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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일해도 돈 구경하기는 힘들어!

이익↓, 재무구조↓, 재고↑…"건설업 특히 심해"

경기 위축 여파로 국내 기업의 현금 보유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종의 경우 올해 영업활동 결과 돈이 더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일을 해도 비용만 나갈 뿐 돈이 들어오지 않은 셈이다.

건설업, 현금흐름 상태 심각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제조업의 영업활동 현금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억 원이 감소해 285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이 23억 원 줄어든 214억 원에 그친 반면 투자활동 현금지출은 56억 원이 늘어나 410억 원에 달했다.

제조업체가 물건을 외상으로 팔거나 어음으로 결제하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9월까지 제조업체의 매출채권은 164억 원으로 지난해(73억 원)보다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재고자산은 지난해 53억 원에서 올해 192억 원으로 세 배가 넘게 늘어났다. 얼핏 보면 대차대조표상 자산이 늘어났지만 위급할 때 단기 대응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유동자산은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3분기 제조업체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지난해 87.5%에서 올해 57.1%로 수직 낙하했다. 작년 기업이 3분기까지 영업에 쓴 빚과 이자가 100이라고 할 때 벌어들인 돈으로 87을 갚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57 정도를 갚을 능력을 가지게 됐음을 뜻한다.

결국 올해 3분기까지 제조업체의 영업활동 결과를 종합하면 돈은 많이 썼음에도 적게 벌었으며 물건을 팔고도 현금을 제 때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회사가 가진 돈이 그만큼 줄어들어 위기 대응능력이 취약해졌음을 증명한다.

▲건설업체 현금상황은 특히 더 심각하다. 부채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며 현금 대신 결제한 어음의 현금 전환 속도는 매우 더뎌지고 있다. ⓒ프레시안
특히 건설업의 경우 현금흐름 상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3분기 건설업체는 영업활동을 통해서도 돈이 줄어들고 투자활동을 통해서도 돈이 빠져나가 영업활동 현금수입(676억 원 순유출)에서 투자활동 현금지출(519억 원)을 뺀 금액이 -1195억 원에 달했다.

신용경색으로 건설현장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음이 고스란히 입증됐다. 사업투자를 위해 지출한 돈은 작년 323억 원에서 올해 519억 원으로 늘어났지만 재고자산은 55억 원에서 225억 원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났다. 부동산시장 침체 직격탄을 맞은 것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그나마 주요 결제수단인 매출채권의 현금화 속도도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의 매출채권회전율은 1분기 5.56회에서 2분기 3.69, 3분기 3.11회로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이는 3분기 제조업(8.38회)은 물론, 서비스업(10.69회), 전기·가스업(11.83회)보다 훨씬 느린 결과다. 매출채권회전율은 매출채권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매출채권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으로 회수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때문에 건설업종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32.1%를 기록, 지난해(-30.8%)보다 더 나빠졌다. 현금이 제대로 돌지 않자 건설업체의 차입금 증가액은 지난해(621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176억 원에 달했다.

수익성, 재무구조 모두 악화

이처럼 기업에 돈이 돌지 않음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구조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했다. 3분기 국내 법인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9%에 그쳐 지난해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의 경우 작년 7.3%에서 올해 6.6%로 떨어졌고 비제조업은 8.1%에서 4.8%로 크게 악화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로 기업이 실제 올린 매출액 중 영업활동을 통해 순수하게 벌어들인 돈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다만 3분기 매출액증가율은 전분기보다 3.8%포인트 상승한 28.6%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매출호조에도 불구하고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 원가부담이 늘어났고 외화부채에 대한 평가손실 등 영업외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환율상승에 따른 외화부담은 기업의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현재 국내 법인의 부채비율은 104.3%로 전분기보다 8.9%포인트 늘어났다.

주된 요인 중 하나는 환율상승 때문에 원화로 평가된 외화부채가 늘어난 데다 차입자금도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법인의 차입금의존도는 2분기보다 1.0%포인트 커진 23.4%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분기 재무제표 작성 기업 1624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조사대상 법인의 총자산은 전체 법인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조사대상 업종별로는 제조업체가 1149개로 가장 많으며 건설업 76개, 전기·가스업 20개, 서비스업 379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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