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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이명박, 이건 확실히 닮았다"

[오바마 시대 vs 이명박 시대]〈4〉 오바마 시대, 美 쇠고기 안전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새로운 미국의 변화를 주창하는 오바마 당선인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오바마 당선인의 등장은 미국의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받아들여진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불확실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던 부시 대통령에 맞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과연 오바마의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건강과대안'과 공동으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보건의료, 여성, 환경 등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오바마 개혁의 비전과 한계를 짚어본다. 더 나아가 이런 오바마 개혁이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각종 사회정책과 얼마나 다른지 살펴볼 것이다.

'건강과대안'(대표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은 시민과 함께 건강과 관련된 온갖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지난 10월 18일 출범한 싱크탱크이다. 이들은 보건의료를 넘어 환경, 노동 안전, 사회적 약자의 건강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관련 기사 : "건강하고 싶다"…'촛불' 열망 모은 '건강과대안' 출범)

오바마의 쇠고기는 안전할까?

'변화와 개혁'의 열망 속에 당선된 오바마 시대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국민의 80%가 먹기 싫다고 거부한 미국산 쇠고기를 끝끝내 국민의 식탁위로 올려 놓은 이명박 대통령과 다르게 과연 오바마 당선자는 '광우병, O157, 리스테리아 공포'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능력이 있을까?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10월 초 '신임 미 대통령이 당면할 국제경제 10대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통상 및 FTA 분야'는 "미국의 경쟁력 강화, 민주·균등·지속가능한 세계 경제 성장 기반 조성"을 위해 "FTA별 환경보호·식품안전·보건 벤치마크를 설정하여 미달 시 재협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 보고서의 요구대로 한다면, 환경보호, 식품안전, 보건 기준에 턱 없이 모자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도 재협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10대 과제는 아쉽게도 미국에게만 적용될 뿐 상대국에는 결코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2008년 5월 16일, 당시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오바마는 사우스다코타주 워터타운에서 열린 집회에서 "미국이 명백하게 최고의 안전기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에는 쇠고기를 수출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더 강한 협상가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며, 미국은 더 강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다우너 소의 불법 도축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사태가 일어나 도축장 검사, 렌더링 산업, 동물성 사료정책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다. 또 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맞춰 타결된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한창이었다. 식품 안전에 대해 이렇게 편향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오마바가 미국 농식품 기업의 이윤을 포기한 채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 미국 쇠고기를 안전하게 만들 것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농식품업계 정치 기부금, 민주당 40% vs 공화당 60%

미국의 정치 자금을 감시하는 NGO인 책임정치센터(The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미국의 농식품업계는 2008년에 약 5000만 달러를 정치권에 기부했다. 그 중에서 민주당으로 간 기부금은 약 2000만 달러(40%)였으며, 공화당으로 간 기부금은 약 3000만 달러(60%)였다. 농식품업계가 지난 2004년 공화당에 71%, 민주당에 28%를 기부한 것과 견주어보면 올해 민주당에 기부한 비율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농식품업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기부금의 비율도 70~80%에 달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 기간엔 민주당으로 상당량의 자금 이동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미 대선 기간 동안 농식품업계의 기부금 내역을 비교해 보면, 오바마는 농식품업계로부터 186만 달러(37%)의 정치자금을 기부 받았고, 메케인은 310만 달러(63%)를 받았다. 이 비율은 2008년 농식품업계가 민주당과 공화당에 정치 자금을 기부한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오바마가 농식품업계로부터 기부 받은 정치 자금은 노동계로부터 거둬들인 31만 달러와 비교해보면 6배나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후원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식품안전 강화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과연 있을까?

한편, 오바마와 바이든은 식품과 관련하여 '거대 농장의 보조금 제한으로 농민 보호, 가공 및 포장업자의 독점 금지를 통한 생산자 보호, 환경규제 지역 이관, 원산지 표시제를 통한 국내산 보호, 유기농 및 지역 생산 강화, 청년 및 신규 농민 지원, 지속가능한 농업 및 환경 보호'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들의 공약은 미국 내에서 가족농과 소농을 보호하려는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타이슨 푸드, 카길, 스위프트 등 4개 거대 농축산복합기업이 미국 내 쇠고기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원산지 표시제의 경우도 농무부가 빠져나갈 구멍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놓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아울러 대규모 리콜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장형 축산업을 해결할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오바마 진영의 식품안전 플랜의 명확한 한계로 지적된다.

