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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품도, 예단도, 부조금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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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품도, 예단도, 부조금도 없지만…"

[아시아생각] 한국과 베트남의 결혼 문화 비교해보니…

지난 11월 17일 함께 일하는 여직원의 결혼식 식사 초대에 다녀왔다. 오후 5시에 도착하여 친지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전통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신부에게 줄 결혼 축하금을 전달하면서 결혼 후 행복하게 살 것을 축복하였다. 오늘은 결혼 전날 행사로 성대하게 잔치를 한다. 친구, 친척, 이웃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결혼을 축하해준다. 부모님의 초청으로 잔치에 참석한 경우는 축하금을 부모에게 주고, 신부의 초청으로 온 경우는 신부에게 축하금을 전달한다. 축하금은 식사비에 대신하여 내는 금액이다. 대체로 축하금과 음식준비 비용이 상충하면서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이다. 결혼식은 행사다음 날인 18일에 진행된다.

농촌의 결혼식 행사는 오후 2시에 신랑이 큰 아버지를 가정 대표로 하여 친구들과 함께 신부를 마중 나간다. 신랑의 가정 대표가 신부 집에 도착해서 조상제단에 절을 한 후 양가 인사를 하고 신부를 데리고 신랑 집으로 돌아온다. 이때 신부 친구가 함께 신랑 집으로 온다. 신부 친구는 신랑 집 마당에 임시로 준비된 천막아래서 신랑 신부와 함께 흥겹게 가요를 부르면서 논다. 신랑 집에서는 신부 친구들이 마실 수 있는 녹차를 준비하면 된다. 이날 식사는 없다. 2-3시간을 흥겹게 논 후 신부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신부는 평상시의 옷으로 갈아입고 설거지를 하면서 그날부터 신랑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아직은 대다수가 신혼여행은 가지 않는다. 대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는 신혼여행을 가기도 한다.

베트남의 결혼식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대체로 친구나 주위 사람의 소개로 신랑, 신부가 될 사람이 만나 일정 기간 동안 서로 교제하면서 사랑을 키워간다.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결정이 되면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고 결혼을 준비한다. 가능한 배우자는 같은 동네나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 양가가 멀리 떨어진 경우는 드문데 왜냐하면 결혼 후 양가를 찾아가는데 경비도 많이 들고, 태어난 자녀들을 양가부모가 돌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혼 준비는 함께 살아 갈 주택(방)의 확보가 우선이다. 현재 대다수의 베트남 신혼부부는 신랑의 부모님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므로 신혼부부의 살림 방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도시나 시골이나 신혼부부가 자신들만의 주택을 가진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다음의 준비는 신혼살림인데, 이 역시 부모님과 함께 삶기 때문에 저절로 해결된다. 하지만 꼭 살림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부부용 침대, 조그만 옷장 겸 이불장, 작은 책상 1개이면 된다. 그리고 그 방을 예쁘게 꾸밀 장식용 사진이나 조화, 달력 등이다. 예복은 당일 빌려서 입는다. 신부는 예쁜 드레스를 빌리면 되고, 신랑은 자기 몸에 맞는 양복을 빌려 입는다. 요즘은 신랑이 양복을 자신이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신부가 신랑의 부모나 가족을 위해서 예복, 예단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신랑은 신부의 집에 보내는 함에 담배 1갑, 빈랑열매 조금, 녹차, 과자와 약간의 돈(20만~30만 원)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결혼 당일 신랑은 준비한 반지를 신부에게 선물한다. 요즘은 대체로 금반지 반 돈 혹은 한 돈으로 한다. 보통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비용은 100만 원 정도이다. 농촌에서는 이보다 약간 낮고 도시에서는 좀 더 비용이 높다. 반면에 신부는 거의 비용이 지출되지 않는다.

한국의 결혼식은 너무 경제적인 비용이 높다. 신혼 부부 당사자가 필요한 주택과 물품 구입이외에도 양가 부모나 가족들의 예단 비용이 많이 든다. 예단 준비 때부터 신랑 신부는 파김치가 된다. 육체적으로도 피곤하지만 심적으로 너무 부담이 된다. 결혼 후 부부싸움이 생겼을 때나, 신부와 시부모와 마음이 맞지 않을 때 결정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예단에 대한 불평불만이다.

베트남에서는 시부모가 신부를 매우 귀하게 여긴다. 농촌에서는 새로운 노동력이 확충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모를 모시고 살 새로운 가족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부도 직장을 다니거나 농사일을 하므로 집안 일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침준비는 시어머니가 하는 경우가 많다.

고부간의 갈등이 있지만 시부모와 신혼부부가 따로 살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둘째 아들이 결혼을 하면 첫 아들은 분가를 하고 부모는 둘째 아들 부부와 함께 산다. 그러므로 자연적으로 부모는 막내 아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한국과 상당히 다른 문화이다. 한국에서는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차남이 결혼하면 분가해서 나가는 반면에 베트남에서는 반대로 차남이 결혼하면 장남이 분가해서 나간다.

베트남의 결혼식은 허례허식이 거의 없다. 베트남 농촌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주례가 있고, 신랑신부가 입장하는 그리고 양가의 축하객이 모두 모이는 '결혼식'은 없다. 결혼행사 하루 전 식사초대와 결혼 당일 날 간단한 양가 만남과 친구들과의 한바탕 흥겨운 놀이가 있을 뿐이다. 더구나 혼수품이 없고, 신혼부부만의 주택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결혼비용이 아주 적게 소비된다. 혼수품으로 인한 부부싸움, 고부간의 갈등은 없다.

한국의 결혼식은 엄청난 경비와 예비 신랑신부의 큰 심적 부담과 육체적 피곤함을 보게 된다. 한국도 베트남처럼 단순하고, 저렴한 결혼식은 할 수 없을까? 결혼비용이 없어서 결혼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생기지 않을 수 없을까? 혼수품과 예단을 없앰으로 고부간의 갈등을 없앨 수는 없을까?

결혼이란 양가 부모와 친인척, 이웃과 친구들의 축복 속에서 새로운 한 가정이 탄생하는 아름다움이다. 이 아름다움에 너무 형식과 외형을 추가하는 것은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럽다. 부조금이 부담스럽고, 체면유지가 부담스럽다.

* [아시아 생각]은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에서 격주간으로 내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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