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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수능'에 사교육계·특목고만 '웃음꽃'

MB식 '줄세우기 교육' 현실화…절망하는 수험생

"올해 수능 본 애들에게 점수 묻는 건 '금기사항'예요."

지난 13일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지난해보다 확연히 높아진 난이도 때문에 전국 수험생들의 한숨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입시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특히 어려웠던 수리 영역은 10∼20점 가량 점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언어와 외국어 영역 점수도 비슷하거나 다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입시기관들은 최상위권을 제외한 중상위권 이하 수험생들의 점수가 전반적으로 크게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내 학교에서는 수능 다음날 자신의 점수에 충격을 받고 절반 가까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 점수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나"라고 묻는 수험생들의 질문이 빗발치고 있다. 고3 지도교사들은 벌써부터 재수를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수능이 등급제가 아닌 점수제 체제로 복귀해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모두 공개되며, 대학에서는 변별력을 이유로 이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번 정시 일반전형에서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이 27.2%,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이 42.7%로 압도적이어서 결국 1~2점의 점수 차이가 당락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여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졌다.

입시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특수목적고 출신 수험생들이 상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은 정시모집 정원의 30~50%를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할 예정이어서 '특목고 돌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미 서울대는 2010학년도부터 정시모집의 2단계 선발에서 면접·구술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수능 20%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다른 대학도 대체로 수능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할 예정인 각 대학의 2010학년도 신입생 모집 방향은 '수능 강화'에 촛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입시 제도를 '수험생 줄세우기'로 되돌리려는 상위권 대학들의 입장을 반영한 대교협의 의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명박 정부가 대학 자율화를 통해 다양화를 확보하겠다며 입시 제도를 대교협에 맡겼지만, 결과는 교육단체들의 예상대로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대교협은 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을 2010년도 입시까지는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시행 논란에서 보듯 사실상 이미 무력화됐다.

교육단체들은 이번 수능이 또 한번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어려운 수능'은 강부자 정권답게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공교육정상화보다는, 일부 상위권 대학의 요구와 대학입시에 대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정책을 전면화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수학능력고사의 등급제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것은 이른바 상위권 대학이었다"며 "대학입시 자율화는 결국 특정 대학을 위한 자율화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일제고사 부활, 영어몰입교육, 영어 수업 시수 확대, 국제중학교 도입에 이어 수학능력고사 중심의 대학입시제도가 사교육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며 "수학능력고사의 점수제 환원과 대학입시에서의 비중 확대는 특정 대학과 사교육 시장에는 축복이지만 시험 결과에 절망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절망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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