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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에게 앉아서 당하는 '착한' 국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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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에게 앉아서 당하는 '착한' 국민들이여"

[기고] 3불정책 폐지, '판돈' 몇 푼 문제가 아니다

또다시 3불정책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3불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데 이어 4년제 대학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3불정책 폐지를 언급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상하다. 세상이 조용하다. 국민들이 봉기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처럼 자기 자식 교육으로 출세시키는 데 '광분'하는 국민은 세상에 없다. 우리 국민들은 자기 노후가 불투명해지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가처분소득을 자식 교육비에 밀어 넣고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어머니는 마트에 나가 다리가 퉁퉁 붓도록 서서 일하며 교육비를 마련한다. 심지어 교육비 때문에 노래방 도우미로 나선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왜 앉아서 당하려고 하나? 교육비 몇 푼 더 벌고 덜 버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3불폐지는 국민의 자식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다. 모든 국민이 아무리 열심히 교육비를 벌어대도, 3불폐지로 인해 필연적으로 절대 다수 국민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흔히 3불폐지로 본고사를 보게 되면 사교육비가 더 올라갈 거라고 한다. 맞다.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은 '사교육비가 더 들어간다고? 이래도 들고 저래도 들 사교육비, 자식 교육에나 신경 쓰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착각이다.

3불을 건드리는 것은 게임의 판을 바꾸려는 기획이다. 각자가 아무리 노력한들 판이 바뀌면 그걸로 끝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판때기'란 표현이 있다. 화투나 포커게임을 하는 '장'을 말한다. 3불폐지는 아귀같은 타짜가 나타나 판때기를 설계해 국민에게 '탄'을 쏘는 '구라'다. 국민은 타짜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호구가 되고 만다.

아무리 판돈을 더 마련해도 호구 신세를 벗어날 길이 없다. '판때기'를 뒤엎는 것만이 살아날 방법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봉기하지 않고, 여전히 입시경쟁이라는 게임에 사로잡혀 패를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판돈을 더 마련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사교육비만 벌어대고 있다.

국민의 자식들이 한 방에 간다

우리 국민들은 자식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며 돈을 벌어대나? 간단하다. 일류대학, 일류학과에 아이를 들여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일류대, 일류학과는 마치 삼각형의 꼭지점처럼 그 양이 제한되어 있다. 올림픽 달리기 경주를 생각하면 된다. 금은동메달은 딱 세 개뿐이다. 참가 선수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이 객관적인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이 조건에서 3불정책 폐지가 무엇을 의미할까? 일류대가 금은동메달을 '엿장수 마음대로' 줄 수 있게 된다. 물론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다. 100% 엿장수 마음대로 선발을 하기 위해선 3불폐지 그 이상의 자유화가 필요하다. 3불폐지는 그 절대자유의 경지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다. 하지만 3불폐지까지만 가도 국민의 자식들이 금은동메달로부터 배제되기 시작한다.

▲ 아무리 판돈을 더 마련해도 호구 신세를 벗어날 길이 없다. '판때기'를 뒤엎는 것만이 살아날 방법이다. ⓒ뉴시스
일단 가장 노골적인 기여입학제부터 보자. 일반 국민의 자식이 평생을 달리기 연습을 했어도, 부잣집 자식에게 금메달 주겠다는 게 기여입학제다. 부잣집 자식들만 삼각형의 꼭지점 안으로 진입한다면 일반 국민은 '닭 쫓던 개' 꼴이 된다. 처량하다.

이건 너무 노골적이어서 기여입학제를 하자는 말까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에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규제를 풀자고 한다. 본고사는 대학이 알아서 시험 봐서 학생을 뽑겠다는 얘기다. 대학이 알아서 시험 보는데 국민공통교육을 신경 쓸 이유가 있을까?

대학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대학은 그저 일류학생을 뽑는 데만 집착할 뿐이다. 그러므로 대학의 시험은 학교교육의 범위를 벗어나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학교와 싸구려 보습학원에 의지해 공부한 일반 국민의 자식들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판때기'가 되는 것이다.

그럼 모두가 더 비싸고 더 어려운 사교육을 통해 본고사에 대비하려 할 것이다. 이때 마음껏 실탄을 쓸 수 있는 쪽은 바로 부자들이다. 본고사는 부자들의 일반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교육비?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이 도발에 넘어가면 재산을 탕진하도록 사교육비를 쓰고도 반드시 지게 된다. 그게 이 '판때기'의 본질이다.

고교등급제로 가면 더 황당하다. 고등학교에 등급이 있다는 얘기다. 어떤 등급? 일류와 삼류다. 일류고등학교 학생들이 꼭지점 안으로 들어가는 데 혜택을 받게 된다. 그 일류고등학교란 어떤 학교가 될까?

당연히 특목고, 자사고 등 귀족학교다. 귀족학교 학생들에겐 처음부터 높은 등급을 주고, 일반 국민의 자식들에겐 부실등급을 주겠다는 게 고교등급제의 본질이다. 여기까지 가면 정말 기괴한 판때기가 된다. 화투로 치면 똑같은 점수를 냈어도 부잣집 자식의 점수를 더 높게 쳐주겠다는 얘기다. 이런 판때기에서도 실실 웃으며 패 들고 앉아 있는 사람은 정신 나간 호구다. 우리 국민이 지금 그 꼴이다.

판때기를 뒤엎고 봉기하라

일반 국민의 자식들과 부잣집 자식들이 달릴 트랙이 갈린다. 한쪽은 자갈과 모래투성이인데, 한쪽엔 탄력 좋은 우레탄이 깔린다. 세상에 이런 올림픽이 있나? 있다. 한국의 입시올림픽이다. 이런 경주를 할 사람이 있나? 있다. 한국의 착한 국민들이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상황이 돌아가는데 사교육비는 뭐하려 벌며, 아이 학원엔 왜 보내나? 부질없는 짓이다. 그럴 시간에 아이 손잡고 광장으로 나와 규탄집회를 해야 한다. 패를 던져버리고 판때기를 엎어야 한다.

일류대들의 욕심에 끌려다니다간 국민의 자식들은 통째로 호구가 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사교육비를 갖다 바쳐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판때기에 국민의 자식들을 앉히려는 '설계', 그것이 3불정책 흔들기의 본질이다. 왜 가만히 보고만 있나? 언제까지 '봉' 노릇만 할 텐가? 우리 국민 너무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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