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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무죄 판결, 핵심을 비켜갔다"

시민단체 "금융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빨리 결론 내려야"

"예견된 무죄 판결"

지난 2년 동안 지루한 법적 공방이 진행돼 왔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온 24일 오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내놓은 성명 가운데 일부다. 이 사건 및 관련 사건을 대하는 법원의 태도에서 이미 판결 내용이 드러나 있었다는 것. (☞관련 기사: 법원 "론스타 외환銀 인수 불법 아니다" )

론스타 측 로비스트에게 돈 받은 고위 경제관료

엘리트 경제관료, 금융계 고위인사, 법률사무소 김앤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사건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투자펀드인 론스타에 파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 등은 매각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자산을 낮게, 부실 규모는 높게 평가했다.

자연스레 '헐값 매각'이라는 말이 나왔다. 게다가 론스타 측이 막대한 차액을 남기고 외환은행을 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런 목소리는 의혹으로 번졌다. 매각을 주도한 관료와 은행장이 론스타와 유착했다는 의혹이다. 론스타 측 로비스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하종선 변호사가 변양호 국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의혹은 더 깊어졌다.

법원 "자산 헐값 평가, 협상 결렬 막기 위한 고육책"

하지만, 1심 법원은 '헐값 매각'을 주도한 당사자들에게 24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BIS 비율 전망치를 비관적으로 작성하는 등 자산 가치를 낮춰 평가한 것은 론스타와의 협상 결렬 가능성을 줄이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이다. 법원은 이날 매각 당사자들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론스타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감시했던 투기자본감시센터(투감센터)는 허탈한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놀란 표정은 아니다. 예상된 판결이었다는 이야기다.

"법원은 왜 론스타 앞에서만 약해지는가?"

투감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가 유독 론스타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취해왔다고 비판했다.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네 차례나 기각한 것, 다른 주요 피의자인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의 구속영장도 기각하여 미국으로 도주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근거다.

오는 27일 예정된 하종선 씨 불법로비 사건 선고공판도 결국 무죄 판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그래서 나왔다.

"핵심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이다"

뻔한 판결이었던 만큼, 판결에 불복하는 논리 역시 선명하다. 한낱 사모펀드에 불과한 론스타가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오랜 재판 과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런 핵심을 외면했다는 게 이번 판결에 비판적인 이들의 입장이다. 법원은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이런 입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론스타는 원래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인데, 금융감독당국은 2003년 9월 은행법 시행령 제8조 제2항의 예외를 적용해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이후 국회의 조사, 감사원의 감사, 검찰의 수사 등은 BIS비율 조작 등의 불법행위가 있었는가에 집중됐다"며, 론스타 관련 논의가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채로 이뤄져왔다고 밝혔다. 핵심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이야기다.

"금융위, 핵심 문제에 결론 미루기만 해서야…"

금융위원회는 현재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심사 중이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에 대해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2006년 말부터 2년이 지나도록, 당국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에서 "현재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는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 하라"고 금융위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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