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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금의 약 70%, 부동산 투자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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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금의 약 70%, 부동산 투자에 쓰였다

KDI "고소득층일수록 비중 높아…부동산 가격 급락하면 큰 위험"

지난 2000년 이후 지속된 자산버블기에 가계소득의 70% 정도가 부동산 투자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상위계층을 중심으로 빚을 끌어다 부동산 투자에 사용한 사례가 많아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10일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가계대출의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내 이와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또 가계가 보유한 주식 수도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이 급락하는 지금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자산 평가액 하락에 따른 대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투자' 위해 상위층 대출 늘려

지난 수년 간 금융자산이 급속도로 팽창(자산버블)하면서 투자차익을 노리고 대출을 늘리는 가계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660조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1997년에 비해 약 450조 원가량이 늘어난 수치다.

김 교수 역시 보고서에서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 수 비중은 지난 2000년 47%에 불과했으나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다다른 2006년에는 83%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10가구 중 8가구는 빚을 떠안고 있다는 소리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교적 소득이 높은 가계는 대출받은 자금의 절대 다수를 부동산 투자에 사용했다. 부동산 버블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보면, 가계의 부동산 구입 명목 대출은 소득 1분위 계층(하위 20% 저소득층)의 경우 548만 원에 불과했으나 5분위 계층(상위 20% 고소득층)은 4374만 원에 달했다. 5분위 계층은 대출금의 75.8%를 부동산 구입을 위해 사용했다.

이처럼 가계가 부동산 투자에 집중함에 따라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나치게 늘어났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한국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3%에 달했으며 금융자산 비중은 17%였다. 2000년에도 실물자산 비중은 81%였다.

이는 부동산 버블이 경제위기를 불러온 미국(2000년 기준 58%)은 물론, 경제호황기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었던 중국(78%)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보다 실물자산 비중이 높은 나라는 인도(95%), 인도네시아(97%) 등 극소수 국가였다.
▲지난 2006년 부동산 버블기 당시 가계대출금 구분. 표를 보면 소득 4, 5분위 계층(상위 40%, 20%)은 가계대출의 70%가 넘는 금액을 부동산구입에 사용했다. ⓒ프레시안

부동산 투자 대출 위험 갈수록 늘어나

이미 대출 규모가 위험수준에 다다른 가계 수도 늘어났다.

소득에 비해 금융부채가 3배 이상에 달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으로 위험 수준에 다다른 가구 비중은 지난 2000년 1.9%에서 2006년 5.8%로 증가했다. DTI는 주택 구입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앞으로 얼마나 돈을 잘 갚을 수 있는지를 소득으로 평가해 대출 규모를 달리하는 제도다.

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이 3배에 달하는 가계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이유는 이 정도 규모의 대출이 현 정부가 정한 대출한도와 근접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소득에 비해 3배가량의 금융부채를 금리 10%, 연간 원금상환 10% 조건으로 만기 10년 대출을 받았을 경우 DTI 60% 수준에 근접한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는 투기지역을 해제시키면서 기존 DTI 40%로 규제했던 대출가능금액을 5000만 원 초과 1억 원 이하 대출의 경우 60%까지 늘렸다.

가계가 가진 실물자산에 비해 금융부채 비율이 60%를 넘어서는 가구 비중도 2000년 7.8%에서 2006년 10.4%로 늘어났다. 이 역시 전 정권의 규제 조치 하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강화해 투기과열지구 가계는 대출을 받더라도 실물자산의 50%를 넘어설 수 없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면 5억 원까지만 대출을 받도록 규제했다는 소리다. 최근 현 정부는 부동산 침체를 막기 위해 이 비율을 60%까지 늘렸다.

주식도 문제…5년 새 1.5배 증가

주가 상승기를 틈타 주식을 손에 쥔 가계 수도 크게 늘어났다.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가 1000선 밑으로 한 때 내려가는 등 주가가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가계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총자산에서 주식·수익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2년 19%에서 작년 31%로 1.5배가량 늘어났다. 반면 예금보유비중은 같은 기간 54%에서 43%로 줄어들었다.
▲가계의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지난 6년 간 급속도로 늘어났다. 유사시 가계의 대처능력이 그만큼 취약해졌음을 뜻한다. ⓒ프레시안

그나마 이 통계는 올해 주가하락분을 반영하지 않아 가계의 금융부채비율(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의 비중)은 올해 들어서 대폭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계가 보유한 주식 가격이 하락한만큼 금융자산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한 때 1000선 밑으로 내려갈 정도록 약세를 보였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모두 상승세를 탔던 지난 2006년 가계 금융부채비율은 46%다.

실제 부동산 등 신속히 처분하기 어려운 자산을 제외한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만 해도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중은 129.3%였으나 지난 해는 금융부채가 790조 원, 총처분가능소득이 532조 원으로 이 비율이 148.4%에 달했다.

이는 가계에 만일의 사태가 벌어져 부채를 시급히 되갚아야 할 경우 당장 처분할 수 있는 돈에 비해 부채가 약 1.5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총처분가능소득은 모든 소득에서 경상세와 사회부담금 등을 제외한 소득으로, 가계가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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