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의 9·1감세안으로 2010년 10조 원에 달하는 지방재정 감소 → 강원도에 대한 지방재정교부금 가구당 150만 원 감소 → 10조 원의 지방소득세 도입하더라도 강원도 지방재정 가구당 34만 원 보충에 그쳐 → 정부가 10조 원의 지방소득세 제도를 신설할 것이 아니라 10조 원의 지방교부금을 추가로 교부하여 강원도의 지방재정 감소액 150만 원을 100% 보충해야."
위의 문구들은 필자가 최근 여러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주 하는 말을 강원도 사례를 들어 요약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도 '지방재정교부금'이나 '지방소득세'라는 용어들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번 글에서 필자는 지난 7일과 16일, <프레시안>을 통해 "대공황 때 실패한 토목공사를 다시 벌인다고?"와 "MB정부, 지방경제 초토화하려나"라는 글에서 다소 복잡하게 서술한 대목들을 되도록 쉽게 풀어 가며 '10조원의 지방재정교부금 추가 교부방안'과 '지방소득세 신설 방안'의 차이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지방소득세 개념에 대하여
지방소득세란 근로소득, 사업소득, 양도소득, 금융소득 등등의 소득세 세원에 대하여 지자체가 부과하고 징수하는 조세를 말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가소득세 세원과 구별되는 새로운 지방소득세 세원을 발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설한다 하더라도 동일한 세원에 대하여 국가와 지방정부가 일정비율로 나누어서 징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예를 들어 2006년 기준 근로자 소득 상위 5.2%의 평균에 해당하는 9482만 원의 연급여를 받는 대기업 임원에게 국가가 그 중 3805만 원을 소득공제해 주고 5677만 원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근로소득세 904만 원을 부과하고 징수했다면, 내년 이후에는 904만 원의 세수를 6대 4로 나누어서 국가가 542만 원을 징수하고 지자체가 362만 원을 징수하는 식이다.
2. 지방재정교부금 개념에 대하여
지방재정교부금이란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행정운영에 필요한 부족재원을 지원하기 위하여 내국세 수입의 일정비율을 지자체에 교부하는 것을 말한다.
(1) 보통, 특별교부세 : 내국세 18.3%의 96%(보통교부세), 4%(특별교부세)
(2) 분권교부세 : 내국세의 0.94%
(3) 부동산 교부세 : 부동산 교부세 전액
(4) 지방교육재정 보통교부금 : 교육세 + 내국세의 20%의 96%
(5)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 : 내국세의 20%의 4%
지방재정교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부동산교부금 등을 지방재정조정제도들이라 하는데 지방재정조정제도란 재정이 취약한 지역에는 주민 1인당 교부금을 더 많이 교부해 주고 재정이 풍족한 지역에는 주민 1인당 교부금을 더 적게 교부해 주는 방식으로 지자체간의 재정불균형을 해소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2010년에 국세가 20조 원 줄어들고 그 여파로 지방재정교부금 등이 10조 원 줄어들면 지방재정조정제도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므로 재정이 취약한 지역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예를 들어 평상시 지방교부금이 30조 원 배분될 때 A지역은 가구당 30만 원 교부받고 B지역은 가구당 300만 원 교부를 받았었다고 가정해보자. 지방교부금 총액이 30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줄어들면 A지역의 가구당 교부금은 3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10만 원 줄어들게 되지만 B지역의 가구당 교부금은 3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100만 원 줄어들게 되므로 재정이 취약한 B지역이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3. 2010년에 10조 원의 지방재정 손실이 발생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지난 달 정부는 9·1 감세안이 가져오는 5년간의 감세효과를 세목별ㆍ연도별 명확한 수치로 발표했기 때문에 이것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국세 감세로 영향을 받는 지방재정 세입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지방재정교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부동산교부금, 그리고 주민세가 그것이다.
그 중 하나인 지방재정교부금만 살펴보면 현행법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행정운영에 필요한 부족재원을 지원하기 위하여 내국세 수입의 19.24%를 지자체에 교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을 지방재정교부금이라 한다.
그런데 정부발표를 보면 2010년에 총국세가 20조 원 정도 감세되고 그 중 내국세가 15조 원 정도 감세된다 했으므로 15조 원의 19.24%인 2조8000억 원 정도의 지방재정교부금이 줄어든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보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3조 원 정도 줄어든다. 또 정부 스스로가 2010년에 부동산교부금이 2조3000억 원 줄어들고, 주민세가 1조3000억 원 줄어든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도합 9조4000억 원의 지방재정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더불어 정부가 9월 감세안을 발표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3조 원가량의 임시투자세액 공제 등 추가감세를 발표하고 있으므로 이로 인해 2010년 지방재정 감소액은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4. 지방소득세 도입이 지방재정 확충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지방소득세 도입은 지방재정 확충의 대안이 될 수 없다. 9월의 대규모 감세로 지방교부금에 문제가 생겼으면 지방교부금을 10조 원 보충해 주어야 올바른 해법이다.
위 사례의 경우 A지역에는 10만 원 보충해주고 B지역에는 100만 원 보충해 주어야 현상유지나마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여당과 정부가 지방소비세ㆍ소득세 도입을 들고 나오면 2010년에는 국세가 20조 원 줄어들고 그 여파로 지방재정교부금 등이 10조 원 줄어들게 되어 재정이 취약한 지역이 큰 타격을 입게 되는 부작용을 치유할 수가 없다.
