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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똥 덩어리'야, 기어이 나라를 말아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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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똥 덩어리'야, 기어이 나라를 말아먹을래!"

[홍성태의 '세상 읽기'] '4대강 살리기'는 '강부자'를 위한 대운하

저녁에 서울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안국역에서 경복궁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머리 위에서 소음이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았더니 전철 안에 설치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 소리는 다름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었다. 녹음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방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조용히 해야 할 곳에 텔레비전을 설치해서 영상과 소음 공해를 유포하는 이 텔레비전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 이런 시설을 이용해서 소음 공해를 일으키고 있으니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즉에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방송에 관해 칼럼을 썼지만 나는 전철에서 이 방송을 듣고 정말 히틀러와 괴벨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히틀러와 괴벨스는 당시 첨단매체였던 라디오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선동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괴벨스는 수백만 대의 라디오를 구입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이것으로 모자라서 그는 도시 곳곳에 확성기를 설치해 놓고 누구나 총통의 연설을 듣도록 강제했다. 나치즘은 이런 선전을 통해 작동했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히틀러와 괴벨스의 선전술을 따라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왜냐고? 시대착오적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 방송에서 나치의 선전술을 떠올렸다가 곧 우리의 '지하철 앵벌이'를 떠올리게 되었다. 자기의 주장을 비장하게 설명하는 척하면서 강요하고, 자기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척하면서 강요하는, 그 방송은 언뜻 나치의 선전술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지하철 앵벌이'와 더 비슷했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이런 짓은 한시바삐 중단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얼마나 절박하면 저렇게 할까 하고 생각하기보다는 너무나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괴로운 시민들을 꼭 이렇게 소음 공해로 괴롭혀야 하겠는가?

이렇게 황당한 선전술까지 펼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는 언제나 옳은 일만 하는데 언론에서 이런 사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아서 사람들이 자기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든 언론을 장악해서 자기의 뜻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대운하'와 '광우병'처럼 잘못된 정책을 사람들에게 강요했기 때문이고, '경제 살리기'를 외치고는 '경제 죽이기'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고, 잘못이 확연히 밝혀졌는데도 그것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당한 선전술은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것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잘못은 토건국가의 극단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돈이 없어서 문제인 나라가 아니라 너무나 많은 돈을 잘못 사용하고 있어서 문제인 나라이다. 한국은 '돈 많은 못 사는 나라'이다. 전체 GDP에서 토건업이 무려 18%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무려 50조 원에 이르는 재정이 토건사업에 퍼부어지고 있다. 토건과 투기의 달인인 '강부자'와 지역토호들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와 교육과 문화에는 제대로 돈을 쓸 수 없는 것이다. 토건국가 한국은 환경 질이 세계 130위권, 부패가 세계 40위권에 머물고 있는 '후진국가'이다. 한국 사회의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건국가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노무현과 똑같다.

▲ 경제 위기를 빌미로 이명박 대통령이 보류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강행할 태세다. 이 대통령은 15일 운하 사업과 다를 게 없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2012년까지 14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화백)

올해 드라마에서 가장 유행한 말은 '똥 덩어리'라고 한다. 이 말을 빌려서 말하자면 '한반도 대운하'는 지금 이 나라에 쏟아지고 있는 온갖 '똥 덩어리'들 중에서도 가장 크고 지독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의 건설을 강행해서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결국 80%를 넘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의 뜻을 밝혀서 이 망국의 계획을 겨우 저지시켰다. '한반도 대운하'의 핵심은 4대 강을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로 만들어서 7층 건물을 넘는 크기의 거대한 화물선들을 오가도록 하는 것이다. 운하는 강의 죽음이다. 이 때문에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세력은 '하천 정비 사업'으로 말을 바꿔서 계속 운하의 건설을 강행하고자 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무려 14조 원의 예산을 사용할 하천 정비 사업을 강행하기 시작했다. 이제 4대 강은 대대적으로 파괴되고 말 것이다. 기존의 하천 정비 사업은 하천 파괴 사업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하천은 단순히 수로나 물길이 아니다. 하천은 물뿐만 아니라 하천의 바닥과 주변이 함께 어우러진 전체이다. 우리의 환경 질이 세계 130위권의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하천 정비 사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하천 파괴 사업의 영향이 크다. 하천의 직강화, 하천변의 콘크리트화, 고수부지의 운동장화, 모래와 자갈의 무분별한 채취로 대표되는 기존의 하천 정비 사업 자체가 전면적인 개혁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또 다시 거대한 하천 정비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나섰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의 하천 정비 사업은 사실상 망국적 운하 사업의 시작이다. 박승환 전 한나라당 대운하추진본부장은 "4대 강 치수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강에 대한 친환경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요. 그럼 자연스럽게 대운하 논의도 활성화된다고 봅니다"고 말했다. 이명박 세력에게 하천 정비 사업은 사실상 운하 사업의 수단인 것이다. '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아예 '대운하 사업의 1단계'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전제한 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제 1단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바닥을 파내고 물길이 만들어지면 2단계 물류 수송 단계가, 통일 이후에는 한반도 전체를 뱃길로 잇는 마지막 3단계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다른 의원도 대운하 추진이 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게 대통령으로선 많이 아쉽고 억울할 거라며, 이 대통령 머리 속에서 대운하라는 말은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정부, 하천정비 기정사실화, 운하 논란 재점화', <문화방송> 2008년 12월 1일)

