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소재 산업, 3대 수출 산업, 그것을 갖고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먹고 살았다. 이는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시스템이 지속가능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기는 어려웠지만, 하여간 그 중간에 "서비스업으로 가자"라는 노무현의 경제 기조와, "그래도 건설"이라는 이명박의 경제 기조, 그 두 가지의 흐름에 우리가 살았다.
▲ 외환, 연기금, 재정건전성 이 세가지 모두 정부가 가만히만 있었어도 지킬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리만브라더스(이명박 대통령+강만수 장관)은 매 시기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 ⓒ뉴시스 |
원-엔 환율이 1600원 이상이 되었다는 것은, '버블경제'라고 말하는 일본에 비해서 우리가 상당 부분, 더 '버블경제'라고 국제 사회가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다음 논의가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다 우연한 일이고 일시적인 일일 뿐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차라리 여의도의 증권분석가 누군가를 잡아서, 그 사람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시라. 네덜란드가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네덜란드도 실물을 이렇게 포기한 적 없고, 복지 정책을 이렇게 포기한 적 없다.
'소규모 개방 경제', 이게 한국경제를 규정하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다. 세계사에 없을 정도로 수출에 목을 매달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performance)이 워낙 좋아 지난 10년을 버텼다. 그러나 그것도 사실상 끝났다. 이게 이명박 대통령 때문인지, 아니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때문인지, 그걸 외부에서 구분하기는 어렵다. 우정이 너무 강해서 그렇다. 어쨌든, 누구 때문인지 논하기에 앞서, 이 두 사람의 경제 조합이 한국 경제를 다시 돌아나오기 어려운 함정으로 몰아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왜 외국인은, 이 시점에서 사실상 무조건적일 정도로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투매양상을 보이는 것일까? 짧게 보면 세 가지, '한국 경제의 믿음'을 불신으로 바꾼 요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순서대로 보면 외환보유액, 연기금, 그리고 재정건전성이다.
1) 외환보유액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은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해서 문제를 풀 수 있거나, 아니면 한국의 어떠한 기업의 사고라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신화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별 것도 아닌 시장의 교란에 한국 외환당국이 개입하면서, 헤지펀드가 장난칠 여지를 주었다. 수출 중심형 경제에서, 중심에 서 있는 정부의 외환보유액 감소는 발권력이 있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 자주 개입했다.
지금이라도 그냥 버티면, 국가 부도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2) 한국의 연기금은 가장 빨리 증가한 국제적 펀드 운용자의 위치에 갈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원화이든, 아니면 달러이든, 한국은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그걸 가지고 지난 몇 달 동안 증시부양을 했고, 연기금의 수익률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연금관리기본법을 통해서 정부는 더 많은 연기금을 증시에 투여하고 싶어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걸 누구나 안다. 한국의 연기금은 지난 6개월의 손실분을 만회할 수 있을까? 외부 자본이 아는 건 한국 정부를 공격할수록 연기금법을 바꿔서 더 따라 올 것이라는 점이고, 그게 끝나면 한국 정부는 지불능력상 허당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를 외부로부터 지켜준 연기금 신화, 그게 지금 허공의 물거품이 되는 중이다.
3) 한국 정부는 OECD 내에서 보기 드물도록 재정적으로 건전한 정부였다. 누구나 한국 정부가 마지막에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 정도의 재정건전성을 수출주도형 경제가 버티고 있었던 것은 한국 경제 성공의 한 요인이다. 그러나 정부가 맨 먼저 포기한 것이 이 재정 건전성이다. 10조 이상의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한 그 재정 적자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 때문에 불신을 만들었다. 5퍼센트 경제성장률 위에 서 있는 한국의 2009년 경제운용에서도 이미 10조 이상의 마이너스가 생기는데, 만약 1~2퍼센트로 성장률이 줄어든다면, 혹은 1980년과 1998년에 그랬던 것처럼 마이너스 수준에서 경제가 진행된다면?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더 이상 개입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이런 정부의 재정 불건전성이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 대해 외국이 보는 세 번째 불안요소가 된다.
이 세 가지 모두 사실 재정당국이 가만히 있었으면 생기지 않았을 요소인데, 강만수 장관은 지난 몇 달 동안 시장이 기대했던 방향과는 늘 정반대로 의사결정을 내렸고, 국내 경제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기관들은, "아, 이 경제는 내년에 해매겠구나"라고 판단을 내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재정건전성'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겠구나"라고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내가 보기에 한국은 내년에도 원화를 지키기가 어렵다.
칼럼이라는 양식을 쓰는 내 형편에, '기계적인' 정답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말한다면 한국 정부가 올해 가만히만 있었다면 지금의 이 어려움은 도래하지 않았거나, 최소한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다라는 점이다. 외환보유액, 연기금, 재정건전성, 다 가만히만 있었으면, 최소한 공무원의 원리대로 '복지부동'만 했더라도 지킬 수 있는 수치이다.
정부가 뭘 안해서가 아니라. 매순간, 너무 뭘 열심히 해서, 지금의 한국 경제의 위기가 온 셈이다. 역으로 한국이 연초 수준의 외환보유액이 있고, 연기금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고, 재정도 괜한 '감세'한다고 움직이지 않아 흑자재정이라면, 누가 감히 한국 경제에 대해서 작전을 걸 것인가?
이 원칙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만큼 한국 경제는 근본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 역으로 시장에 잠깐 모든 것을 맡겨두고 버텨보면 한국 경제는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불도저를 움직이는 그 장난을 딱 6개월만이라도 멈추면 한국 경제는 아직 죽을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경제 살린다고 국민이 맡겨둔 돈을 여기저기 막 뿌리고, 재정정책 한다고 정부 돈으로 불도저를 막 돌리면, 한국 경제의 부동산 위기가 진짜로 터진다.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시라. 연기금이 있고, 정부가 재정적으로 건전한 나라는 작전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툭 치면, 삽질하고, 불도저나 움직이고, 은행한테 협박이나 하는 나라, 그건 바로 작전 대상이 된다. 현재 상황이 그렇다.
정말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부탁한다. 가만히 사태의 추이를 보고 국민과 대화하고 경제의 근본적인 부분에 투자한다고 말하라. 그러면 한국 경제의 근본 저력 덕분에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잠깐 주가 버틴다고, 잠깐 환율 버틴다고, 근본은 버리고, 이상한 재정정책 한다고 누구나 버블 폭탄을 지켜보는 시점에 토건경제에 국민들이 맡긴 예산을 '올인'하면, 내년에 우리가 버틸 길이 없다.
이 시기가 기회라고, 재건축 풀고, 골프장 풀고, 수도권 풀면, 외국인이 보기에, 버틸 수 없는 버블 정책이라고 불안해서 돈을 빼지 않겠는가?
일단 원화부터 지키자. 글로벌 경제에 건설자본의 이득은 잠깐만 대통령으로서 포기하고 일단 위기부터 넘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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