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강사협의회 20년…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강사협의회 20년…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벼랑 끝 31년, 희망 없는 강의실 ⑨]

대학강사, 즉 대학의 이른바 '시간강사' 문제가 사회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필자도 한 때 시간강사였던 시절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국대학강사협의회를 창설하고, 급기야 우리나라 대학역사상 처음으로 대학강사들이 중심이 된 노동조합을 만든 지 어언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때나 지금이나 대학의 시간강사는 자조 섞인 표현으로 스스로를 대학의 '보따리장수'라 칭하고 있고, 대부분 시간강사들이 학문 연구에 전념하기에 앞서 생계 문제에 시달리며 갈등하고 있는 모습은 20년이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 옛날,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논의하고, 그 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생활고'라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자구책으로 만든 것이 시간강사협의회였다. 1987년 11월 서울대학교에서 처음 발족하였는데, 이 소식이 뜻밖에 들불처럼 전국 각 대학으로 순식간에 번져 그 이듬해 8월 전국대학강사협의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돌이켜보건대, 당시 전국대학강사협의회의 결성은 그야말로 일대사건이었다. 결성식 겸 창립총회를 치르던 그 날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결의대회도 함께 열었는데, 대회장은 문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경향 각지에서 시간강사들이 모여들었는데, 멀리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전세버스까지 대절해가며 대회에 참석하였다. 당시에도 시간강사의 처우와 생계 문제는 시간강사 본인들에게는 너무나 절박한 문제였던 것이다.

강사협의회는 강사 문제의 절박성과 개혁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었으나,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론의 반향에 따라 언론에서도 많은 지면과 방송 시간을 할애하여 시간강사 문제를 다루고 그 해결을 촉구하였으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지금과 별반 차이 없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아니하였다. 이유는 단 하나, 대학의 시간강사는 법적으로 정식 교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본업인 시간강사가 교원이 아니라면, 시간강사란 어떠한 존재인가? 법적으로도 이에 대한 해답이 명백한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학에 고용된 사람이라면 교원이 아니면 직원일터인데, 정식 직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니, 그렇다면 일용잡급직 직원인가? 그것도 아니다. 이러한 시간강사라고 하는 실체적 존재의 법적 지위에 대한 공식적인 해석은 엉뚱하게도 대학강사들의 노동조합 결성 과정에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1988년 봄의 일이었다. 서울대학교 일부 시간강사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종전 당국의 태도와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이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게다가 초중등학교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합법성을 인정받으려 하자 정부가 나서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무슨 노동자이냐며 교사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던 때였다. 이러한 마당에, 대학강사라고 해서 당국이 거저 노동조합 신고필증을 내줄 리는 만무하였다.

문제는 대학의 시간강사가 법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그것은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시간강사 몇 사람이 모여 내놓은 묘책이 시간강사가 법적으로 교육공무원(교원)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이 아닌 일반 노동자로 보아야하는 것인지를 정부에 질의하는 것이었다. 물론 질의의 의도를 미리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내용의 질문지 2종을 각각 교육부와 노동부에 발송하였다.

당시 대학 시간강사의 지위에 대한 정부의 공식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하였다. 정부의 해석으로 대학의 시간강사는 교원이 아니라 노동자라는 것이었다. 아마 당시 시간강사들의 진의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정부에서 미리 알았더라면, 대학의 시간강사는 교원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그 무엇이라는 '괴이한' 답신을 보내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순히 교원이냐 노동자이냐고 질의하자 정부는 교원 대신 노동자를 선택하였다. 사실 교원이라고 해서 노동자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굳이 시간강사를 교원이 아닌 노동자로 정의하였던 것은 그것이 사태 수습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시간강사가 교원이 아니라면, 직원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설사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교원의 노동조합이 아닌 직원의 노동조합이었다.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상 처음으로 시간강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서울대학교노동조합에 당시 서울대학교의 임시직 직원 일부가 함께 참여한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였다. 물론 이후 강사노조가 별개로 만들어져 지금은 직원노조와 강사노조가 법적으로 구별되어 있다.
▲ 시간 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광수