오바마는 올해 6월 말 상원의원 자격으로 '식품매개 질병 감시 및 대응 개선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식품사고 발생의 조사(surveillance)를 강화하고, 식품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기관 사이의 조정(coordination)을 중시하고, 식품 검사와 추적을 담당하는 기관의 역량(capacity)을 증진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를 거쳐 부시 행정부는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와 회전문 인사 시스템에 의해 식품 검사 비율을 축소하고, 규제의 대부분을 민간 자율에 맡겨뒀다. 게다가 미국의 식품행정은 농무부, 식약청, 환경보호청 등에 분산되어 있으며, 식약청과 농무부 소속 검사원들의 독립적 지위가 갈수록 약화되어 왔다. 따라서 이 법안은 현재 미국에서 1년에 식품매개 질병을 앓는 사람이 전체 국민의 4분의 1 가량 되고, 35만 명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며, 5000명이 생명을 잃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실효성이 의문시 되는 법안이다.

▲ 오바마 시대에도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검역 민영화로 오히려 위험은 더 커졌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의 검역 민영화

그렇다면 '변화'라는 구호의 동일성을 강조하며 오바와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식품안전 정책은 어떨까? "자동차 팔아서 쌀 사먹으면 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인 노무현 정부의 천박한 농업 인식을 계승한 이명박 정부는 농식품부를 신설하여 농업과 식품을 결합시켰다. 그리고 농식품부의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지난 4월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협상이었다. 이 협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먹을거리에 대한 '검역 민영화'다. 민간업체의 자율에 모든 것을 맡겨 국가의 업무인 검역의 대부분을 민영화시킨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10월 28일 오사카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검역하다가 미 스위프트사에서 수출한 쇠고기 9박스에서 미국 정부가 20개월 미만이라고 보증한 검역서류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 해당 박스는 SRM도 아니었고, 일본에 수출이 금지된 부위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즉시 해당 작업장의 수입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명박 정부는 동일 사안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올 6월~10월까지 한국 검역 당국에 의해 적발된 불합격 실적을 받은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53건(31.4.톤)이나 된다. 불합격 사유 중에서 검역증 미첨부가 2건, 위생조건 위배가 2건, 현물과 검역증 차이가 31건이나 되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단 한 번도 해당 작업장의 수입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검역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주권의 일부라는 인식을 가진 나라와 돈이 되면 국민의 건강은 망가져도 좋다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 차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의 대일 쇠고기 수출 조건이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데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최근 2년 동안 수입 위생 조건 위반 사례가 10건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수입위생조건이 지나치게 허술한데도 불구하고 최근 단 3개월 동안 수입위생조건 위반 사례가 무려 53건이나 된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은 불과 3개월 만에 일본, 멕시코, 캐나다를 제치고 세계 제1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캐나다FTA 협상과 맞물려 몇 일전 15번째 광우병이 확인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임박해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으로 구제역으로 인해 수입이 금지된 브라질산 쇠고기의 수입절차도 재개되었다.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움직여 다닐 때 마다 우리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더 위험한 쇠고기에 더 심하게 노출되는 꼴이다. 여기에 한-EU FTA 협상이 타결되면 광우병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EU산 쇠고기 수입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와 매케인의 투표결과를 미국 지도로 구획해 보면, 매케인은 몬타나주 등 미국 중부의 '비프벨트'에서 주로 승리했고, 오바마는 IT, 자동차 산업, 섬유산업 자본이 몰려 있는 오하이오,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주로 표를 얻었다. 그렇다면 광우병 위험 쇠고기로 메케인의 표를 모아준 이명박 정부는 이제 오바마의 지지를 모아준 자동차, 섬유자본과 한미FTA를 두고 어떤 '변화와 개혁' 의 닮은 형태로 나아갈 지 지켜볼 일이다.

결국 전세계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투쟁은 이 두 사람이 닮았냐, 아니냐가의 문제를 떠나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가치로 전 지구적 연대를 통해서만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싸움은 촛불 운동으로 이미 우리가 시작한 바 있는 이명박 정부의 브레이크 고장난 검역 민영화의 엔진을 당장 중단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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