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은행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한 후순위채를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을 통해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유사 공적자금을 동원해 지원하는 이같은 방식은 공적자금과 달리 사회적 통제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광우 "BIS비율 추가 하락 우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4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우입니다>에 출연해 은행들의 공적자금 투입 필요성에 대해 "정부는 은행들의 자구노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선제 대응을 준비하고 추진할 것"이라며 "대부분 은행이 스스로 자본을 확충할 여력이 있어 정부가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 위원장은 "환율, 주가, 금리 등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부실 여신 증가로 BIS 자기자본비율의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며 "후순위채 발행과 배당 조정 등 자본 확충을 위한 은행들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또 "현재 은행의 취약한 모습은 과거 2~3년간 대출 확대 등 외형 경쟁을 벌인데도 이유가 있다"며 은행들의 방만 경영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은행의 외화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면서 임원 보수를 20~30% 줄이고 배당을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시장 입장에서 가계나 기업의 대출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전체 금리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와 경제 활성화 노력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 금융통화위원회가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BIS자기자본비율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이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상황이 좋은 것이다. 금융당국의 지도기준은 8%이나 10%가 넘어야 우량은행으로 분류된다. 외환위기 당시 BIS비율이 8% 미만인 12개 은행 중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 등 5개 은행이 퇴출됐다. 지난 3분기 지주회사 전환 등의 이유로 국민은행의 BIS비율이 9.76%로 하락하는 등 대다수 시중은행들의 BIS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
선진당 "유동성 확대 위주 지원정책에만 매달리지 말라"
자유선진당은 13일 논평을 내고 "정부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확대위주의 지원정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금융기관이 부실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털고, 우리경제의 주춧돌인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금융기관 부실 정리와 건설업 구조조정에 직접 개입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요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류근찬 선진당 정책위의장은 "지금 우리경제의 주춧돌인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비명을 지르는 것에 지쳐 탈진 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이 같은 자금난은 은행의 달러 부족은 물론 원화 유동성 경색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류 의장은 "정부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산업계로 자금이 흐르지 않는 것은 금융기관 자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선제적 대응 조치로 공적자금 투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2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직접 은행들의 증자 지분을 사주는 부분 국유화까지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며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은행에 증자는 은행들의 건전성 확보 문제도 있지만 제2 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부도로 금융권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또 은행의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도 '부분 국유화'가 더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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