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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척결? 학생만 피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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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척결? 학생만 피멍 든다

[김종배의 it] 기어이 'MB교육'을 죽기살기로 밀어붙일 건가?

어이가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를 '빨갱이 소굴' 쯤으로 간주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나서 "좌파 성향 인사들이 교과부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교육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고 비난한다.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를 막무가내로 수정한 교과부다. 4.19혁명을 '데모'로 격하한 교과부다. 이런 교과부를 '좌파'라고 낙인찍는다.

자율형사립고와 기숙형공립고 설립을 강행하는 교과부다. 고교등급제를 밀어붙이는 교과부다. 이런 교과부를 '좌파'의 평등주의 교육정책에 함몰된 집단으로 규정한다.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봐도 교과부는 분명 '우파 본색'인데 어떻게 '좌파'란 비난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도대체 이런 교과부가 '좌파'라면 청와대의 '본색'은 뭐란 말인가.

이해할 수 없어 보고 또 보니까 다른 게 보인다. '색깔'이 아니다. 청와대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속도'와 '강도'다.

너무나 당연한 교과서 수정을 질질 끄는 교과부, 대통령이 수능 2과목을 줄이겠다고 했는데도 한 과목만 줄이는 교과부, 영어 공교육 강화는 발동 거는 폼만 잡는 교과부, 이런 교과부가 한심한 것이다. 교과부의 이런 '만만디' 행보에 '좌파'의 방해공작이 개입돼 있다고 단정한 것이다.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기에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다른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고멘트(지난달 26일)에 이미 이런 판단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소름끼친다. 교과부를 '좌파'로 몰아붙이는 이유가 '색깔'이 아니라 '속도'와 '강도'에 있는 사실을 확인하니까 오싹해진다. 누구 말대로 '질풍노도'의 시기가 닥칠 것을 예감하면서 걱정이 앞선다. 정부를 두려워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의 대통령 말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분명하지 않은가. '좌파' 공무원을 솎아낸 다음에, 교과부를 일색화한 다음에 앞만 보고 내달리겠다는 뜻이 아닌가. 누가 뭐라하든 'MB교육'을 죽기살기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 아닌가. 이런 행로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가차없이 쳐내겠다는 뜻이 아닌가.

이러면 토론이 사라진다.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은 무시되고 찬반토론은 겉치레가 된다. 이러면 일방통행이 강화된다. 'MB교육'은 지상과제가 되고 전교조는 불순세력이 된다.

그래도 괜찮다. 소름은 대팻날로 깎아내면 된다. 하지만 이건 진짜 문제다. 어린 학생들 전신이 퍼렇게 물드는 현상, 이건 진짜 문제다.

'우파' 교육정책에 휘말리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파' 시각이 주입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어른들의 이념놀음과 정글논리에 애먼 학생들이 피멍 드는 걸 말하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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