우여곡절 끝에 대학 내의 특수적 존재인 시간강사들이 모여 만든 노동조합이 합법화는 되었지만, 그것으로 시간강사 문제에 관한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년 동안 오르지 않던 강사료가 단체협상 덕분에 약간 인상되었고, 이는 전국 각 대학의 시간강사 인상료 인상의 계기가 되었다. 또 국립대학교에서 연구비 명목을 신설하여 강사료에 포함 지급하기로 한 것도 노조와의 단체협상을 통해서였다. 이밖에 시간강사에게 신분증을 발급한다든가 학교 시설의 이용에 편의 제공한다 등의 미봉적인 개선책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 등을 비롯하여 의료보험, 연중 강사료의 월별 분할 지급 등은 쟁점으로 남겨져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조 설립 당시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료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할 수 없지만, 필자의 기억으로 서울 주요대학의 강사료는 대체로 1만 원 미만이었던 것 같다. 또 1993년에는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에서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 강사료를 조사한 바 있는데, 지방대학의 경우는 1만원 안팎의 수준으로 1만 원 미만인 경우도 많고, 서울의 주요대학은 평균적으로 1만 5000원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올해 전국 대학의 강사료를 대충 추산해보건대, 지방의 경우 4년제 사립대는 보통 3만원 안팎이고 국공립대는 4만3000원에서 4만 5000원 정도이다. 서울의 주요대학의 경우는 평균적으로 5만~6만 원 정도 수준으로 그 동안 약 3배 정도 인상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밝히고 있는 올해 전국대학 시간강사 임금 통계를 보면 국공립에서 제주대가 7만 원으로 가장 높고 사립대는 이화여대로 9만7000원, 최저는 국립 3만5000원·사립 1만9000원이며 각 평균은 국립 4만3340원·사립은 3만4790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격차가 1만 원 정도 차이가 나고 지방 사립대학의 경우는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아 특히 열악한 형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사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타직종 특히 정규직 교원인 교수의 임금 상승과 비교하면, 양자의 임금 격차는 오히려 더욱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고, 대부분 시간강사의 경우 강사료만으로는 기초생계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변함없는 현실이다.

오늘날 시간강사의 문제점은 단순히 대학 강사의 생계수단인 강사료 문제만은 아니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대부분 강사들의 연령은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전반이 주류였다. 필자가 시간강사로 이리저리 뛰어 다닐 때만해도 삼십대 중반 이상이면 이미 노강사 축에 들었다. 나이 사십을 넘은 시간강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 있다고 해도 극히 예외적인 축에 속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렇지가 않다. 삼십대 후반의 시간강사는 아주 흔한 편이고, 사십대는 물론 오십이 넘은 문자 그대로의 노강사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이제 교수의 정년에 맞춰 퇴임하는 시간강사를 볼 날도 멀지 않았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임박은 1980년대 이후 강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적체되어 그 모순이 집적된 결과이다. 이는 또 대부분이 박사학위를 취득했거나 박사과정인 시간강사들의 사회적 진출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점점 더 많은 시간강사들에게 대학의 시간강의가 교수 되기 위한 경력에 필요한 임시직이 아니라 사실상의 전업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현상을 계속 방치하고도 한국의 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동안 대학의 개혁 문제와 관련하여 학생대비 교수 정원 문제가 자주 거론되어 왔다. 그리고 역대 정부가 대학개혁의 차원에서 이를 대학의 발전과 대학평가의 주요한 척도로 삼아 왔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의 성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대학의 교수 정원이 일부 늘어난 측면도 있으나, 대체로 의과대학과 일부 인기학과를 중심으로 늘어났을 뿐이고, 인문대학 등 일부 대학의 비인기학과에서는 오히려 교수 정원이 줄어드는 심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전체적으로 교수 정원이 다소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겸임교수, 초빙교수, 강의전담교수 등의 채용을 교수 정원 산정에 산입한 결과이다. 전반적으로 대학의 전체 강의시수 중 시간강사들의 강의담당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시간강사의 채용이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시간 강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학 교육이 정상화 될 수는 없다. ⓒ이광수

대학의 시간강사 문제는 전국 모든 대학의 문제이지만,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학보다는 대학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대학이 심각하고, 또 지방대학 가운데에서도 국공립대학보다 사립대학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지방 사립대학의 경우 일단 강사료가 열악하다. 그 이유를 따져 보면, 신분의 불안정성과 예상되는 불이익 때문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어려운 것이 첫째이고, 다음은 국공립대학에서 지급되는 시간강사의 연구비가 사립대학에서는 지급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꼭 필요한 과목에 시간강사를 써야 할 경우, 해당 지역 안에서 시간강사를 구하지 못하면,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담당강사를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초빙해야 하지만, 외부지역 강사라고 해서 차비까지 지급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이렇게 되면 부득불 전공과 관계가 없는 강사에게 강의를 맡겨야 하는데, 이 경우 피해자는 결국 학생이 된다.

반면에, 박사의 증가와 함께 시간강사들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시간강사들의 강의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방은 우선 대학이 적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다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강사재벌이니 하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 되었다. 지방의 시간강사들은 강의를 얻기 위해 다른 도시나 타도에 출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경우 시간강사들은 시간강의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교통비와 그에 따른 시간의 낭비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강의가 있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주당 5시간 미만인 경우도 많아 강의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다른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생계에 쫓기어 다니다 보니 연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강의의 선택권이 없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 심지어는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없는 과목을 맡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대학도 용납하지 않을 수 없는 데, 이로 인한 시간강사 자신의 강의 부담은 자칫 강의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여 그 피해가 또한 학생들에게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강사의 구체적 처지는 지역에 따라 각 대학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시간강사 문제의 본질은 동일하다. 그 본질적 업무가 교육이라는 점에서 시간강사의 지위를 교원으로 되돌려 놓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할 경우 야기될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나, 그것은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을 전제로 장차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 이 연재는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의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