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씨의 악담에 대한 평가를 굳이 추가할 필요는 없다. 무수히 쏟아져 나왔고 다양하게 제기됐다.
한 구절을 전하는 것으로 갈음하자. '조선일보'의 평가다. 내용이 이렇다.
"문(근영) 씨를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비뚤어진 자기 심성부터 돌아봐야 한다. 문씨의 가족사까지 굳이 거론해가며 문씨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상식을 지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 걸 짚자. '지만원 파문' 이후다. 어떻게 흘러갈까?
'조선일보'가 주장했다.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이건 아니면 다른 무슨 방안이건 무책임한 사이버 폭력을 몰아내기 위한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연스럽다. 지만원 씨의 '비상식적인' 악담 끝에 나온 주장이니까 그렇다. '확실한 조치'가 절실함을 일깨우는 데 이처럼 좋은 계기가 없다.
합리적이다. 특정 세력을 견제코자 제기하는 주장이 아니니까 그렇다. 지만원 씨는 우파 논객이다. 그런 사람을 디딤돌 삼아 '확실한 조치'를 강조하니 치우침이 없다.
이 글을 쓰는 문제의식이 바로 이것이다. 역설적 상황을 빚을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 '지만원'을 발판 삼아 '사이버 모욕죄'의 앞길을 열 수 있다. '사이버 모욕죄'를 포함하는 "확실한 조치"가 정치적 의도가 없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 공평무사한 법률로 치장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지만원 파문'엔 거품이 끼어있다. "비뚤어진 심성"을 가진 한 개인의 질 떨어지는 주장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많은 평가가 뒤따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데일리NK' 같은 매체에서 "절대 건강한 우파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하는 지씨를 마치 한국 보수의 상징이나 대표라도 되는 양 크게 키우는 점에서 그렇다.
경계해야 한다. 이런 과유불급 상황이 침소봉대 주장을 낳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별도의 "확실한 조치"를 촉구하니까 경계하는 것이다.
지만원 씨가 익명의 그늘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버젓이 객쩍은 주장을 펼쳤는데도 인터넷 실명제 강화를 촉구하는 주장이 나올까봐 경계하는 것이다.
활용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올 법 하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진보·보수매체를 가리지 않고 지씨의 "비상식적인" 악담을 비판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 우리 사이버공간의 자정기능을 입증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 그러니까 '사이버 모욕죄'와 같은 "확실한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법 하다.
옳다. 하지만 위력적이지는 않다.
그런 반론은 이런 역반론 앞에서 무력해진다. 아무리 자정기능이 작동되더라도 피해자는 상처를 입을 대로 입은 후 아니냐는 반론, 자정과정의 필연적 부산물인 '노이즈 마케팅'이 피해자의 상처부위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반론 말이다.
때론 이게 올바른 대처법일 수도 있다. "비뚤어진 심성"을 일소에 부치는 일, "비상식적인" 주장에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일, 무플이 악플보다 무섭다는 경험칙을 몸소 실천하는 일이 유효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만원 씨는 벌써 그렇게 하고 있다.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진중권 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격에 맞지 않는다. 대꾸하면 나도 똑같아진다고 생각한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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