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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 셋 중 하나는 흑자도산 위험"

대한상의 "34.8%로 97년 IMF 때보다 11.7%P 많아"

영업이익은 내고 있지만 현금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현금수입상으로는 적자를 내는 기업이 외환위기 때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위기에 따른 신용경색 심화로 흑자도산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코스피 상장 12월 결산법인 6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시중자금 흐름의 특징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손익계산서 상으로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순유출을 기록한 법인이 219개 업체(34.8%)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97년 외환위기 당시(23.1%)보다 11.7%포인트 높은 결과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과 부채의 변동을 가감한 수치다. 양(+)면 현금자산이 늘어나 재무구조 개선, 신규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순유출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현금보유 수준이 악화됐음을 뜻한다. 영업은 잘하더라도 현금수금이 제 때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냈으나 현금흐름상으로는 돈을 까먹은 기업이 올해 들어 과거보다 훨씬 늘어났다. ⓒ프레시안

이처럼 현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영업활동 현금흐름 비율(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은 1.6%에 그쳤다. 97년 당시(5.8%)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보유 현금이 줄어드는 까닭 중 하나는 돈이 시중에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돈의 시중흐름을 나타내는 통화유통속도는 금년 2분기 0.720배에서 3분기 0.703배로 떨어졌다. 지난해 0.752배 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통화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M2)로 나눈 것으로 일정 기간 동안 한 단위의 통화, 곧 현금이 거래에 사용되는 빈도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돈이 도는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프레시안
분기 통화가 1배면 3개월 동안 거래에 기준 통화가 한 번 쓰였음을 의미한다. 통화유통속도가 0.703이라는 뜻은 3분기 동안 한 번 거래가 일어날 때 통화가 거래수단으로 쓰인 비율이 70.3%라는 뜻이다.

광의통화는 현금과 당좌예금, 보통예금 등 통화(M1)와 이에 파생되는 통화성 상품인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등을 합산한 통화개념이다.

이처럼 현금의 유통속도가 떨어져 기업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부족해짐에 따라 9월 요구불예금회전율은 35.2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26.8)보다 크게 올라갔다.

요구불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개인 등 예금자가 돈을 잠시 예치해두고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찾아 쓰는 예금(요구불예금)의 입출금 빈도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예금자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요구불예금회전율도 높아진다. 자금사정이 긴박해져 자주 돈을 빼 쓰게 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경기하강에 따른 수요 악화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대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중자금이 실물 부문에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을 내고도 파산하는 흑자도산 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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