결국 이명박 세력이 강행하는 하천 정비 사업은 그 자체로 토건국가의 극단화이며, 운하 사업과의 연관성에서 보자면 더욱 더 그렇다. 그것은 막대한 재정을 탕진해서 산업구조의 혁신을 저해하고 생명의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세금으로 '운하 사업의 1단계'를 추진함으로써 운하 사업의 사업비를 줄이고 경제성을 높이는 효과까지 자아낼 수 있다. 토건과 투기의 달인인 '강부자'를 중심으로 하는 이명박 세력에게 하천 정비 사업은 바로 '꿩 먹고 알 먹고'에 해당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하천 정비 사업을 강행하면서 우리의 경제와 자연은 모두 회복할 수 없을 큰 상처를 입고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하천 정비 사업은 과연 필요한가? 건설교통부는 2006년에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현황과 하천별 정비현황, 치수사업의 민간위탁 현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의 하천 정비 사업은 이미 2006년에 97.3%나 이루어진 상태였다. 다 끝난 사업을 왜 또 하는가? 9조원이나 들인 공사가 잘못되었다면 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부터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4대강의 하천정비 작업이 이미 2006년 97% 이상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운하 대신 내건 '4대강 유역 정비'는 근거가 없는 계획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의 2006년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현황과 하천별 정비현황, 치수사업의 민간위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을 포함한 국가하천의 개수율은 97.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수율은 하천의 정비가 필요한 구간 가운데 정비를 마친 곳의 비율이다. 따라서 4대강의 경우 더 이상 정비할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4대강 등 주요 하천의 치수 사업은 오래 전 시작해 사실상 마무리됐다"면서 "치수를 위해 추가로 하천을 재정비한다는 얘기는 솔직히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치수사업은 대운하 반대여론을 잠시 비켜가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하천정비는 강바닥을 파고 둑을 높이는 공사여서 대운하와 비슷하다. 또 공사비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대운하 건설에 100% 민자로 참여해야 하는 건설업체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또 세금으로 하천을 정비해 대운하 건설의 토대를 닦아놓으면 대운하 사업비를 낮출 수 있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4대강 치수' 2006년 97% 넘어…정부, 정비 나설 명분 없어', <경향신문> 2008년 5월 26일).

이명박 세력은 지역경제와 고용을 위해서 하천 정비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체류 효과(지역 개발에 사용하는 돈이 지역에 머무는 효과)'와 '분배 효과'로 보았을 때, 대규모 지역 개발은 극히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효과밖에는 없다. 결국 90%의 돈은 10%도 안 되는 '강부자'와 그 예하 세력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말 것이다. 또한 14조 원의 돈을 퍼붓는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의 찬란한 주장과는 달리, 아마도 1만 명 정도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4년 정도 유지되고 말 것이다. 만일 이 막대한 돈을 교육, 복지, 문화, 기술에 투자한다면, 이 나라는 '진정한 선진화'의 길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천 정비 사업은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와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역 죽이기'를 해 놓고는 지역에 대해 그저 시키는 대로 삽질이나 해서 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토건국가의 강화가 아니라 혁파이다.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산업을 낙후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는 토건국가는 이 나라를 퇴보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뿐이다. 경인운하와 한탄강 댐은 토건국가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두 사업 모두 아무런 경제성도 없이 엄청난 재정의 탕진과 자연의 파괴를 낳을 뿐이라는 사실이 이미 낱낱이 밝혀졌으나 강행되고 있다. 경제성의 면에서 보자면, 경인운하는 더욱 심하다. 이명박 정부는 경인운하를 공공사업으로 전환해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이 없어서 민간사업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경제성이 없는 경인운하의 건설은 당연히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인 '4대강 하천 정비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이 나라가 정말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첫째, 지역 정책으로서 망국적 '수도권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 이 점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는 분명히 망국적 정책이다. 둘째, 사회정책으로서 망국적 토건국가를 혁파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한반도 대운하'는 전대미문의 망국적 정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의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심지어 전자를 후자의 알리바이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도대체 지금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토건과 투기를 주도하는 '강부자' 세력이 현재의 경제 위기를 또 다른 대박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망국의 비상사태를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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