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22일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및 휴켐스 매각 비리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고교동기인 정화삼씨 형제 등을 구속기소했다.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남경우 전 농협사료 대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기소하고 세종캐피탈(세종증권 대주주)의 김형진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 홍기옥 사장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홍 사장으로부터 노씨를 통해 로비해 달라는 명목으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박모씨 등 2명과 오세환 농협 상무 및 태광실업의 정승영 전 휴켐스 인수단장도 입찰방해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겼다.
중수부는 지난달 19일 수사에 착수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및 휴켐스 매각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이 개입한 100억원대 금품 로비가 있었음을 밝혀내고 34일 만인 이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2005∼2006년 정씨 형제와 공모해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되도록 정 전 회장에게 청탁하고, 인수가 성사되자 세종캐피탈 홍 사장으로부터 29억6천3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됐다.
노씨는 정원토건을 운영하면서 법인세 등 3억8천만원과 아들에게 회사주식 1만주를 증여하면서 증여세 1억4천만원을 포탈하고,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려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 주식 매수 및 토지 구입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홍 사장으로부터 50억원을 남 전 농협사료 대표가 운영하는 IFK사의 자문수수료로 가장해 송금받은 혐의 및 박 회장으로부터 휴켐스 매각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받고 태광실업에 입찰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받은 50억원의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양산과 울산의 아파트 시행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규명돼 로비에 사용된 돈은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47억2천여만원과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종합소득세 242억여원 등 총 290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6년 2월 중순 정 전 회장을 서울 모 호텔에서 만나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건네고 입찰정보를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박 회장이 농협 측으로부터 미공개정보를 얻어 세종증권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고 노씨의 딸과 사돈 등 세종증권 주식 매매자 중 마찬가지 의혹이 있는 210여개 계좌를 조사했으나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다.
`휴켐스 헐값 매매 의혹'도 농협과 짜고 입찰 2순위 업체의 입찰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깎아주기로 사전 합의한 사실은 밝혔지만 부당 감액으로 농협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의 공범)로 처벌할 수 있을지는 결론 내지 못했다.
아울러 농협이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농림부 고위층에 로비했다는 진술은 확보했지만 당시 농림부 장관의 사망으로 내사 종결했다.
검찰은 박 회장의 미공개정보 이용 등 증권거래법 위반 의혹과 휴켐스 매매 관련 배임 의혹, 정관계 로비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작년 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세종증권 매각 경위를 조사했지만 범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을 묵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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