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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영어프로그램 그냥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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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학생들에게 영어프로그램 그냥 주겠다"

[인터뷰] 재미사업가 김유경씨, "북한에도 무료로 보내고 싶어"

영어교육은 유치원 아이를 둔 부모에서 취업준비생, 직장인까지 공통된 관심사다. 이를 방증하듯 서점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부분도 영어관련 서적이고, 소문난 영어 학원에는 발빠르지 않으면 등록하기조차 힘들다.

이처럼 모두들 '영어'에 목을 매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이 뭔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다.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찾아가보지만, 정작 포장지만 다를뿐 속 내용은 별반 다를 바 없어 뒤돌아나오기 일쑤다. 학교영어교육이 처음 실시되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영어는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골칫거리일뿐, 13년 교육을 받은 사람 입에서도 유창한 영어를 듣기란 쉽지 않다.

이런 마당에 전국의 초-중등학생에게 최첨단 영어프로그램을 무료로 개방한 재미교포 사업가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고등학교 2학년때 중퇴후 미국으로 건너가 독자적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김유경(49)씨. 그는 지난해말부터 온라인 유료 영어교육 웹사이트 '캠프WWW.COM'(www.campwww.com, 이하 '캠프')를 전국 초-중등학교에 무료로 이용토록 하고 있다.

***1991년 '수박학교'에서 2004년 '캠프WWW.COM'까지**

김씨가 영어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말 컬럼비아 대학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할 때부터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려고 하지만, 배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고 내용도 각기 달라 통일된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고민을 했어요.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은 그 때부터죠."

김씨는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던 동료들과 함께 1991년 '수박학교'라는 작은 회사를 차렸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어 교육 컨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회사였다. "수박 겉핥듯이 진행되는 영어교육을 좀 비틀어 이름을 지어봤어요. 수박 겉이 아니라 속속들이 배워보자는 의미로..."

이름에 걸맞게 내용이 알찼던 탓일까. 수박학교는 국내에 알음알음 전파되더니 전국 유치원 원장들이 앞다투어 컨텐츠를 사가기 시작했다. "좀더 홍보를 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봤겠지만 그래도 전국에서 1백20여개 유치원에서 관심을 보였으니 일단 성공했다고 봐야죠."

수박학교는 5년간 승승장구 끝에 다른 회사에 넘겨지고 김씨는 영상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1995년에는 KBS 영상사업단에서 관심을 보였다. 방송사 어린이 프로그램에 5분 정도 김씨의 컨텐츠를 제공하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KBS 사장이 바뀌면서 이 이야기는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이유는 국영방송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해서야 되겠냐는 신임사장의 반대때문이었다. "KBS측은 예산까지 다 마련됐지만, 사장이 바뀌면서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더라구요. 담당 PD가 얼마나 미안해 하던지..."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KBS와의 결렬후 1995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교육 출판사업에 뛰어들었다. "6천단어만 알면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거든요. 효율적 교육을 위해 프로그램을 단일화하고, 이를 보급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어요." 하지만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아시아 국가들에 IMF 외환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이 사업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해말부터 초-중등학교에 무료 개방"**

하지만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2001년 무렵, 그는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온라인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영어 교육 컨텐츠를 이용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컨텐츠는 이미 마련된 상태였으니, 사이트를 오픈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수박학교 때도 가장 큰 고민은 교사 교육을 하더라도 교사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많았다는 것이었어요. 온라인 교육은 학생과 1대1로 할 수 있으니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없어지더라구.요" 이래서 만들어진 것이 영어교육 웹사이트 '캠프WWW.COM'(www.campwww.com)이다. '캠프'는 지난해 9월 오픈했다.

김씨는 무엇보다 '캠프'의 장점은 딱딱하고 지루한 영어교육이 아닌 재미있고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캠프를 함께 하는 사람들 중에는 영어 교육학만 전공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어떤 내용으로 접근해야 아이들이 재미있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요"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즉 문법책이나 회화책을 줄줄외는 공부가 아니라 노래하고 뛰어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캠프'는 무한대의 온란인 공간을 이동하며 '상황'과 '움직임'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캠프'의 또다른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를 반영하듯, 교육 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방학을 이용해 일찌감치 수백만원이 드는 어학연수, 영어캠프 등을 통해 원어민을 접할 기회가 있지만, 대다수 일반 아이들에게는 머나먼 이야기다.

"온라인의 장점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아닌가요. 좋은 컨텐츠를 보다 많은 아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는 일선 초·중등학교에는 무료로 사이트를 개방했어요."

김씨의 말처럼 '캠프'는 지난해말부터 월 20달러인 사용료를 일선 초·중등학교에서 교육을 목적으로 사이트를 이용할 때는 받지 않고 있다. 보다 많은 학교와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고 부담없이 이용해 주기를 바라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북한에도 무료로 보내고 싶다"**

김씨는 스스로를 '사업가'라고 부른다. '돈을 벌겠다'는 말이다. 초·중등학교에 무료로 컨텐츠 사용을 허락한 것도 일면 홍보 효과에 주목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씨는 '장사' 못지않게 '교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경주하는 듯 했다.

"영어 교육 한 번 제대로 하자는 곳이 있으면 누구든지 손잡고 협력할 용의가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도움을 준다면 최선을 다할 의향이 있어요."

김씨는 '캠프'의 미래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털어놨다. "전 세계 '캠프'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이에요."

'캠프'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전 세계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 아직은 '캠프'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본 등에서 관심을 피력하는 정도이나, 곧 중국 등에도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그는 여건만 허용된다면 북한에도 영어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내줄 생각이다. 현재는 북미 관계가 극도로 냉각돼 있는 까닭에 현실화하기란 쉽지 않은 구상이나, 북핵문제가 풀려 북미 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한에게도 첨단 영어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렇게라도 북한을 돕고 싶고, 통일을 돕고 싶다는 게 그의 뜻이다.

김씨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컨텐츠에 자신 있어요. 캠프 프로그램은 모두가 영어로 돼 있어요. 한글은 찾아볼 수 없죠. 세계를 겨냥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고, 한글 없이 배워야 진짜 영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초등학교때부터 하루에 한 10분씩 꾸준하게 13년만 하면 대학에 들어갈 때는 영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돼 있어요. 직장인들도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면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죠. 경험해본다면 분명히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홍보가 더 잘 된다면 성공은 확신해요."

교육과 사업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13년 영어 공부해도 먹통'일 수밖에 없는 우리 영어 교육 현실에 던지는 김씨의 메시지와 새로운 도전은 의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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