육적 요소가 더 강하다"며 "이미 학교에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학생의 학력을 평가하고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일제고사 취지의 상당부분을 성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독교장로회는 교사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은 단순 상명하복의 군사문화적 발상을 거두기 바란다"며 "교육청은 교육의 본질을 책임진 관청답게 일선 교육 책임자들과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사회와 학생에게 보여줄 교육적인 자세임을 확인하라"고 밝혔다.
대한성공회 또한 "일제고사 거부는 정책적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의 표시"라며 "정책을 따라오지 않으니 나가라는 식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요 서울시 교육행정 기관장의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장로회 정진우 목사는 "성탄절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 바쁜 목회자들에게 공정택 교육감이 거리로 나오게 만드는 성탄 선물을 안겨준 것 같다"며 "앞으로 교사들이 복직될 때까지 교계에서 기도회와 서명운동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등교육 망가뜨리는 일제고사 중단해야"
전국교수노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5개 교수단체도 이날 오전 기자 회견을 열고 "일제고사는 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의 4차례 국제학력평가는 모두 일제고사가 없었던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며 "우리 학생들은 여기서 줄곧 최상위권이었고, 따라서 이 순위를 높이기 위해 학습의 압력을 높이는 일은 부작용만 있을 뿐 전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미 경쟁을 통한 학습 압력이나 성취에 대한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못하여 넘쳐나서 학생들에게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제는 오히려 학구열과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학문은 넌더리나고 가능한 한 피해야 할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을 망가뜨리는 핵심적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좋은교사운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교육·시민단체도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는, 정책적인 타당성도 결여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적인 논의나 합의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는 졸속행정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교육의 수장으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서울시교육감의 교사에 대한 파면 해임 결정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며 "또 23일 일제고사에서 교사의 교육적 소신에 따른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0월 일제고사를 거부하며 체험 학습을 진행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오는 23일에도 서울 덕수궁과 덕수궁미술관을 답사하는 체험 학습을 진행할 예정이다. 체험학습이 끝난 뒤에는 청계천에서 일제고사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체험 학습을 허락하거나 유도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직 사태와 충돌이 또 다시 우려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