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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제전망 발표 돌연 연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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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제전망 발표 돌연 연기…'왜'?

"지나치게 예민해진 한은이 일으킨 해프닝"

한국은행이 당초 9일로 예정했던 경제전망 발표 시기를 돌연 12일(금)로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금통위 본회의에서 다음 날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 발표일을 미룬 것이다.

한은은 일정 조정 이유로 "시장의 억측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한은의 결정이 잡음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관계자들은 이유야 어찌됐든 한은이 곧 내놓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해석의 여지를 굳이 남길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한은 "FRB도 이렇게 하는데 왜 문제 삼느냐"

한은이 이날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앞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 시점을 기존 12월 금통위 개최 이전에서 이후로 미룬다. 또 이번 경제전망부터는 전망시계를 2년으로 연장하고 내년부터는 전망공표 회수를 연간 3회로 확대한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이전에는 전망을 미리 시장에 공개해서 불필요하게 혼선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은의 생각과는 달리 갑작스럽게 한은이 경제관련 일정을 조정해버리자 시장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한은이 국내 금융관련 정책당국 중에서는 시장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라는 점이 작용한 데다, 이처럼 중요한 정책발표 시기 조정을 갑자기 공표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한은 측은 크게 괘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연방준비은행(FRB)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에 전망을 발표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결정으로 전망시계도 종전보다 확대하는 등 노력을 다 했는데 문제될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시장 "성장률 전망치 금리 인하폭에 짜 맞추려는 것 아니냐"

시장은 결국 이번 한은의 전망치 공표일정 연기 이유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와 한은의 금리 인하 '폭' 사이의 연관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싫어하는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비관적으로 내년 경제를 전망했다는 얘기다.

시장의 추측은 다음과 같다.

한은이 추정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시장 예상인 2%대보다 훨씬 낮다. 만약 한은이 1%대를 예측했을 경우, 한은은 목요일 금통위에서 시장이 기존 콘센서스(공감대)인 50bp(0.5%포인트) 이상의 금리인하를 단행해주기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물가관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한은에 매우 큰 부담이다. 따라서 일단 기준금리부터 발표한 다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 게 유리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한 4.0%로 결정했다. 이번달 시장은 한은이 25~50bp가량을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시스
ㅎ증권의 모 애널리스트는 사견을 전제로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와 금리 결정을 짜 맞추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다른 정책당국과 크게 차이가 날 정도로 비관적으로 나왔는데 그렇다고 시장이 요구하는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들어줄 수도 없기 때문에 발표 날짜만 바꿔 비난을 최소화하려는 '조삼모사' 형식을 고려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화끈하게 기준 금리를 인하해야 자금경색이 풀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한은이 줄기차게 은행채 매입 등 각종 정책을 통해 시중은행에 돈을 풀었지만, 시중은행에서도 이 돈을 흡수하기만 할뿐 실물시장에 풀어놓지 않아 자금고갈 현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를 낮춰줘도 은행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한은과 은행 사이에서만 돈이 넘쳐나는 지금 상황을 개선할 수 없는데 지나친 폭의 금리인하는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나중에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해프닝 아닌 해프닝"

한켠에서는 재정부와 한은의 불편한 관계를 이유로 '정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한은이 '정직한(?)' 경제전망치를 내놓는 것을 원치 않은 정부의 압력이 작용해 한은이 급하게 경제성장률을 다듬기 위해 시간을 번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억측이라고 전문가들은 잘라 말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9일과 12일은 단 사흘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이 사이에 다시 경제전망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제전망 자체는 기존의 조사자료를 그대로 발표할 게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결국 이와 같은 각종 추측이 시장에 난무한 것은 한은이 지나치게 금리발표를 앞두고 예민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 연구위원은 "한은이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지나치게 예민해져 말거리를 많이 만든 것 같다"며 "일단 금리를 내린다는 액션을 이미 이성태 총재가 지난달에 취한 마당인데 이번 주 들어 갑자기 일정을 바꾸면서 오히려 시장의 심리를 더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바람과는 달리, 한은의 이번 행동이 시장의 억측을 무성하게 키워버렸다는 말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일을 바탕으로 한은이 경제전망 발표일 조정을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지금과 같이 시장의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와 경제전망 발표를 굳이 한 주에 몰아서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경제전망은 다른 주로 잡아도 좋지 않겠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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