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정규직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올바른 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게 되면서다. 지난 해 그리고 올 겨울에 투쟁한 많은 동지들과 함께 하면서다. 여의도 주변의 투쟁하는 분들의 사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비정규 교수노동조합의 천막농성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러면서 매주 수요일 여의도 수요촛불문화제를 아프리카 방송을 통해 생중계 했고, 방송을 통해 비정규 교수의 국회 앞 농성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진행, 여의도 알리안츠 생명 파업,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의 농성, KBS 공정방송 지키기 그리고 서울대 산학협력재단 앞의 천막농성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전달했다.
많은 비정규직 문제의 농성에 함께 참여하고 많은 걸 느끼고 아파했다. 오늘도 사회 곳곳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투쟁하고 있고 어떨 때는 촛불을 드는 시민들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사 간의 문제라 당사자들이 아니면 참여하는 것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본다.
자신들의 신념을 펼치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서로 연대하고 즐기면서 각자의 희망을 현실로 실현시킬 수 있는 가에 대한 많은 투쟁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사회 곳곳에서 사회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하러 나간다.~~!!
"끝까지 ~~! 빡세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래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본다.
▲ 비정규교수 문제를 위해 노동자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항해 |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회복은 여성참정권처럼 당연하다
전국에 대학강사가 7만 명 정도 있고 비정년 트랙을 포함해 비정규직 교수가 포함해 13만 5천 명 정도의 교수들이 있다. 이 숫자는 전임교수 6만 명의 2배가 넘는다. 그리고 대학교수들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교수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각종 이유를 들어가며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다.
국회 앞 천막농성을 하며 500일 가까이 투쟁하는 비정규직 교수들이 있다. 전국에서 10명 이내의 비정규 교수들이 돌아가며 투쟁하고 있다. 언젠가 비정규직 교수 문제 해결을 위해 자살한 한경선 열사도 있다.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하시는 김영곤 교수님이나 김동애 교수님은 본인들이 정규직이 되려고 투쟁하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이분들은 정규직이 되기에게는 연세가 많으시고 대학생과 후배 교수를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회 앞 길거리에서 천막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천막 농성을 하며 여러 가지 일을 겪었다. 지난해 겨울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문에 한 겨울인데 텐트마저 제대로 치지 못하고 지냈다. 여름에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지냈다. 그리고 국민은행이 리모델링할 때는 내장재를 제거할 때 나오는 석면 먼지 속에서 지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끔찍한 일을 겪을 뻔했다.
12월 8일 일이다. 국회 막바지를 두고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연대 분들이 MB악법을 반대하는 농성장을 비정규교수 농성 텐트 앞에 쳤다. 그러나 5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 기동대가 천막을 부수기 위해 덤벼들었고 비정규교수 농성 텐트 위에도 수 십 명이 뛰어 들어 짓밟아 박살을 냈다. 만약에 그 속에 교수님들이 들어있었더라면 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아찔하다.
▲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는가? 2008년 12월 8일 비정규교수 농성장은 경찰에 의해 박살이 났다 ⓒ김영곤 |
많은 교수들은 사회 이슈에 대해 열심히 떠든다. 하지만 자신들과 같은 일은 하는 비정규 교수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당사자인 비정규교수도 마찬가지다. 촛불의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모 교수도 내가 알기로는 비정규직이다. 모 교수를 보면 사회 이슈에 대해서만 인기관리 하듯이 열심히 떠든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인 비정규교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사람이 촛불시민들에게 이러니저러니 하는 것을 보면 그에게 해주고 싶은 촛불 구호가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제라도 모 교수는 천막농성장에 가서 동지들과 함께 하길 바란다.
전국의 7만 명의 대학강사 가운데 10명 정도만 투쟁한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은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싸우지 않는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투쟁해 주길 바란다.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을 외치며 노동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비정규직교수들도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위했던 한경선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서 투쟁을 해야 된다. 비정규교수의 국회 앞 농성텐트 앞에는 지금도 한경선 열사의 유서를 판넬로 만들어 세워놓아 오가는 사람이 본다. 다음은 유서의 한 부분이다.
"이 글을 받으실 때, 저는 이곳 오스틴에서 그토록 바라던 평온한 휴식을 비로소 얻게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 그 동안 겪은 이러한 부조리와 모순은 열심히 연구와 강의를 하리란 초기의 순수한 열정에서 이 사회에 대한 환멸과 더불어 애초의 희망과 비전을 접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저와 같은 이가 있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기원을 위해 두서없이 이 글을 써서 전해 드립니다."
촛불에서 대학생을 보기가 어렵다. 여중생이나 고등학생보다 보기가 어려웠다. 대학생들도 할 말이 있다. 취직이 어려우니 토익을 보고 학점을 관리하려면 다른 데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대학생이 여중생이나 고3보다 바쁘냐고 묻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언젠가부터 대부분 대학생은 개인의 문제만 생각하지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만 잘하면 잘 살 수 있고, 지식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들이 촛불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대학생이 일제에 저항하고 분단을 반대하고 독재를 거부한 일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대학생이 여중생 남중생일 때 효선이 미선이의 죽음에 분노해 촛불을 들었는데…. 이제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의 나라에서처럼 대학에서 현실을 말하는 교수나 촛불을 드는 학생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이런 일은 지난 31년 동안 바른 말하는 대학강사가 대학에서 발을 붙이지 못했고 지금도 전임교수나 대학이나 프로젝트를 주는 학술진흥재단 같은 정부기관이나 재벌 기업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서 강의하고 이것이 대학생에게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자주 설명하신다.
이런 현상은 법적 신분 없는 비정규교수 문제를 놔두고 해결할 수 없단다. 그러나 비정규교수는 한 번 찍히면 강사 자리를 잘리고,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어렵게 들어간 교수노동시장에서 전임교수 임용을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비정규교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움이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대학생은 이제 교원지위 없어 주체적으로 강의할 수 없는 비정규교수 문제를 봐야 한다. 이것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려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의 원초적인 문제다. '교원' 신분이 있어야 가르칠 수 있다는데, 지금의 모든 비정규교수들은 '교원'이 아니다. 대학생들은 교원이 아닌 교수님에게 학점을 받지 못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라고 국회에도 호소하고 정부에게도 호소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소비자보호원이나 법정에라도 끌고 가야 한다. 대학에 입학하면 "최고의 교수진 최고의 시설로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겠다"고 한 대학의 약속을 기억하고 비정규교수에게 받는 학점을 리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라!
서울대학생들이 이 문제를 학생운동의 주요 과제로 삼아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들이 비정규교수와 연대하는 주점행사를 열어 지난해 12월 8일 이후 재정이 어려운 농성장을 도운 것은 이런 노력의 시작이다.
노사 간의 문제 같은 다른 노동현장에는 시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비정규 교수 문제는 다르다. 학생, 학부모 등 많은 국민들이 참여 할 수 있다. 그렇게 함께 투쟁하면서 비정규직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학습도 되고 , 그런 학습을 토대로 사회적인 합의를 끌어 모든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의 대안이 됐으면 좋겠다.
"끝까지~~! 빡세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 이 연재는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의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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