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정부는 방만한 PF 대출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 부실 저축은행권의 구조조정을 병행키로 했다. PF 대출자금이 투입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매월, 매분기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캠코, 164개 사업장 부실채권 1.3조 어치 매입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대책을 발표하며 저축은행업계의 신인도 추락을 막아 PF 대출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89개 저축은행의 PF 대출이 유입된 총 899개 사업장 중 부실화가 진행 중이거나 부실 위험성이 높은 164개 사업장에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1조3000억 원을 투입키로 했다. 자산관리공사가 부실 또는 부실우려 채권을 사들이고 환매 또는 사후정산 방식으로 투입자금을 되돌려 받는 조건이다. 채권 매입대금의 일부는 현금이 아니라 선순위채나 후순위채로 지급한다.
'악화우려(향후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장)'로 분류된 사업장 중 현재 연체가 진행 중인 121개 사업장에는 총 9000억 원이 투입된다. '악화우려' 사업장 중 현재 연체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토지매입이 70% 이상 완료된 43개 사업장에도 4000억 원이 채권매입을 위해 풀린다.
사업장의 위기가 금융기관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에는 충당금 적립 조건이 붙었다. 사업장이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받은 돈을 환매 또는 사후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손실분을 앞으로 2~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미리 적립해놓아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부실채권 매입계획 예시안. (자료 : 금융위원회 제공) ⓒ프레시안 |
"워크아웃 쉽게"가 핵심
정부는 이와 함께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의 빠른 정상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50억 원 이상 규모, 3개월 이상 연체, 2개 이상의 저축은행이 참여한 경우로 정해진 워크아웃 편입요건을 보다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3개월 이상으로 규정된 연체기간 요건이 폐지된다. 또 동일계열 저축은행 간 컨소시엄을 이뤄 시행한 PF 대출에 대해서도 워크아웃이 허용된다. 빠른 워크아웃을 통해 자금이 신속히 투입돼 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워크아웃은 토지매입률이 70% 이상인 경우로 한정하는 등 담보확보 기준은 강화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말로 정해진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적용시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내년 말까지 총 대출 중에서 차지하는 PF 대출비율을 30% 이내로 끌어내려야 한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사업장에 PF 대출을 한 저축은행의 경우 내년 말까지 충당금 15%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종전 올해 말로 정해뒀던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강화 규제 기준을 내년으로 연장한 까닭은 사업장의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이 기준을 올해 말이 다가오도록 맞추지 못하는 저축은행이 속출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총 대출 중 PF 대출 비중은 24.1%로 30%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것은 물론, 지난해 3월말(29.3%)보다 더 나빠진 상태다.
금융위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부실우려 자산의 조기정리를 촉진하게 돼 최소 7.0%포인트, 최대 10.4%포인트의 연체율 하락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체된 채권 1000억 원을 정리할 때마다 연체율이 0.8%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자율적 구조조정 유도"
정부는 이와 같은 구제책 마련과 함께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해 부실저축은행의 신속한 퇴출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PF 대출 부실화가 심화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때는 사전적으로 대주주의 증자나 인수합병(M&A)을 유도키로 했다. 만약 피인수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자체 정상화가 어려운 업체의 경우 신속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구조조정 방안이나 기준과 관련, 보다 구체적인 답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또 눈에 보이는 업계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사와 PF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BIS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는 저축은행에는 양해각서(MOU)나 확약서를 체결해 자본확충계획을 확인받겠다는 입장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BIS비율이 5~7%대에 불과할 경우 이 비율이 8%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배당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 실태조사 결과 저축은행의 전체 PF 대출 규모는 12조2100억 원이다. 이 중 사업장 성격이 '주의(사업진행에 일부 애로 요인이 있음)'인 곳은 263곳이며 금액으로는 3조9926억 원이 해당한다. '악화 우려'에 해당하는 189개 사업장에는 1조5130억 원이 몰려 있다. 6월말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PF 대출은 총 31개 사업장에 1조1416억 원이다.
금감위는 "전체 899개 사업장 중 771개 사업장이 관련 토지의 70% 이상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담보확보 비율이 높아 손실률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금감위는 다만 '악화우려'로 평가된 사업장 중 미연체 사업장에서 연체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연체율은 최대 19.1%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대책 없는 지원…'도덕적 해이' 등 우려도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저축은행의 숨통을 터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아무런 대비책 없는 지원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별다른 자구노력 없이 캠코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해주는 것이라 부실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떠안은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무분별하게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린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 추궁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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