더 나아가 소득세 세원과 소비세 세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재정을 몰아주게 되므로 지방재정 불균형은 더욱더 심화한다.
5. 상대적으로 재정이 취약한 강원, 전남, 경북의 예를 들어보면?
9·1 감세안으로 인하여 2010년에 지방재정이 10조 원 줄어들면 강원, 전남, 경북지역의 지방재정은 각각 가구당 150만 원, 166만 원, 149만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정부가 10조 원 상당의 지방소득세를 신설하여 재정보충에 나서게 된다면 강원, 전남, 경북지역의 지방재정은 각각 가구당 33만 원, 22만 원, 35만 원 정도 보충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방소득세로 보충한다 하더라도 이들 지역은 가구당 114~144만 원 정도의 재정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6. 여당 일부에서는 '재원 이전'이 아니라 '세원 이전'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떤 세원을 국세로 할 것인지 지방세로 할 것인지는 나라마다 다양하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세원의 지역적 편차가 큰 것은 국세로 하고 있고 세원의 지역적 편차가 적은 것은 지방세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법인세와 같은 경우는 세원의 지역적 편차가 아주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세로 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 보유세인 재산세 같은 경우는 비교적 지역적 편차가 적기 때문에 지방세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당에서 소득세나 법인세 중 일부를 지방세화하자고 하면 수도권지역은 소득세나 법인세의 세원이 풍부하여 엄청난 이익을 얻겠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세원이 취약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또 국세가 지방세화하면 지방재정 불균형해소를 위한 국세가 크게 줄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재정보조를 많이 받는 취약지방 지자체의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갈수록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인 지방교부금 제도 등을 무력화하고 지역 양극화를 더욱더 부추기는 소득세의 지방세화를 추진하는 정책은 결코 용납되기 어렵다.
7. 서울·수도권에는 10%, 광역시는 15%, 단위에는 20%로 국가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배분비율을 차등적용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그렇게 배분한다면 지역격차가 다소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지방교부금만큼 정밀하게 지역격차를 줄여 놓지는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 6대 광역시 사이에서도 상대적으로 재정 사정이 좋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공존하고 있고, 도 지역 사이에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데 이를 동일선상에서 취급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또 서울·수도권에는 10%, 광역시는 15%, 단위에는 20%로 국가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배분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지나치게 자의적인 주먹구구식 배분비율이 아닌가.
현행 제도 하에서 이런 지역적 편차를 아주 정밀하게 시군구까지 고려하는 게 바로 지방교부금 제도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는데 정부가 굳이 그렇게 엉성한 대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나?
8. 지방교부금도 10조 원 보충해 주고 지방소득세도 추가로 신설하는 건 어떤가?
정부가 향후 지방교부금을 10조 원 보충해 준다면 좋은 일이나 지방소득세를 추가로 신설하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지방소득세 신설이란 국세의 지방이전을 의미하는데 국세의 총량이 줄어들면 지방교부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교부금의 총량 감소를 수반하는 지방소득세 신설은 지방재정이 풍족한 수도권에게는 유리하겠지만 재정이 취약한 지방에는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그렇게도 지자체들이 자주재원을 원한다면 지방교부금 용도 제한을 더욱 줄여서 자유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게 더 합리적이다. 물론 지금도 지방교부금은 일정 정도 자주재원처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지방교부금과 자주재원이 명칭만 다를 뿐 둘 다 국가로부터 용도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특별히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9. 지방소비세는 어떤가?
지방소비세를 도입하여 10조 원의 지방교부금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생각도 몽상에 불과할 뿐이다. 지방교부금은 지역불균형을 해소시켜 주지만 지방소비세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1 감세안으로 인하여 2010년에 지방재정이 10조 원 줄어들면 강원, 전남, 경북지역의 지방재정은 각각 가구당 150만 원, 166만 원, 149만 원 정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10조 원의 지방교부금을 보충해 주는 대신 지방소비세 제도를 도입하면 이들 지역은 이것의 1/3도 보충하지 못한다.
정치권에서는 소비세의 일종인 부가가치세의 일부 지방세화에 대해서도 운운하는 것 같은데 황당한 주장일 뿐이다. 부가가치세는 소득세보다 지역적인 편차가 더욱더 크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이 소비지과세주의가 아니라 생산지과세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10. 정부와 여당이 검토 중인 지방소득세안이 문제라면 적절한 대안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크게 세 가지다. 최선책, 차선책, 그리고 안 좋은 정책.
지금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정책은 9월의 대규모 감세안을 철회하는 것이다. 그러면 연간 20조 원 이상의 국세 감소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야 내국세의 일정비율로 교부되는 10조 원의 지방교부금이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고 20조 원을 감세하고 대신 국가재원 10조 원을 지방재원으로 돌리겠다면 차선책으로 '지방재정 균형을 모색하는 지방교부금 형태'로 10조 원을 지방에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취해서는 안 되는 정책은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고 20조 원 감세와 더불어 10조 원을 지방교부금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 다시 말해 소득세나 소비세 일부를 지방세화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지방재정 불균형 현상을 더욱더 심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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