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최규식, 김종률, 김우남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조위원들은 20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정형근 이사장에게 감사원의 쌀 직불금 부당 수령의심자 28만 명에 대한 직업과 소득 정보 제공을 거듭 요청했다.
역시 정형근 이사장이 '키 맨'
지난 17일 감사원으로부터 2006년도 직불금 수령자 중 비료구매 및 벼 수매 실적이 없는 28만여 명의 명단을 받았지만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소득이 얼마인지'를 전혀 알 수 없어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형근 이사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협조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협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쌀 직불금 관련 국정조사가 정부여당의 비협조로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20일 오후 마포구 건강보험공단을 항의 방문한 국정조사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정형근 이사장이 직불금 수령자 명단 자료공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와 같이 민주당이 건보공단을 강하게 압박하는 근거는 건보공단이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해 2007년 감사원에 '자료협조'를 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감사원은 28만 명의 명단을 건보공단에 통보해 이들의 직업과 소득 정보를 파악했다. 김종률 의원은 "이미 건보공단이 감사원 측에 제출했던 자료인데, 국조특위에는 제출 못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자료 열람 방식도 여전히 논란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별도의 성명을 통해 "1년 365일 읽어도 다 못 읽는 분량의 28만 명 명단을 전화번호부 내놓듯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제출했다"며 "USB 이동식 저장장치 1개 달라 던져주고 송광호 특위위원장은 컴퓨터로 열람하고 복사는 안 되고 자필메모는 허용하겠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황당한 일"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이는 사실상 국정조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형식적으로 시늉만 내고 차일피일 시간만 끌면서 국정조사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개인 사생활보호와 정보보호는 법률에 따라 자료를 제출 받은 특위에서 책임져야 할 사항으로, 만약 특위위원이 국정조사를 빙자해 부당하게 개인정보를 유출해 사생활을 침해하면 해당 특위위원이 지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규성 의원은 "만약 민주당에서 유출이 되면 내가 책임 지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혼자 명단 틀어쥐고 있는 송광호 위원장이 더 문제"
최규성 의원은 송광호 위원장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어쨌든 명단이 국회에 와있는데 그게 특위사무실, 그러니까 송 위원장한테만 가있다"면서 "송 위원장이 명단을 혼자서 틀어쥐고 '볼펜 들고와서 베껴가라'는 소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간사인 김창수 의원도 "국회 스스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위원장과 한나라당 장윤석 간사가 명단을 틀어쥐고 내놓지 않는다. 식물특위가 되어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런 국정조사를 더 해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21일 오후 6시까지 특위에 넘겨진 불법수령의혹자 명단을 특위위원들에 배포하지 않으면 조사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송광호 위원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그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정형근 이사장에 대한 고발 방침에 대해 "법적으로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나 고발 이전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정 이사장과 협조해서 불미스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또한 "위원들한테 명단을 주지 않고 제한된 장소에서 열람도 하고 인쇄도 하고 (종이에)적어나갈 수도 있게 하면 거의 90% 정도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원들에 대한 명단 제출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