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말 "재미있는 지옥"이다. 재정학자 출신이라는 정치인이 저런 수준의 발언이나 일삼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세간에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하는데 자칭,타칭 전문가라는 자들이 저 모양 저 꼴이니 사람들이 미네르바의 경력을 확인하기 이전부터 그에게 열중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여러 경제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경제분석의 기초가 심하게 부실한 나성린 의원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쳐 보기로 한다.
재벌연구소들도 나성린의 주장에는 코웃음을 칠 것
우선 먼저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 상무가 2004년에 쓴 글.
"재정확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지출을 확대하는 것과 조세를 삭감하는 것이 그것이다. 경기를 살리는 데에는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감세정책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를 삭감한다고 해서 소비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저축을 늘리거나 빚을 갚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반면 정부가 지출을 할 경우에는 고용을 유발하고 그로 인한 소득 증가가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승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전문가라면 최소한 오문석 상무처럼 재정확대정책을 논할 때 재정지출확대정책과 감세정책의 효과를 비교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경제정책 분석의 기초ABC에 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조원을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재정지출 확대에 활용하는 경우 그 중 9~10조원이 소비로 이어지는 반면, 10조원을 부유층에 대한 감세정책에 활용하는 경우 그 중 6조원만이 소비로 이어진다면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라면 당연히 전자를 추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초가 부실한 나성린 의원처럼 후자를 택해도 10조원 중 6조원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떼를 쓰게 되면 그 결과는 참담하게 나타나게 된다. 어떤 정책의 경제적 효과라는 것은 그것이 저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냐 고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냐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과 재경부,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바람직"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국책연구소인 한국조세연구원은 과거에 어떤 연구결과를 내놓았을까. 2002년 조세연구원의 박기백 연구위원은 <법인세 논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렇게 썼다.
"ㅇ 감세의 경기부양 효과는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 소득과세를 감세할 경우 소비성향이 낮은 부유층의 혜택이 많아 소비증가 효과는 미미한 반면 경기부양 효과는 적다는 입장이 다수
- Carroll(2000)이 일본의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도 동일
ㅇ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감세보다는 재정지출확대가 바람직
- 감세를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법인세율 인하보다는 소비세 인하나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이 바람직."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도 2005년 11월 <감세정책의 주요논점정리>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렇게 썼다.
"ㅇ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가 큼 (조세연구원, '01년)
- 조세승수는 0.23(1조원 감세는0.23조원 GDP증가)
- 재정지출승수는 0.40(1조원 재정지출확대는 0.4조원 GDP증가)
※외국의 사례
-독일의 조세승수는 0.2, 재정지출승수는 0.4
-스페인의 조세승수는 0.1, 재정지출승수는 0.5
-프랑스의 조세승수는 0.1, 재정지출승수는 0.5
-이태리의 조세승수는 0.1, 재정지출승수는 0.5"
미국인들의 감세안 지지율은 단지 28%에 불과
MB정부가 오매불망 따르고 싶어하는 부시의 감세정책에 대하여 미국인들과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조세연구원 박형수 연구위원의 2006년 보고서, <감세정책과 최근 세수동향>에 의하면 미국에서 감세에 대한 지지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한다. 그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4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감세안 지지율은 단지 28%에 불과했다.
왜 대다수 미국인들은 감세안을 지지하지 않고 있을까. 이 보고서의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ㅇ 부시행정부의 감세안은 '경기부양→세수증대'의 효과가 미미하며 향후 재정적자 폭만 확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 장기적으로 감세의 공급측면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별로 크지 않으며, 오히려 감세는 간접적으로 연방정부 재정적자 증대로 정부투자 감소나 국민저축 감소로 인한 국내 투자 축소를 통해 경제성장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다수 경제학 연구의 결론.
- Economy.com 연구소의 보고서(2004.7)에서는 감세혜택이 소비성향이 높지 않는 고소득층에 편중되어 경기부양효과가 제한적임을 지적.
- 미 행정부의 Mid-Session Budget Review(2004.7)에서도 2001년 이후 시행된 정책 중에서 감세정책이 현재의 막대한 재정적자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였음을 지적.
- Center on Budget & Policy Priorities(CBPP)의 보고서(2004.6)에 따르면 감세로 인한 재정손실분을 다른 세금을 올리거나 지출을 삭감하여 충당하는 경우 전 가구의 3/4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됨"
97~98년, 저소득층 소비성향 급증, 부유층 소비성향 급감
나성린 의원이나 강만수 장관과 같이 도무지 논리로 소통이 안되는 사람들에게는 과거 경험을 소개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1997년과 1998년 사이 우리나라의 계층별 소득증가율과 소비 증가율을 표로 나타낸 것이다.
아래 표를 보면 1997년과 1998년 사이 최저소득층 서민들은 소득이 평균 22.8%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8.7% 줄이는데 그친 반면, 최고소득층 부유층들은 소득이 4.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10.4%나 줄였음을 알 수 있다.
(주) 1분위 : 최저소득층, 10분위 : 최고소득층 (출처) : 통계청의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조사(2003년 이전에는 통계청이 전체가구 가계조사를 시행하지 않았음) |
위의 표를 평균소비성향이라는 지표로 변형시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주) 1분위 : 최저소득층, 10분위 : 최고소득층 (주) 평균소비성향 = 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 (출처) : 통계청의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조사(2003년 이전에는 통계청이 전체가구 가계조사를 시행하지 않았음)자료를 PIESS(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가공. |
이것은 최저소득층들이 98년의 경우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하여 자신의 소득보다 40%나 많은 소비지출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40%의 소비는 부채나 가족,친지의 도움에 의존한 것이다.
또 위의 표를 보면 같은 기간 최고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4.0%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소비성향은 59.6에서 51.3으로 13.9%나 감소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부유층의 경우에는 경제위기시에 사치품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이더라도 생계유지에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에 주저없이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이게 된 것이다.
필자가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다. 어떤 관념적인 몽상도 구체적인 현실을 이길 수 없고 이겨서도 안된다. 97년과 98년의 경험은 향후 우리나라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하여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 것인지 웅변으로 보여준다.
경제위기의 구세주는 저소득층의 높은 소비 성향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하는데 정말 한심한 사람들이다. 도대체 이들은 투자란 개념이 무엇인지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투자란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매출확대를 기대하며 기계류나 운수장비, 건축물 등을 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국내외 전분야에 걸쳐 장기간의 매출축소가 예상되는 국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래의 매출확대를 기대하며 무작정 기계류나 운수장비, 건축물 등을 사들이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이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기계류나 운수장비 등을 팔아서 큰 이익을 남기고 있는 일본같은 경우야 횡재를 하게 되겠지만,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어 미래 매출이 장기간 회복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 대부분은 투자 실패로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수출과 투자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 수가 없다.
해외매출이 증가하지 않는 한 수출이 증가할 리 없고, 국내외 매출이 증가하지 않는 한 투자가 증가할 리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대를 걸 수 있는 분야는 소비 뿐이다. 그리고 소비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지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정책 또한 저소득층의 높은 소비성향을 겨냥한 유효수요창출 정책이 되어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국면에서 보수적인 케인즈와 진보적인 루즈벨트가 동시에 저소득층의 높은 소비성향에 착목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고 말이다.
앞으로도 나성린 의원과 같이 독선에 빠진 무능한 부실투성이 의원들이 MB정부 경제정책을 농단하려 하는 한 MB정부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기초부터 되돌아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성린 의원이나 강만수 장관처럼 입만 열면 중고생 수준의 근거없는 말들을 쏟아내 시장의 신뢰를 잃곤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기초부터 되돌아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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