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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이스트우드는 왜 영화를 열심히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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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이스트우드는 왜 영화를 열심히 만드는 것일까

[할리우드 통신] <체인즐링> 등 올해만 2편 개봉..아카데미 남우상 근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번에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한을 풀 수 있을까.

<더티 해리><황야의 무법자> <밀리언달러 베이비> 등 지난 50여년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과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이스트우드가 78세 나이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스트우드는 이미 <용서받지 못할 자>로 아카데미 작품상,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가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배우들도 부지기수다. 진 해크먼( 용서받지 못할 자) , 팀 로빈스 (미스틱 리버) , 션 펜( 미스틱 리버), 모건 프리먼( 밀리언 달러 베이비), 힐러리 스웽크(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은 이스트우드 영화로 오스카를 품에 안을 수있었다. 하지만, 이스트우드 자신은 지금까지 연기자로선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다.

▲ 그란 토리노

이스트우드는 최근 <그란 토리노>로 전미평론가협회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 타임 지 등 미국 언론들은 요즘 하루가 멀게 <그란 토리노> 리뷰를 쏟아내고 있다. 연출뿐만 아니라 이스트우드의 연기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미 영화계 안팎에서는 내년 2월 개최되는 제81회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이스트우드가 남우주연상을 받을 가능성을 벌써부터 내다보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스트우드의 29번째 연출작 <그란 토리노>의 주인공은 이스트우드 자신과 같은 나이인 78세 은퇴 노동자 월트 코왈스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그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포드 공장에서 평생을 일하다, 이제는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후 혼자 외롭게 살고 있다. 괴퍅한 성격 탓에 자식들과 사실상 의절한채 지내는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1972년도에 출시된 포드의 그란 토리노 자동차와 M1 라이플총. 그란 토리노는 평생 부끄럽지 않은 땀을 흘려온 노동자로서 그의 자존심을, 라이플총은 젊은 시절 전쟁터에서 조국을 위해 싸웠다는 자존심을 상징하는 존재다.

코왈스키의 신경을 거슬리는 것은 자신이 살고있는 동네에 자꾸만 아시아 이주민들이 들어와 정착한다는 점이다. 특히 그의 집 주변에는 동남아시아 고산지대 출신인 몽족(族)이주자들이 유난히 많다. 코왈스키는 집 현관앞에 라이플 총을 들고 앉아서, 치떨리게 싫은 몽족 이웃들이 한시라도 자기집 앞 잔디라도 밟고 지나갈까봐 눈에 불을 켠다. 때로는 총 휘두르면서 위협하고, 험한 욕지꺼리로 해댄다.

코왈스키의 삶에 갑자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옆집 몽 족 소년 타오였다. 코왈스키가 애지중지하는 그란 토리노를 훔치려다 붙잡힌 것. 코왈스키는 타오를 붙잡아 기세등등하게 옆집으로 쳐들어가고, 타오의 부모는 자식을 혼내며 코왈스키 집에 가서 가사일을 돕도록 명한다. 뜻하지 않게 타오 및 타오 가족과 엮기게 된 코왈스키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고,몽족에 대한 나쁜 생각도 조금씩 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는 타오와 누이가 동네의 갱단으로부터 위협 당하는 사건을 벌어지자 그들을 위해 대신 총을 들고일어서게 된다.

이 영화에서 이스트우드는 고집스런 성격에 '정치적 올바름' 따위와는 거리가 먼 노인네가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매우 인상적으로 연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극중 캐릭터의 나이와 이미지가 이스트우드와 더없이 잘 맞아 떨어진 것. 한동안 이 영화는 '78세 노인판 더티 해리'란 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스트우드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극중 주인공인 코왈스키가 요즘 미국 영화에선 보기드믈게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적 말과 행동을 하는데 대해 " 코왈스키는 과거 세대에 속한 남자"라며 "오히려 그 점이 리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 체인즐링

이스트우드는 현재 미국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감독 및 배우들 중 최장년층 중 한 명이다. 2년전인 2006년 로버트 알트만이 81세로 사망한 이후, 이스트우드만큼 왕성하게 현역생활을 하는 원로영화인은 거의 없다. 이스트우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활동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이하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만해도 그는 가을시즌에 앤절리나 졸리 주연의 <체인즐링>을 개봉했고, 불과 두어달 뒤인 12월 12일 <그란 토리노>를 일부 극장에 선보였다. <그란 토리노>는 19일 확대개봉될 예정이다.앞서 2006년에는 <내 아버지의 깃발들>과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등 2편을 개봉했고, 한해전에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2년 <미스틱리버>,2000년 <스페이스카우보이>로 극찬을 받았다.

이스트우드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까.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답게 촬영현장에서 일을 빨리하기로 유명한 이스트우드이지만, <그란 토리노> 는 유난히 짧은 프로덕션 과정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6월쯤 시나리오를 받은 이후 32일간 촬영해 11월쯤 최종편집까지 모두 마무리한 것. <그란 토리노>의 시나리오 작가 닉 셴크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스트우드가 시나리오를 단 한자로 고치지 않고 바로 찍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놀랬다"며 "시나리오 작가로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이스트우드는 <용서받지 못할 자> 당시 시나리오 수정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인 후 결국엔 초고로 되돌아갔던 교훈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한번 시나리오가 맘에 들었으면 왠만해선 고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촬영현장에서도 첫번째 테이크에 바로 OK를 내기로도 유명하다. 이스트우드는 최근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수상에 대한 기대감따위는 일체 나타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집사역이든 어떤 역할이든 좋다. 하지만 뛰어넘어야할 장애물을 앞에둔 캐릭터가 아니라면 차라리 카메라 뒤에 서서 연출만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하긴, 연기자로서 이제와 상을 받는다는 게 이스트우드에게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 그의 발밑에 이미 세상이 경배를 바치고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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