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의 영화평론가 리처드 콜리스가 2008년도 미국에서 개봉된 최고의 영화 10편 중 최고 작품으로 픽사의 애니메이션 <월 E>를 선정했다. 콜리스는 사랑에 빠진 로봇이란 기발한 소재를 이끌어낸 앤드류 스탠튼 감독을 높이 평가하면서, 주인공 로봇 월 E와 여자로봇 이브를 26세기판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에 비유하기도 했다.
▲ <타임>이 꼽은 올해 최고의 영화 <월 E> |
2위는 찰리 카우프만 감독의 <사이넥도치, 뉴욕(Synecdoche ,New York)>. <존 말코비치되기>,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을 썼던 카우프만의 감독 데뷔작으로, 한 연극연출가가 자신의 일생을 무대에 옮겨놓는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과정을 그렸다. 기묘한 상상력으로 정평난 카우프만의 <사이넥도치, 뉴욕>에 대해 콜린스는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 가장 풍부하면서도 교묘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또 최근 독립영화들에서도 점점 찾아보기 힘든 '영화적 야심'이 돋보이는 영화로 지적했다.
3위는 캐나다의 아방가르드적 영화감독 가이 매든의 <나의 위니펙>이 선정됐고, 4위는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앙 문주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 뽑혔다. 5, 6, 7위는 내년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밀크>, <벤저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슬럼독 백만장자>.
'2008 10대 영화' 중 가장 독특한 것은 8위에 랭크된 <아이언맨>과 9위 <스피드레이서>이다. <아이언맨>은 올 여름시즌에 전세계에서 빅히트했던 전형적인 상업 오락영화이며 , <스피드레이서>는 흥행에 참패한 작품이란 점에서 두 영화를 '10대 영화'로 선정한 것은 다소 의외이다.
그러나 콜리스는 <아이언맨>이 기존의 수퍼히어로와 다른 영웅상을 창조해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스피드레이서>에 대해서는 "비록 박스오피스에서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아방가르드적인 FX 걸작들이 모두 관객의 호응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작품을 걸작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는 <스피드레이서>가 "만화적 꿈을 담고 있는 매우 풍요로운 작품"이라면서 "숨쉴틈없이 전개되는 옵티컬 아트(시각예술)의 승리"로 극찬했다.
10위의 작품으로는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그의 다큐멘터리 <세상 끝과의 조우>가 꼽혔다. <이귀레, 신의 분노> 등으로 잘알려진 헤어조그가 연출한 이 작품은 세상 끝인 남극의 맥머도 연구기지에서 살아가는 몽상가적 과학자들의 활동을 담아내고 있다. 콜린스는 아마존 밀림 등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한 인간들의 모습을 탐구해온 헤어조그야 말로 이 영화의 제목대로 '세상 끝과의 조우'를 평생 추구해온 영화작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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